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뉴딜' 신중해야 - 윤창현
	2005-02-01
'한국형 뉴딜' 신중해야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주체들의 절규를 들으면서 정부는 최근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침을 천명하였다. 취지도 좋고 시점도 괜찮은데 문제는 한국형 뉴딜 사업 투자액 중 6조~7조원이 4개 연기금에서 충당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점이다. 연·기금과 민간사업자가 자기 돈으로 시설을 건설한 후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면 이를 받은 정부는 시설을 운영하면서 시설비에 대한 원리금을 장기간 나누어 지급하게 된다. 이처럼 연·기금 및 민간업자가 자기자본으로 시설을 건설한 후 즉시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원리금을 장기에 걸쳐 상환 받는 프로젝트 금융방식을 BTL(Build-Transfer-Lease)방식이라 한다. 이 때 정부는 원리금 상환에 있어 ‘국채이자+ ’의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정부는 당장 돈이 들지 않아서 좋고 기금은 수익률이 보장되어서 좋은 듯 보이는 이 방식은 사실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금운용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금이 받게 될 원리금이 바로 세금에서 나온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 전체를 하나로 볼 때 국민이 세금을 내면 정부는 그 돈으로 수익을 지급하고 이 수익이 국민에게 돌아오므로 결국 국민들이 오른손으로 낸 돈이 한 바퀴 돌아서 왼손으로 들어온다는 우스운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뿐인가? 확장적 재정정책은 최근 이루어지는 공공부문의 총체적 팽창과 연결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숫자는 2만7000명이나 증가했다. 2005년에도 약 1만여 명의 추가증원이 예정되어 있다. 17부 2처 16청의 정부조직이 18부 4처 17청으로 확대되었고 한때 산자부, 정통부와 통합론까지 논의되었던 과기부가 부총리부처로 승격되면서 통합논의는 물건너갔다. 국민의 정부에서 논의되던 공기업 민영화도 거의 원위치 되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공공부문의 급속한 팽창은 곧 국가부채 증가로 직결된다. 2004년 말 국고채 발행잔액은 전년 말보다 41조6000억원 증가한 12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1997년 말 국고채잔액이 6조3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증가 속도가 엄청나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는 2007년 말까지 국가부채는 약 200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는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면서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중이고 이로 인해 향후 국가세수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된다. 한번 증가한 정부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 하는 데는 엄청난 저항과 부작용이 따른다. 당장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출은 어쩔 수 없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윤창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 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이코노믹리뷰 2005. 1. 26 (제246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