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간섭 아닌 지원을 하라 - 최창규
	2004-12-22
기업활동, 간섭 아닌 지원을 하라 끝이 없는 경제 불황에 날씨마저 차가워지면서 많은 서민의 마음은 너무 지치고 얼어붙어 있는 것 같다. 올 한 해 동안 정치인들은 경제와는 아무 관계없는 많은 뉴스를 생산해냈고 일부 국민은 거기에만 홀려 있는 듯하다. 게다가 많은 국내외 연구기관에서는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많은 젊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지친 국민들은 이제 어려운 경제에 대한 불평에도 지쳐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아예 접어 버린 듯하다. 그나마 올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도 내년에는 전세계 경제성장률 하락과 달러화 약세로 인해 더 이상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될 전망이다. 내년도 우리 경제는 오로지 내수 회복, 즉 소비와 투자를 비롯한 내수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잇단 금리 인하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는 늘지 않고 있다. 축구는 세계 4위를 했다고 전국민이 축제를 하며 환영하는 반면, 우리 기업은 세계 1위를 해도 팽배해 있는 반기업 정서 때문에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외국 기업들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영하기는커녕 오히려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 속에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여건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에 급급하고, 많은 중소기업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고 있다. 과거 우리 기업인들이 과감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반도체, 자동차 등 그 당시로서는 선도산업에 투자하던 이야기가 지금은 잃어버린 까마득한 영웅들의 신화처럼만 들린다. 세계는 지금 유전공학·나노공학·로봇공학·정보통신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래의 신규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질주하고 있다. 민간 투자가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투자를 하거나 유도하여 경기를 회복시킨다고 한다. 그 와중에 시장경제는 뒷전이고 금융 및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지면서 민간 경제주체들의 활력을 꺾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인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려 왔다. 반면에 교도소, 우체국까지도 민영화하면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 정부 및 공공부문은 오히려 구조조정과 개혁을 거슬러 가고 있다. 그리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국민들마저도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기업에 대해 개혁을 말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물고기가 살 여건을 만들어 주지는 않고 억지로 딴 데서 물고기를 가져와 풀어 놓아 봐야 결국 죽거나 뛰어나가 버리게 된다.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부르지 않아도 물고기들이 모이게 되어 있다. 국내 및 외국 기업들은 결국 해외보다도 국내에서 기업할 환경이 더 낫다고 느낄 때라야 비로소 국내에 더 많은 둥지를 틀 것이고, 그래야만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무리한 통화 및 재정정책은 경제 침체라는 고통에 대한 일시적인 진통제밖에 되지 않는 반면, 장차 다가올 후유증은 더 클 수가 있다. 외환시장 개입, 통화 팽창, 정부 지출 증대를 통해 기울어가는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면 전세계에서 후진국으로 남아 있을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은 민간기업인들의 미래에 대한 본능적 도전 정신과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심리를 회복시켜 주어야만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원칙적으로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꼭 필요한 규제만 남기는 규제 완화와 중소벤처기업, 대기업, 그리고 외국 기업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이 기업 활동을 할 여건을 조성해 주고 기업 활동 자체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부추기는 행위는 이제 거두어야만 한다. 아울러, 고용 확대와 경제 구조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중소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캐피털 시장의 건전한 육성과 함께 도식적인 제조업에 대한 편애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투자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만 할 것이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2. 2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