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입학제 도입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열 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에 모 대학이 기여입학제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시작된 기여입학제 논쟁은 지난 2월 KDI가 기여입학제 도입 주장을 담은 문건을 발표하면서 경제-교육 부처의 수장들까지 참여하는 대논쟁으로 비화되었다.
그러나 기여입학제를 둘러싼 논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사학발전정책의 일환으로 검토가 있었던 1986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미 15년여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해 묶은 과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 뭔가 이 사안에 대한 진전이 있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학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찬성 측 입장과 국민정서와 평등의 원칙을 내세운 반대 측 입장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린 것이 지난 15년간의 경과였다.
논쟁으로 지새운 지난 15년간 우리의 대학들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동량들을 양성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이 배출하는 졸업생에 대해서 기업을 비롯한 인재의 수요자들은 낙제점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학문적 업적이 우수한가 하면 이 역시 세계 유수대학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개혁을 주창하였지만 항상 현실적인 문제는 재원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우수한 학생에게 조건 없이 제공되는 장학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안락한 기숙사. 최첨단의 연구와 교육이 가능한 각종 기자재. 일대일 맞춤 교육이 가능한 수준의 교수 일인당 학생 수. 국제화의 기회를 부여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 시대의 추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등. 어느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결국은 투자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 가로 귀착되는 사안들이다.
교육이라는 제도하에서는 평등의 이념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고귀한 이상이다. 그러나 이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교육이라는 제도 자체가 황폐해지는 것을 우리는 경계하여야 한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논의 역시 마찬가지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반대의견들은 예외 없이 평등의 문제를 염려하고 있다. 일부 논자들은 배금주의 사조가 팽배해지고 계층간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점들이다. 그러나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재원의 확보와 이상간에 마찰이 생긴다면 뭔가 새로운 해결점을 찾는 것이 생산적인 자세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기여입학제가 교육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반드시 역작용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여입학제, 아니 좀 더 명확하게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한다고 상정해 보자. 부모가 부자라고 해서 자식에게 대학 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대학에 기부된 돈은 결국 경제적으로 불우한 학생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학업의 기회를 부여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닐까? 좀더 넓고 긴 시각으로 본다면 기여입학제는 평등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가동하면 된다. 적어도 기여입학으로 발생하는 재원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신뢰가 보장된 인사들로 구성되는 감시단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입학자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한하고, 기여입학자에 대한 학사관리를 별도로 실시하여 질적인 저하를 막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
기여입학이 입학자격을 사고 파는 경매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면 단발성 기부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기부활동만을 인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식의 무능함을 깨닫는 순간, 돈을 주고 입학자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입시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대학에 상당기간 기부를 계속한 사람에게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기여입학제는 기부문화의 불모지인 우리 나라에서 교육을 위한 기부활동을 활성화시키는 훌륭한 유인이 될 수 있다. 부의 재분배가 대학에 대한 기부라는 형태로 실현되는 것이다.
논쟁이 서로 다른 견해를 상호 수용하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해결점을 찾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허송세월을 한 셈이다.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 사안에 대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논쟁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곤란하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15년 전에 기여입학제가 도입되었다면 이미 수천이 넘는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도움, 그리고 보다 우수한 교육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고한 이상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집착이 교육의 피폐로 연결되는 일이 없도록 좀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절차의 공정성과 사후 관리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만 가동된다면, 기여입학제는 재정확보라는 현실적 문제와 평등이라는 이상을 훌륭히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기여입학제 논쟁에 붙여
기여입학제 도입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열 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에 모 대학이 기여입학제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시작된 기여입학제 논쟁은 지난 2월 KDI가 기여입학제 도입 주장을 담은 문건을 발표하면서 경제-교육 부처의 수장들까지 참여하는 대논쟁으로 비화되었다.
그러나 기여입학제를 둘러싼 논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사학발전정책의 일환으로 검토가 있었던 1986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미 15년여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해 묶은 과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 뭔가 이 사안에 대한 진전이 있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학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찬성 측 입장과 국민정서와 평등의 원칙을 내세운 반대 측 입장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린 것이 지난 15년간의 경과였다.
논쟁으로 지새운 지난 15년간 우리의 대학들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동량들을 양성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이 배출하는 졸업생에 대해서 기업을 비롯한 인재의 수요자들은 낙제점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학문적 업적이 우수한가 하면 이 역시 세계 유수대학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개혁을 주창하였지만 항상 현실적인 문제는 재원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우수한 학생에게 조건 없이 제공되는 장학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안락한 기숙사. 최첨단의 연구와 교육이 가능한 각종 기자재. 일대일 맞춤 교육이 가능한 수준의 교수 일인당 학생 수. 국제화의 기회를 부여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 시대의 추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등. 어느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결국은 투자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 가로 귀착되는 사안들이다.
교육이라는 제도하에서는 평등의 이념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고귀한 이상이다. 그러나 이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교육이라는 제도 자체가 황폐해지는 것을 우리는 경계하여야 한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논의 역시 마찬가지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반대의견들은 예외 없이 평등의 문제를 염려하고 있다. 일부 논자들은 배금주의 사조가 팽배해지고 계층간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점들이다. 그러나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재원의 확보와 이상간에 마찰이 생긴다면 뭔가 새로운 해결점을 찾는 것이 생산적인 자세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기여입학제가 교육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반드시 역작용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여입학제, 아니 좀 더 명확하게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한다고 상정해 보자. 부모가 부자라고 해서 자식에게 대학 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대학에 기부된 돈은 결국 경제적으로 불우한 학생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학업의 기회를 부여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닐까? 좀더 넓고 긴 시각으로 본다면 기여입학제는 평등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가동하면 된다. 적어도 기여입학으로 발생하는 재원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신뢰가 보장된 인사들로 구성되는 감시단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입학자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한하고, 기여입학자에 대한 학사관리를 별도로 실시하여 질적인 저하를 막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
기여입학이 입학자격을 사고 파는 경매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면 단발성 기부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기부활동만을 인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식의 무능함을 깨닫는 순간, 돈을 주고 입학자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입시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대학에 상당기간 기부를 계속한 사람에게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기여입학제는 기부문화의 불모지인 우리 나라에서 교육을 위한 기부활동을 활성화시키는 훌륭한 유인이 될 수 있다. 부의 재분배가 대학에 대한 기부라는 형태로 실현되는 것이다.
논쟁이 서로 다른 견해를 상호 수용하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해결점을 찾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허송세월을 한 셈이다.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 사안에 대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논쟁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곤란하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15년 전에 기여입학제가 도입되었다면 이미 수천이 넘는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도움, 그리고 보다 우수한 교육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고한 이상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집착이 교육의 피폐로 연결되는 일이 없도록 좀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절차의 공정성과 사후 관리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만 가동된다면, 기여입학제는 재정확보라는 현실적 문제와 평등이라는 이상을 훌륭히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