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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3. 5. 30 (금)
- 주 최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매일경제
- 사 회 : 강영철 (매일경제 논설위원)
- 좌담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
정진석 (한국외대 정치외교학 교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매일경제신문과 공동으로지난달 30일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참여정부의 경제 교육 노동 언론분야 국정운영 평가를 위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경제·노동]"불확실한 재벌정책이 투자 막아"
▲강영철 위원＝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100일이 안 지났느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있다. 먼저 경제 분야에 대해 진단해달라.
▲조동근 교수＝구조조정이 지체된 가운데 김대중 정부가 경기부양으 로 정책을 선회해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 같은 부 작용이 노정되는 시점에 출발했다. 경쟁 촉진과 효율 제고가 시급한 정책과제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분배와 성장간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분배 개선 에 정책 중심을 두었다. 현 상황을 지표 중심으로 살펴보자. 신용불량자가 308만명에 이르고 시중 부동자금은 380조원에 달한다. 카드채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 안심리도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가계의 금융부채도 440조원에 이른다. 또 올 들어 상장기 업의 현금보유액이 급증해 성장잠재력 악화가 염려된다. 물론 이 같은 지표는 과거 정권의 섣부른 경기부양책이 직접적 원인 이다. 그러나 저금리 하에서 기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재벌정책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 구조개혁이 반드시 타율 적 개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친화적인 개혁의 선택지를 열어놔 야 했다. 개혁을 통해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정상화해 시 장 규율이 작동되면 변칙과 반칙을 일삼는 기업은 경쟁 과정에서 도 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6년 이후 7년째 소득 1만달러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개발연대를 졸업한 이상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사고는 안된다.
▲강 위원＝경제구조 개혁에 있어 목표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 . 한국 경제의 경쟁력 향상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하는데 그런 마인드 가 없다.
▲조 교수＝인수위 시절 상황을 더 냉철하게 봤어야 한다. 위험요소를 간과하고 미래만 봤다. 그러다 보니 신용불량자, 가계 부채 등 예측 가능한 부분에도 너무 신경을 안썼다.
▲강 위원＝노무현 정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고 본다. 2000년 이후 구조개혁이 경기가 나빠지면서 올스톱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참 여정부의 생각은 국민의 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서 속도조절론 얘기가 나왔을 때도 안된다고 하고, 경제나 나빠 져도 협의의 구조개혁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조 교수＝그것이 넌센스일 수 있다. 소비쪽 위험요소가 노출됐는데 신경 안쓰고 장밋빛 미래만 얘기하는 것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 문제 도 노사문제가 안정되고 기업환경이 좋아지면 저절로 되는데 과정 없 이 목표 중심이다. 눈길을 끄는 것에만 신경쓰고 실제 봐야 할 것을 못 봤다.
▲정진석 교수＝누적된 경제문제를 100일 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기업가들은 정부측이 말을 혼란스럽게 해서 더 위축되고 있다. 최근 노사문제에서 노조 요구를 거의 그대로 들어준 것도 친노조적 마인드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이 노조와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인식 때문에 관리들이 힘을 못쓰는 면이 있다.
▲강 위원＝노무현 정부도 시장친화적ㆍ자율적 개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조 교수＝자율적 개혁을 말하며 독립경영, 지배구조상 재벌총수의 지배권 제약 등의 단서를 단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총수를 견 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금융ㆍ상품시장에서 의사결정이 잘못됐을 때 퇴출시키는 것도 방법인데 너무 직접 칼을 댄다. 예컨대 출자총액 제 한을 하면서 시장친화적이란 주장은 말이 안된다.
▲강 위원＝참여정부가 잘한 것은 없나.
▲조 교수＝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정보화 과학기술 5대 강국에 대 한 로드맵을 만들었다. 포스트 반도체를 생각한 것이 사실이고 산업 자원부라든지 정보기술 관련업계와 충분한 숙의가 되고 있는 것을 봤다.
▲강 위원＝신수종 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만든 것은 잘 했지만 현재 상태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지 않나.
▲조 교수＝기초 없는 미래지향적 정책은 사상누각이다. 인수위 때 이런 면을 분석하는 마인드가 없어 소모적 충돌이 있었고, 기업쪽에 선 기업 정책이 불확실해 20조원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안한다. 미래 성장잠재력을 마모시키는 것이다. 단기 대책도 대단히 중요하다.
▲강 위원＝정부 입장에선 기업 정책이 뚜렷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예컨대 출자총액 제한 문제에 있어 정부측은 확실한 기 준을 갖고 있다고 하겠지만 자산규모로 나눈다는데 산정기준이 뭔지 도 잘 모르겠다.
노동 분야를 살펴보자.
