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남북화해와 안보, 공존할 수 없는가?'

-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려는 정부의 노력에는 하자가 없으나, 현 정부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과중한 비중을 싣고 과속질주를 지속하면서 동맹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헝클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로서의 국가정체성이 훼손되고 안보 정론에 위배되는 자발적 안보해체와 국방역량의 축소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를 견제하고 조정할 우파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 한국의 우파는 분열되어 있고, 우파의 단결과 견제역할의 중심에 서야 할 우파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존재감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로 스스로의 정치적 생존, 정치 영향력 및 지위 유지, 계파간 이해다툼, 자파세력 확대를 위한 공천 구상 등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남북화해를 시도하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원칙, 확고한 안보 등을 지켜나갈 건전한 우파세력의 등장을 갈구하는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 지난 7월에 발표한 「국방개혁 2.0」은 안보정론과 국방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우며, 3군의 균형발전, 과다한 장성숫자 조정 등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꼭 있어야할 것들이 실종되어 있다. 예를 들면 남북관계 개선 및 북한 위협 소멸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근거하여 북한이 평화공세를 통해 세계를 기만하면서 핵을 유지하고 얻을 것만 얻어내려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 대비하는 Plan B가 없다. 재래군사력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이 가져올 병력부족, 숙련도 약화, 단기장교(ROTC) 모집애로 등에 대한 보완책도 없다. 해․공군 육성을 통한 3군 균형발전은 올바른 개혁이나 육군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키는 내용들도 많다. 또한 독자적인 북핵억제능력 배양 차원에서 추진했던 3축 체제(한국군이 독자적인 선제, 방어, 응징능력 보유)와 공세적인 신작전 개념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향후 중국이 야기할 미래위협에 대한 청사진과 미래 戰場 환경을 예상하고 신기술․신전략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 주한미군의 존재명분과 유엔사의 존재이유 약화, NLL과 해군작전수역 무력화 시도와 서북 5개 도서 취약성 증대 등 조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가져올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를 감안한 대책들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Vigilant Ace 등 주요 한미연합훈련들이 중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까지 이루어진다면 동맹 희석, 미국의 대한 방위 공약 약화, 연합전력 약화 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한마디로 「국방개혁 2.0」은 군사적 관점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에 비중을 두고 일방적․선제적으로 스스로 군사력의 양적 축소와 수세지향적 전략을 추구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 9월 19일 서명된 ‘군사분야합의서’도 군비통제원칙에 위배되는 내용들을 포함하여 안보 정론에 부합하지 않으며, 특히 攻者와 防者의 차이점을 외면했다. 예를 들어 비행금지구역 설정, GP 동시 철수,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민간 개방 등은 한국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NLL을 형해화시키면서 서북 5개 도서의 군사적 고립과 수도권 측방의 전략적 취약성까지 초래할 수 있는 서해평화수역이다. NLL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주권선이고 경제선인 동시에 안보선이고 생명선이다. 다만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과 같은 인도주의적 사업이 포함된 것은 유의할 만하다.

- 따라서 현 정부는 과속질주를 멈추고 대외적으로 동맹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 대북접근의 속도와 내용을 조정해야 하며, 국내적으로 남북 상생과 안보는 함께 굴러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되어 한다는 지적, 곧 북한과의 화해협력이란 안보를 희생시키면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을 경청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화해와 안보는 공존해야 한다.

- 이 시대에 우파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정부와 국민에게 남북화해와 안보가 공존․병행해야 함을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서 국가가 위험에 빠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며, 특히 새로운 일꾼(정치인)들에게 국가정체성과 안보 그리고 경제를 지키는 역할을 내어주어야 한다. 우파 국민은 건전한 이념, 정책 능력, 정책을 펼쳐나갈 용기라는 삼박자를 갖춘 새 지도자들의 등장을 원하고 있다. 이것이 우파가 방향 감각을 회복하고 남북화해와 공존을 담보하는 길이다.

■ 박인환 전 건국대 교수 :‘사법개혁의 바른 길 무엇인가?’

- 사법개혁은 사법의 탈정치화, 탈이념화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하에서는 이른바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사법이 정치와 이념에 종속되는 사법의 정치화와 이념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이는 대법원장등 대법관의 교체, 헌법재판소장 등 헌재 재판관의 교체를 통하여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권력 교체는 결과적으로 신기루와 같은 촛불혁명의 이념을 사법적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과거보다 더욱 심한 ‘패거리 사법’, ‘코드 사법’이라는 혹평을 들을 수밖에 없다.

