교육개방시대 정부의 과제 - 권대봉
	2005-02-11
교육개방시대 정부의 과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교육이 최선의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육은 경제 활동의 주체인 인적자원의 질과 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최선의 경제정책이 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경제적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의 주요 변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교육적 측면에서 내국 교육기관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와 교원단체가 우려하는 공교육 황폐화를 예방하고, 나아가 초중등교육의 혁신과 대학 경쟁력 제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해야 할 세 가지 정책적 과제를 제안한다. 먼저, 정부가 경제특구나 국제자유도시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자녀 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 역량을 갖춘 학교를 주도적으로 유치하고, 적정 규모의 학교 수를 유지하여 외국 교육기관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 특별법안에서는 내국인 학생 비율을 학교장이 정하도록 돼 있는데, 학교 수가 너무 많을 경우 내국인 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한정된 지역에서 외국 교육기관 수가 많아지면 내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내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 외국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취학 예정인 외국인 학생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정한 학교 수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외국 교육기관이 학생들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정보를 공개토록 하여 학교의 책무성을 확보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학사일정, 수업료, 장학제도, 교육과정, 특성화 프로그램, 예산·결산 현황, 교육시설, 학교 위생과 안전, 학생 분포,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변화 정도와 학생·교사 비율, 교과별 교사 이력 및 현황 등 교사 관련 정보 등을 공개토록 해야 한다. 학교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는 투명 경영을 해야 하므로 교내외에서 신뢰를 획득할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다. 예산과 결산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 운영을 통한 이익잉여금 본국 송금 규모가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학교법인의 정도 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 교육에 필요한 학교 정보 공개는 책무성 규명 차원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부실한 외국 교육기관들이 원천적으로 발붙일 수 없도록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하도록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끝으로, 국내에 설립될 외국 교육기관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한국 교육기관의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한국에 외국 교육기관이 설립되고 학교 정보가 공개되면 외국 교육기관끼리의 교육의 질(質) 경쟁이 일어날 것이며, 이어 한국 교육기관들과의 경쟁도 자연스럽게 촉발될 것이다. 특별법에 의해 설립될 외국 교육기관은 학생 선발, 교육과정 편성, 등록금 책정 등에 관하여 영미권 국가 수준의 자율권을 보장 받을 것이다. 단위학교 중심의 학교 운영 자율권을 행사하는 외국 교육기관은 인사권과 예산권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학교 운영 자율권과 책무성 확보가 취약한 국내 교육기관이 국내에 설립될 외국 교육기관과 현재 상태에서 경쟁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따라서 국내외 교육기관들이 서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국내의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의 경쟁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 이상의 세 가지 과제가 해결되면 외국학교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여 고용 창출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사범대 교육학 학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2.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