▲김태기 교수＝공무원노조, 두산중공업, 철도파업, 화물연대, 전교 조 등 대형 노동분쟁 해결에 급급했던 게 지난 100일이다. 성장과 분 배 중 분배를 키우겠다는 생각이 노동기본권을 키워주는 쪽으로 나타 났다. 실제로 노동정책을 입안하는 데 노동운동가들이 참여하는 등 노동계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통합과 경쟁력을 위한 것이라면 환영한다. 그러나 노동정책 전환이 정부 의도대로 이뤄졌다기보다는 개별 노동분쟁마다 밀려서 이뤄지다 보니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참여정부 100일 사이 노사자치 주의가 노정주의로 바뀌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반국민 이해관계 문제를 노ㆍ정간 협상 대상으로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나 철도 민영화 등 개혁 작업이 노ㆍ정 구도로 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노사분쟁은 줄을 이을 것이다. 새로운 고용형태가 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이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근로 격차도 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도 뚜렷하다. 거시적 시각 이 없으면 실업, 빈곤 등 노동정책의 본질에 손대기도 전에 노동분쟁 에만 매달리는 5년이 될 수 있다.
▲강 위원＝법과 제도는 단체협약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NEIS 문제를 정부가 전교조와 협상하는 것은 난센스다. 기업이 전사적 자원관리를 도입한다고 노조가 들고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발 적 분규해결 중심의 노동정책은 안된다는 데 공감한다. 노동부 장관 과 노동정책 담당자들이 노동자 편이 돼야 한다는 게 중심적인 화두 가 되고 있는데.
▲김 교수＝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조합은 전혀 다른 얘기다. 하도 급 구조에서 임금 차이가 엄청나다. 노동부가 보호할 대상은 약한 노동자다.
[교육]"전교조와 정책 논의 넌센스"
▲정기오＝대선공약은 방대했지만 인수위 보고에서 가장 빈약했던 것 이 바로 교육분야다. 인수위 내부에서부터 상당한 갈등이 있었기 때 문이다. 사립학교법, 교원적체, 유아교육, 대학 등 모두 고질적 이견 이 있는 문제인데 이를 정리하고 풀어갈 정부의 리더십이 없다. 여러 문제가 암세포처럼 퍼지는 단계였는데 새 정부 들어 바깥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또 전교조 등 새 정부와 정치적 '코드'를 맞추리라 기대된 주요 진보 적 교육집단이 오히려 정부와 이견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 갈등을 확대하고 있다. 전교조는 DJ정부 초기에 합법화했지만 여러 면에서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기형적인 노조 형태다. 교원의 국가 공무원 지위와 노동권 양자 를 조화시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을 놓고 국가와 국가 공무원인 교원단체가 공식화된 노사 단체교섭을 한다는 것은 유럽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식 산별노조 개념의 단체교섭권을 유례없이 국가 공무원인 교사 가 갖게 됐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교육부 장관이 필요한 게 아니 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과 용기를 가진 분이 필요하다.
▲강영철＝노조나 전교조나 시민단체나 스스로 제한을 둬야 하는데 자제(discipline)가 없다. 갈등증폭의 원인이다.
▲정진석＝교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교육현 장에 가서 얼마나 엉망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새 정부가 이런 시각에서 접근해서 전교조 문제나 교육현장의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언론]"신문개혁 자율에 맡겨야"
▲정진석＝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언론을 두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 해 호오(好惡)를 명확히 했다. 언론에 대해 하는 말씀도 직설적이고 원색적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이창동 문화부 장관도 그렇다. 교육ㆍ노동계와 마찬가지로 언론도 노조의 힘이 커졌다. KBS 사장 임 명 건이 그 예다. 신문고시 개정안으로 정부가 직접 신문시장에 개입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반면 공정위는 직권조사만 가능할 뿐 상시적인 지도감독 인력이 없어 편파조사와 표적조사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신문 공동배달제의 경우도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막고 경영 내실화를 꾀하는 장점이 있지만 신문사업자들의 자율에 맡겨야지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또 신문의 독과점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독과점이 더 심한 것은 지상파 방송3사다.
어디에 독과점의 기준을 두는가. `언론과의 긴장`을 내세우던 정부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언론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언론정책을 정치활동 의 하나로 보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정기오＝옛날 유교정치에 정명론(正名論)이라는 게 있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와 정부의 주요 기능은 연설이건 공문서건 고도로 양식 화되고 훈련된 언어를 통해 수행된다. 그것이 정부의 책임성이다.
정부가 쓰는 언어가 혼란을 주면 정부기능은 물론 사회가 혼란스러워 진다. 언론이 사회통합 기능을 해야 한다든지, 주요 교육정책을 정치 적으로 결단했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