- 사법개혁의 바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법권의 독립이 사법부의 판사 등 구성원 개인이나 사법부 자체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제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판의 독립이 재판부의 자의적인 재판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되며, 나아가 사법부의 독립이 사법부가 국가나 국익, 국가의 정체성, 국가의 이념과 동떨어진 독립성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국가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키고 국익을 지키는데 봉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과거 정부의 사법 활동에 대해 사법농단이니 재판거래니 하면서 무리하게 프레임임 씌우는 관점은 다시 비판적으로 돌아봐야할 여지가 있다.

- 끝으로 사법개혁과 관련하여 전관예우의 관행을 근원적으로 타파하기 위해 특히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사 수임료의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

- 대한민국은 맨주먹에서 3만불 소득을 실현했으나, 한강의 기적이 한강이 눈물로 급전직하(急轉直下)할 수 있다. 비정규직을 없애겠다(zero화)고 공언하는 정부 정책과 이에 편승하여 친인척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고용을 세습하는 나라,‘학교밖 학생’에게 묻지마 현금을 주겠다는 나라, 독점 노조가 국가권력과 결탁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나라, 오직 내 임기만 챙기겠다는 YOLO(you only live once) 정권이 우리의 현실이 되었으며, 과연‘우리나라에 희망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하는 이유이다.

- 아울러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나라,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라고 자임하는 나라, 분배를 통해 성장을 꾀하겠다는 비이성적인 나라,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독선의 나라가 우리의 자화상이며, 국가개입주의 사고를 벗고‘경제하려는 의지’를 살리지 못하면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 경제성장율 전망치 하향 조정 : IMF, OECD 등 주요기관들이 금년도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추경을 편성하면서까지 끌어올린 2017년 3.1% 성장률은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성장률평균 3.7%보다 0.6% 낮은 성장률이다. 2018년 성장률을 2.8%로 가정하면 세계성장율 3.7%과의 차이는 0.9%로 벌어지고, IMF의 예측에 의하면 2019년에는 그 차이가 1.1%로 확대될 것이다.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한국경제는‘쇠몰(衰沒)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것이다. 좌편향된 사회분위기속에서 시장경제가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는 국가개입주의에 의해‘몰가치’한 것으로 폄하되고 기업가는 정권과 대중의 표적이 되었다. 개인적․사회적으로 ‘自助意志’와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가 실종되어 버렸다.

- 소득주도성장의 확신편향과 논리의 자가당착 : 최근의 고용참사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며,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확신편향’이 그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파생정책 상품이며, 미숙련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희생을 전제로‘정규직 근로자가 배타적’으로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논리의 자가당착은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깍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대책에서 발견된다. 최저임금 폭주의 후유증을 치유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고 노동생산성을 증진시키는 것 밖에 다른 길이 없다.

- 정책실패의 불인정 :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인 결과 고용과 분배가 나빠졌음에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권의 독선이 가장 큰‘리스크이다.“최근 고용· 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속도감 있게 추진 하라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최근 1년 이내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구직단념자'수는 9월 55만6천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음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취업자 수 증가폭의 감소를 설명할 수 없다. 고용절벽’이 중기화되자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 확대(단기 체험형 인턴)’를 지시하고 일자리 확대실적을‘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최근의 연령별 취업자 증가폭 통계를 보면 15~64세의 일자리는 줄고 65세 이상의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 가계소득분배 통계 오독(誤讀) : ‘1990 ~ 2016년까지 26년간 가계 총소득(186%)보다 가계 평균소득(90%)이 훨씬 적게 늘어나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었다’고 해석했지만 가계평균소득이 적게 증가한 것은 일인(一人)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추진 :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이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영세업자의 ‘과다진입’이 문제의 원천으로 ‘골목상권 진입’ 이외의 다른 대안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또 논리적으로도 자가당착에 빠지는 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진정 존재한다면 제3자의 개입은 불필요하다. 왜냐하면‘시장의 힘’에 의해 최적자(fittest)가 도태될 수는 없으며, 대기업이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작위적인 개념으로 기저에는 다수를 이루는 중소기업의 이해를 우선 반영하겠다는‘인기영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 ‘풍요가 자본주의의 최대의 적’이라는 슘페터의 성찰 : 풍요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최대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슘페터’의 성찰을 반추해야 한다. 슘페터는『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1942)』에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성공을 견인했던 요인들이 오히려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를 쇠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