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거꾸로 개혁' - 윤창현
2005-01-06
공공부문 '거꾸로 개혁' 시장시스템을 통한 자원배분이 실패하는 경우는 여럿 있지만 대표적인 경우는 공공재나 외부성이 존재하는 경우다. 집단 중에 한 사람 혹은 일부만 고생하여 매입하면 이를 다같이 무임승차를 통해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가 존재할 경우 공공재를 공급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되고 결국 공공재는 과소공급 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공공재를 적정한 수준까지 공급할 경우 복지가 향상된다. 　 또한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도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거나 남에게 이로움을 주면서도 적정 가치를 지불받지 못하는 외부경제 혹은 외부불경제가 존재할 경우 자원배분이 왜곡되는 데 이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최적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바로 정부실패의 가능성 때문이다. 　 방만한 예산 사용과 조직운영이 이루어질 경우 주어진 문제를 시정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정부부분의 팽창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기능의 확장은 항상 적당한 정도에서 그쳐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소위 4대 개혁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부문 기업부문 금융부문 노동부문 등에서 상당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참여정부에 와서 이러한 개혁 프로그램들이 유독 공공부문에서 거꾸로 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숫자는 2만7000명이나 증가했다. 2005년에도 약 1만여명의 추가증원이 예정되어 있다. 　 각 부처에서 복수차관제 혹은 정무차관제 도입이 결정되거나 검토되고 있고 옥상옥식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22개나 만들어지면서 행정의 혼란마저 야기되고 있다. 17부 2처 16청의 정부조직이 18부 4처 17청으로 확대되었고 산자부 정통부와 통합론까지 논의되었던 과기부는 부총리부처로 승격하였다. 국민의 정부에서 논의되던 공기업 민영화도 거의 원위치 되었다. 천천히 논의하자는 것이지만 사실상 백지화에 가깝다. 　 그뿐인가? 국가부채 규모도 심상치 않다. 2004말 현재 국고채 발행잔액은 전년말보다 41조6000억원 증가한 123조1000억원원을 기록했다. 1997년말의 국고채잔액이 6조3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6년동안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증가 속도가 엄청나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는 2007년말까지 국가부채는 약 200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 모든 것을 볼 때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서는 엄청난 속도의 공공부문 팽창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합리화되고 있지만 과연 경제가 나아지면 이러한 증대된 인력과 조직의 규모를 제자리로 줄이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한번 체중이 불어나면 이를 감량하는 데에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것처럼 인력돚예산돚조직도 팽창시키기는 쉽지만 일단 불어나고 나면 이에 대한 구조개혁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공무원 숫자의 증가가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이 조치가 규제완화추세와 역행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인력과 조직이 팽창할수록 늘어난 인력들이 할일을 찾게 되고 이는 결국 불필요한 규제의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은 매우 불확실하고 성장률은 날로 하락하고 있다. 또한 인구의 노령화가 매우 심각하다. 그리고 저성장과 노령화의 흐름은 정부세금수입의 정체 혹은 감소로 연결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가 허리를 졸라매야할 시점에서 공공 부문을 팽창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자칫 미래세대에게 엄청나게 증가한 국가부채라는 선물 아닌 선물(?)을 안겨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을 명심해야할 때다. 윤창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 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머니투데이 2005. 1. 6 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