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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3. 5. 29 (목)
- 주 최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매일경제
- 사 회 : 김석준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시민회의 공동대표)
- 좌담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박효종 (서울대 정치학 교수)
전현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선우 (방송통신대 교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매일경제신문과 공동으로지난달 29일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참여정부의 북핵 한미 정치 인사개혁 분야 국정운영 평가를 위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북핵문제·한미관계]"상황논리엔 강하나 일관성 부족"
▲사회＝노무현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았다.
그 동안 노무현 정부의 북핵문제 대처과정과 한ㆍ미 관계에 대해 평가해달라.
▲전현준 위원＝노무현 정부는 초기에는 북핵 문제, 대미 관계에 관 해 자주적이고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미국 방문 길에 노 대통령은 굉장히 현실적인 표현을 썼다. 갑작스런 발언 변화로 국민들이 상당히 혼란을 겪게 됐다. 느슨한 연계 정책, 상호 주의로 선회한 것으로 본다.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걱정 되는 바 있다.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
▲박효종 교수＝한ㆍ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병렬적으로 보는 것이 좋은 가 아니면 종속관계로 볼 것인가. 우선 순위에 대한 견해는.
▲전현준 위원＝안정된 사회에서는 한ㆍ미동맹이 주가 돼야 하고 부 수적으로 남북관계다. 그러나 지금처럼 위기 고조 상황에서는 한ㆍ미 동맹도 물론 중요하지만 남북 공조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를 해야 한다. 남북 대화와 공조를 통해 충분히 북한에 설명을 해야 우리에게 보복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박효종 교수＝남북간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의 축적으로 인한 예측 가능성이 전략적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하나 아직 신뢰 에 문제가 있다.
▲김영호 교수＝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무엇이고 우리의 정책이 무엇 인지 말하고 이를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만 한미 공조 일 뿐이다. 이것이 노 정부에 부족한 면이다.
▲이선우 교수＝북핵문제, 어찌보면 복잡한 문제가 서로 섞여 있음에 도 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과의 공조문제 , 신뢰문제, 우리나라의 사상 갈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다. 국가의 국정관리 차원에서 전략이 부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얽혀 있는 이슈들을 분리해낼 줄 아는 것도 국가를 관리하는 사람들 의 능력이다.
▲사회＝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선택하고 발표할 때는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국민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고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김영호 교수＝국가안보는 산소와 같은 것이다. 북핵 위기, 무디스 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등으로 산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지난 10 0일은 산소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기였다. 노무현 정부의 문제는 실 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인권 결의안 채택시 한 ㆍ미간 가치를 공유한다면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행동 패턴으로는 한ㆍ미간 장기적인 신뢰관계 구축이 어렵다. 국제정 치에서 국가 이익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 외교팀이 더 냉정해야 한다.
▲사회＝노 대통령은 상황논리에 강하다. 순발력이 있는 데 반해 일 관성이 없다. 지지층, 반대층, 정책을 바꾸었을 때 새롭게 지지할 층 사이에서 현실적인 고뇌가 있는 것 같다.
▲전현준 위원＝한ㆍ미 공조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믿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귀울 이는 모습이 돼야 한다. 한ㆍ미간에 모든 문제에 있어서 인식의 차이 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ㆍ미 공조 아래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생각이고 우리의 한ㆍ미 공조는 목표가 좀 다르다. 미국 을 설득하든 호소를 하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평화와 안정을 깨는 수준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한ㆍ미간 의견이 다르지만 이를 조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균열이 생긴다. 최대 공약수를 찾아가되 우리의 입장이 무시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헌법을 바꾸기 전에는 평화통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로의 가 치가 다름을 인정하는 하면서도 한ㆍ미공조가 필요하다.
