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를 만드는 사람들 - 창덕궁 수문장 교대의식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우리 사회의 숨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찾아 이들의 활동을 알리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숙된 시민의식이야 말로 앞으로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에 ‘진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기획으로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만개한 꽃들로 봄기운이 완연히 느껴지는 4월 10일 오후 2시 창덕궁 앞..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나발과 타악기 소리와 함께 순찰을 돌던 일군의 조선시대 병사들이 나타났다. 궁궐문에 도착한 후 각 수문군의 참하(종9품 수문군의 책임자)가 군호응대를 통해 그날의 암호를 확인하는 의식을 행하고 초엄, 중엄, 삼엄 등의 의식을 행한 후 교대한 부대는 궁궐 외곽경비를 위해 순라를 실시한다.

이상은 조선시대 궁궐문을 개폐, 경비, 순찰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던 수문군이라는 군대의 교대의식으로 서울시가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1996년 6월 15일부터 실시해온 행사이다.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은 영국왕실의 근위병 교대의식과 비견되는 화려하고 품위 있는 한국전통 궁중 문화 행사로 내국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의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창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금년의 경우 3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오후 2시에서 3시 반까지 궁궐 휴관일 및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실시되고 있다.

1996년부터 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있는 윤상기(기획사 대표)씨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교대식을 재현하는 경우 있지만 대부분 통제되어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우리의 경우 같이 사진 촬영도 하는 등 친근하게 지낼 수 있어 외국인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하나 가득 미소를 보였다.

2001년 7월부터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김기주씨는 더운 여름철과 찬 바람이 살을 에는 12월 겨울이면 무척 힘들지만 외국인들이 전통복장의 자신들과 사진을 찍어가서 e-mail로 보내오거나, 인사동, 종로 등 길안내에 고마워할 때 큰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록 1년에 300일 가량을 밖에서 보내는 힘 든 일이지만 앞으로 이런 행사가 많이 있어 한국을 알렸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자신은 창덕궁의 사계절 변화를 맘껏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건강한 웃음을 보였다.

2002. 4. 11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안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