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할 초고층 빌딩 민원에 걸려 못 짓는다니 - 김종훈
	2004-12-27
한국 대표할 초고층 빌딩 민원에 걸려 못 짓는다니... 전 세계적으로 초고층화 추세가 가열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452m)가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이라고 자랑했지만 지금은 대만의 금융센터(508m)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160층의 700m가 넘는 마천루(버즈 두바이 빌딩)가 세워진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초고층 건물을 짓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초고층 건축물은 당대의 첨단 건설기술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결정체일 뿐만 아니라 기술 파급효과도 매우 커 건설기술은 물론 관련 산업분야의 기술까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거기다가 오늘날에는 초고층 건물 자체가 한 국가의 상징물 또는 경제성장의 척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그 나라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매우 크다. 또한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적 관광명소가 돼 세계인의 이목과 발걸음을 끌어 모을 수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50~60층이 넘는 주상복합 빌딩이 속속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념비적이면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진정한 초고층 빌딩을 우리는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건립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지역주민의 민원이나 관련 법규에 의한 제약, 관할관청의 소신 부족 등으로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에서 현재의 타워 팰리스 자리에 추진했던 서울 도곡동 빌딩, 인천 송도 개발사업구역 내의 초고층 빌딩, 서울 잠실과 부산의 롯데월드, 그리고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서울 상암동 DMC 지역의 랜드마크 빌딩 등이다. 특히 DMC 랜드마크 빌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해진 절차에 의해 사업자가 선정돼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서울시에 의해 사업자 선정이 유보되면서 사업 자체가 상당 기간 표류할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시에서는 사업자 선정 유보의 이유로 건물 중에 고급 주거시설이 포함된 점을 들고 있다. 아마도 사무공간 위주의 건물이 지어지길 기대했던 듯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이라면 사업성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초고층 건물에 사무공간만이 아닌 주거.상업시설이 들어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수조원 단위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고, 여기에 수반되는 리스크도 그만큼 큰 상황에서 그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는 메리트가 부여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선뜻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버즈 두바이 빌딩의 경우도 1~39층은 호텔, 40~108층은 고급 아파트, 109층 이상은 사무실 공간으로 구성돼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초고층 건물 시대의 도래는 시대의 요구이자 흐름일 수밖에 없다. 다가올 미래에는 도시의 과밀화 해소, 쾌적한 주거 및 업무환경, 토지의 효율적 이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도 초고층 건물 시대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일은 초고층 건축에 필요한 설계 및 엔지니어링 능력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배양하는 일이다. 초고층 건축물의 핵심 요소기술을 연구개발함과 동시에 '건설 프로젝트=공사'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매니지먼트의 대상'으로 접근하려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다음은 초고층 건물의 추진을 저해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초고층 건축의 활성화나 매니지먼트 기법의 적용, 다양한 발주전략의 구사 등을 억제하거나 가로막고 있는 각종 문제 조항을 과감히 철폐, 정비함과 동시에 민간 분야의 핵심 요소기술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 이행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재난방지 및 관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재정비하고 미비점을 보완함으로써 초고층 건물에 대해 국민이 갖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초고층 건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전환도 기대할 수 있고, 국가적인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는 건축물이 민원 등으로 인해 무산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손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사장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4. 12. 27 내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