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정책간담회 - 시민운동과 법

6월 14일 시민회의의 금요 정책 간담회는 아주 특별한 곳에서 열렸다. ‘시민운동과 법’이라는 주제로 석종현 교수(시민회의 공동대표,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법제발전연구소장, 단국대학교부설 법학 연구소 소장)는 시민회의 사무국 직원들에게 시종일관 의미심장한 강의를 하였다. 한국법제발전연구소에서 열린 금요 정책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시민회의 간사들이 품었던 ‘법학자’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석종현 교수는 신선한 유머로써 순식간에 불식시켰다.  

석종현 교수는 보통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法은 이론적이고, 현학적’이라는 각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일상생활로 밀접하게 접근할 수 있고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는, 법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시민단체가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은 크게 ‘지킬 수 있는 법’과 ‘지킬 수 없는 법’ 두 가지가 있는데 지킬 수 없는 법은 한마디로 현실에서 벗어난 법이다. 예를 들어 경부 고속도로 100km 제한속도 규정은 한마디로 현실에 어긋난 규정에 불과하다. 즉, 이는 법이 불법, 위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고속도로에서 현실을 감안하여 속도 규정을 완화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데에 법이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도 있다. 즉, 현실과 理想을 조화시키는 중간에 법이 올바로 존재할 때 법의 위상은 올바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석종현 교수는 말한다.

범칙금 제도는 소송절차 특례조치(기소면죄)가 있지만 법적 관점에서 법익을 침해한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한국은 한마디로 준법 불감증이라는 사회적 고질병을 앓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은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오염한도를 강화한 배출시설규제 또한 문제이다. 불법을 조장하고 시민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적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민주당 김근태 의원의 정치자금과 관련한 양심선언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범죄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그를 처벌해야 하는가, 아니면 정치판의 암묵적 폐습을 개혁하고자 하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칭찬해야 하는가? 시민단체는 이러한 현실과 법의 불합치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법치주의 원리는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한국사회가 법치를 제대로 회복해야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석종현 교수는 마지막으로 법학 교수들의 의식문제를 비판한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강단법학에 함몰하여 현실문제를 간과하며, 법학 이론에만 빠져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한국 법학계의 심각성을 이제 모두 자성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법제발전연구소를 뒤로 하고 한국VS포르투갈 경기를 응원하려 가는 시민회의 간사들의 어깨는 새로 생긴 의무로 인하여 무거웠지만 훌륭한 강의를 들었다는 만족감으로 발걸음은 가벼웠다.  

2002. 6. 15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고영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