▲김영호 교수＝한ㆍ미 공동선언에는 '추가적 조치' 등 애매모호한 표현이 많다. 다자회담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다. 다음 회담에는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국내 정치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꼭 참석하도록 적극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 위원의 지적처 럼 정부는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 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박효종 교수＝핵보유 국가가 많지만 북한 핵보유 여부가 불거지게 된 것은 북한 정권이 합리적이지 않은 정권이라는 점에 있다. 이런 차원에서 대미 외교 등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선우 교수＝노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지만 속뜻이 무엇인가에 대 한 접근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의 말 실수는 어설픈 솔직함, 어설픈 인간적 미 같다. 언론이나 국민들이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여 실제로 말하는 것에 대한 초점을 맞춰 주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
▲사회＝정치개혁은 현안에 밀려 노무현 정부가 표면에 내세우지 못 한 문제인 것 같다. 선거구제 개편은 정치적 어젠더조차 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입장이 분명 하지 못했다. 정강 이념을 먼저 세우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면 혼란이 덜했을 것이다. 신진들을 등용하려는 노력은 보이지만 코드가 국민 전체와 좀 떨어져 있어 개혁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박효종 교수＝구조를 바꾸고 제도를 바꾸는 등 낡은 틀을 바꾸는 데 대한 공감대는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측면 이 두드러지고 있다. 마음을 좀 비우고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지 말 고 장기적 측면에서의 노력을 주문하고 싶다.
▲김영호 교수＝국회에서는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정치개 혁과 관련해서 포퓰리스트적인 지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를 통해 서 안 된다면 국민들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론과 너무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문제다. 언론과의 정상적인 관계 회복이 시급하다. 코드가 맞는 사람만을 써 당선 후 자신의 입 지를 좁히고 있다.
▲이선우 교수＝사회가 사상적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 자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정치 문화가 제대로 되 지 않은 상태에서 각계 각층에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혼란 상태 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과제다.
▲전현준 위원＝정치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병폐인 지역 정당 탈피다. 정책 정당, 이념 정당화돼야 한다. 세 대교체가 그 중간단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는 지역 정당에 대해 생각을 덜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인위적으로 지역 정당 탈피를 위한 신당 창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사개혁·위기관리]"盧, 지지자에게도 보여줘야"
▲사회＝참여 정부의 슬로건은 참여다. 초기에는 인사를 할 때 포퓰 리스트적 요소를 도입했다. 그런데 인사검증과정에서 특정 집단이 비 토하는 등 인재의 고른 등용 측면에 문제가 제기됐다.
▲전현준 위원＝인사정책은 (특정집단의 구성) 비율을 정할 필요가 없다.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사람을 배치하면 된다. 국가위기 관리는 인재 관리와 연계되는 문제다. 위기 관리의 출발점은 국민 개개인의 의식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이선우 교수＝집권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인사는 고도의 정치적 결정 과정을 거친다는 것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 인재 풀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직업공무원들이 이를 견제 해주어야 한다. 5년 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욕심보다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김영호 교수＝인사에 관한 제도적 메커니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2, 3중의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100일 이후에는 이런 부분을 좀 더 강조해 나가야 한다.
▲사회＝정권 출범과정에서 운동권, 노조 등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개개인이 아니라 세력 측면에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장관과 정책보좌관 임명, 무보수 비상근 특보 임명 움직임 등은 대 통령 인사권 자체가 지나치게 남용되는 게 아닌가 한다. 시스템과 인 사를 재정비해야 할 현 정부는 상당히 고려해야 한다.
▲박효종 교수＝사회집단들의 요구나 행동이 과거 정권에 비해 과격 성을 띤 측면도 있지만 참여정부의 대응방식이 독특했다. 이 때문에 또다시 과격해지는 악순환을 하고 있다. 탈권위주의, 인터넷 참여 등 으로 인해 권위주의 통치관이 약화된 측면도 있지만 리더십 결핍이 지적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리더십이다. 이성적 정당화를 생략하고 최소화하다보니 지지자나 반대자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 소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상황논리에 따 라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솔직하지만 저항 세력으 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저항적 리더십이 있다. 온정적 리더십도 있다. 지지세력 자처자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것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려 움이 있는데 읍참마속과 같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은 악순환 이 이뤄졌고 이 때문에 대통령직 위기감을 예상보다 빨리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김영호 교수＝마키아벨리는 군주는 공포와 권위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권위와 과거의 권위주의는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에게 `노` 라고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 어야 한다.
▲이선우 교수＝대통령의 권위는 국민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원칙을 세워줄 때 권위가 섰다. 대통령이 신세를 진 집 단에 대해 원칙을 세워줄 필요성이 있다.
▲사회＝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세계적인 수준에 서 국가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국정 전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시스템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전문 가적인 검토를 거쳐 보완해야 한다. 시스템 운영에도 각 분야의 제대 로 된 전문가를 최대한 등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