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資는 '가마우지 주인' - 윤창현
	2004-12-16
外資는 '가마우지 주인'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관계는 흔히 가마우지를 이용한 물고기잡이에 비유된다. 한동안 굶겨서 배고픈 가마우지의 목을 줄로 매놓고 가마우지가 잠수를 해서 물고기를 잡도록 한 후 뺏는다. 동물학대에 가까운 이 물고기잡이가 한·일 기업 간 관계에 비유되는 이유는 부품산업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비싼 핵심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여 완제품 수출을 하고 나면 진짜 이익을 보는 것은 일본 기업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가마우지의 주인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외국자본이다. 열심히 수출해서 겨우 이익을 내면 이들 외국인 주주들이 고율의 배당을 통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빼가고 있다. 또한 일부 외국인주주들은 경영권까지 위협하고 있고 방어수단이 별로 없는 우리 기업들은 자사주매입 등의 방법을 통해 경영권방어를 시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금융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160조원 정도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였다. 재정부실을 감수하면서 금융부실을 해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정상화시킨 우리 은행산업은 이제 외국인들의 독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우선 외국인에게 경영권을 넘긴 은행 3개를 제외하더라도 국민 77%, 하나 66%, 신한 64%가 보여주듯 은행산업의 외국인 지분은 엄청나다. 지난 9월까지 우리 은행들은 5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익을 냈는데 이 중 1조원 정도가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돈잔치가 벌어지는 와중에서 죽어나는 것은 우리 중소기업들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은행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데 소매금융에 재미를 들인 우리 은행들은 도무지 움직일 줄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은행들이 소매금융중심 전략을 채택하고 대부분 은행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면서 기업금융은 외면당하고 중소기업 대출비율은 자꾸 감소하고 있다. 결국 대기업들은 돈이 있는 데도 투자를 안 하고, 중소기업은 돈이 없어 투자를 못 하면서 경제는 자꾸만 어려워져 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제조업과 은행업의 지분을 상당 부분 장악한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WTO체제가 가진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이 체제하에서 후진국들이 산업화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기업을 설립하고 키워내야 하는데 이때 필수적인 것이 무역장벽이다. 무역장벽 없이 치열한 국제경쟁을 이겨내면서 제대로 된 기업을 키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 무역장벽이 가능하던 시절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들을 여럿 키워내고 지금 이들은 우리 경제를 책임지는 역군이 되어 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우리나라의 핵심적 산업 12개 중 2개 산업에서만 1등 기업이 바뀌었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이제 새로운 기업은 못 키우면서 있는 기업 가지고 먹고사는 노화증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기업을 못 키우면 있는 기업이라도 잘 지켜야 하는데 불행히도 우리 분위기는 그렇지가 못하다. 40년 경제성장을 통해 키워낸 우리 기업들의 지분이 상당 부분 외국인에게로 넘어가고 있고, 최근 들어 산업과 금융부문 양쪽에서 급속히 늘어난 외국인 지분이 우리경제에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급히 먹은 밥에 체하는 법이다. 외국인 지분취득 및 인수합병 등에 대한 속도조절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윤창현 (명지대 교수·무역학 / 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조선일보 2004. 12. 1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