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방위계획 대강'의 실체 - 김경민
	2004-12-09
日 '신방위계획 대강'의 실체 일본의 신방위 계획대강의 윤곽이 드러났다. 일본이 미국을 도와 국제분쟁에 참전한다는 유사법제를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하던 현충일에 통과시켜, 한국의 반발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이번에는 노 대통령의 방일 전에 발표한다는 배려(?)로 예정보다 조금 일찍 처리한다고 한다. 말이 모호한 ‘방위계획의 대강’이지 명확하게 말하자면 군사정책이다. 1995년에 발표된 지금의 방위계획 대강과는 다음 두 가지의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일본을 위협하는 국가가 북한과 중국이라는 점이다. 1995년 방위계획대강에는 러시아만을 명기했으나 이번에는 북한과 중국을 상정한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해 왔던 그대로 북한의 군사적 동향이 불안하다는 것인데, 중국을 명기한다는 일은 충격적이다. 중국의 근대화와 왕성한 해양 진출이 일본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드디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잖아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참배 문제로 두 나라 관계가 껄끄러운 가운데 일본의 국방정책이 중국을 위협 요인으로 명시하는 것은 앞으로 동북아의 안보 정세가 불안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원자력 잠수함이 일본 영해로 들어갔다가 일본에 발각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만 봐도 중국의 일본 주변 해역 정찰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본은 미국, 대만과 함께 중국의 해양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유사법제를 만들어 중국과 대만 사이에 무력사태가 발발할 경우 미국을 도와 후방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참전하게 돼 있어 중국을 자극하고 있고, 중국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 활동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일본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국가간 긴장이 해소되기는커녕 동북아시아에는 북핵 문제를 포함, 민족주의적 성향이 드높아지는 경향을 엿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일본의 국방정책이 대외 팽창적이고 선제공격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2005년부터 5년 동안 실현할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동안 장거리 미사일 연구와 전투기의 전자방해장치 연구가 진행된다. 장거리 미사일 연구는 일본이 본토와 떨어진 일본의 외딴 섬이 공격 받을 경우를 상정한다지만 실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Missile Defense) 체제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미사일 공격을 100% 막아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발사하기 직전에 선제공격으로 파괴시킨다는 생각이다. 전투기의 전자방해장치 연구도 그렇다. 적진에 들어가 적 미사일 공격을 방해받지 않고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려면 상대방 유도탄에서 나오는 전자 빔을 교란하는 전자방해장치를 전투기에 부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도입이 결정된 공중급유기에 수송기도 공중급유 장치를 하여 공중급유, 수송기 부대를 창설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작전반경이 넓어져 먼 곳까지 공격이 가능하게 된다. 일본식 표현대로라면 방어를 위한 공격이 될 것이다. 중국은 고구려사마저도 왜곡하며 한국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초강대국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그들의 공식적인 국방정책에 중국을 위협국가로 명기할 정도로 기세 등등, 거칠 것 없이 강대국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일본이 스스로 표현하듯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나 있는지 역사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국내 문제에만 너무 매달려 역사적으로 실기하지 않을지 매우 우려된다. 중국과 일본이 대립하지 않고 공동의 평화번영체를 구가할 수 있도록 한국의 외교가 발빠른 걸음을 옮겨야겠다. 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2. 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