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정을 돌보자 - 이훈구
	2002-07-27
이혼가정을 돌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년 전에 비해 꼭 5배가 증가했다. 즉 1980년에 인구 천명 당 0.5명이던 것이 2002년에는 2.5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인구통계조사에서 나타난 이혼율은 실제 보다는 낮게 잡힌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이혼을 나쁘게 생각한다. 그래서 부부가 실질적으로는 별거를 했지만 법적으로 이혼수속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녀가 결혼할 때 부모가 이혼했다는 사실이 흠으로 잡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어떤 중학교의 교사가 자기 학교의 경우를 살펴보니 대충 한 학급의 10%가량이 이혼가정의 학생들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의 젊은 세대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30%가 이혼을 한다. 물론 미국은 우리보다 이혼율이 높아서 결혼한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은 조만간 이혼한다. 그리고 이들은 재혼도 곧 잘하여 새로 애도 낳는다. 만일 재혼한 부부가 전실 자식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세 종류의 자녀가 생긴다. 그래서 한 때 미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농담이 오갔다. "당신 애와 나의 애가 작당해서 우리 아이를 때립니다. 어떻게 하죠?" 미국은 이혼율이 높아도 남자가 자녀 양육비를 부담하고 또 이혼녀가 직장을 쉽게 갖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또 이혼한 부부가 한국처럼 서로 적이 되지도 않는다. 자녀가 친부모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법적으로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혼이면 그것으로 배우자들이 끝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혼가정이 겪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혼가정의 문제를 심리학자들이 많이 연구하여 이혼가정의 부부나 자녀가 서로 어떻게 돕고 살아야하는지를 대강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혼은 갑자기 들이닥친 최근의 문제이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이 이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 그래서 이혼당사자들이나 그 자녀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몰라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이혼가정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이혼가정을 돌보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한다. 아울러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이혼가정의 심리적 문제를 돌보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혼은 당사자 즉 부부들에게 큰 충격이 되지만 이는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부모의 이혼을 보고 느낀 충격을 표현한 것을 보면 "갑자기 따뜻하게 덥고 있는 이불을 누군가 나꾸어채간 느낌"이란다. 이혼이 자녀에게 주는 충격은 자녀의 나이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손길이 한없이 필요한 아동기 즉 3세부터 청소년기 전까지의 자녀가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 10대 청소년들에게도 부모의 이혼은 심한 상처로 남는다. 이들이 갖는 문제를 몇 가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왜 자기 부모들이 이혼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많은 아동이 자기의 잘못으로 부모가 갈라서게 되었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있다. 이혼한 부모는 자녀에게 왜 이혼하게 되었는가를 잘 설명해주어야 한다. 많은 이혼부부들이 상대방에게 이혼의 탓을 돌리는데 그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건 간에 이혼한 두 부부는 자녀에게는 소중한 부모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갖는 두 번째 문제는 새로 생긴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의 적응문제입니다. 자녀는 계부모가 자기 친모 또는 친부를 빼앗아간 장본인이라고 착각하여 그들을 증오하기 쉽다. 또 친부 또는 친모가 계모나 계부를 나쁘게 자녀에게 말해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녀는 어째든 계모 또는 계부와 같이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만일 계부모가 전실자식을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에는 자녀가 배가 다른 자녀와 같이 어울려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필자는 서울에 Y중학에서 이혼한 가정의 자녀를 상당한 적이 있다. 계모는 3명의 배다른 누나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이들 누나들이 작당을 해서 자기끼리만 어울리고 동생취급을 하지 않아 속상해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각급 학교에는 어머니 회가 있다. 어머니 회는 어머니들이 조직한 단체로서 1년에 서너 번 씩 만나 학교와 대화를 하는 모임이다. 이 어머니 회에서 그 학교의 이혼자녀를 상담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물론 어머니 회 회원들은 상담전문가가 아니고 또 이혼가정의 자녀들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잘 모를 것이다. 이를 위해 어머니 회에서 심리학자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훈련을 받으면 좋을 것이다. 시민회의 일하는 복지사회운동본부에서는 앞으로 이혼가정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자 한다. 즉 자원봉사자가 지역사회의 이혼가정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를 교육시키고자한다. 가정은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 조직이다. 가정이 파탄나면 그 구성원 개인은 물론 한 사회가 흔들린다. 이혼가정을 돌보는 것은 복지사회로 가는 왕도이기도 하다. 이훈구 (연세대 심리학 교수 / 시민회의 일하는복지사회운동본부장) 출처 - 2002. 7. 16 KBS 제 3 라디오의 "함께하는 세상"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