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① 경제>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1. ‘국가개입주의’의 인습적 사고
문재인 정부는 공식적으로 ‘큰 정부’를 견지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좌파 정부의 ‘화답(和答)’이다. ‘최대의 고용자는 국가’이며,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정치에는 임기가 존재하지만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10일 현재 한국경제를 인수 받았다. 그들의 ‘한국경제의 상황’에 대한 인식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념적 지평을 차치하고,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던 한국경제가 세계평균 경제성장률을 쫓아가지 목하는 ‘저성장국가’로 추락했다.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고갈된 성장 동력을 재충전하고 지연된 구조조정의 시동을 걸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성장페달을 밟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현실 인식은 사뭇 다르다. ‘구조개혁, 신(新)성장동력, 경쟁력 강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2. 문재인 정부의 확신편향
문재인 정부는 ‘국가개입주의’에의 확신편향에 빠져있다. 확신편향이 위험한 것은 ‘도그마’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양극화를 과장하고 있다. ‘분배를 통한 성장’을 굳게 견지하고 있다. 국가가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불평등으로 붕괴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현실인식’을 진리로 맹신하고 있다. 그 결과 채택한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이론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그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가 정책은 기업 전략과 차원이 다르다. 국가정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남들이 안 간 길보다 다져진 길을 가는 것이 정석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무너지면 여기에 연계된 모든 정책은 자동적으로 와해된다. 소득주도성장은 모든 정책오류의 원천, 즉 ‘근원적 오류’(mother fallacy)로 전락할 수 있다.

3. 문재인 정부의 정책추진 행태
정책은 크게 "왜 (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로 구성된다. 그리고 "어떤 효과가 나타날 가"를 예측하고 정책 내용을 사전에 조정한다. 문재인 정부는 ‘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 자신을 지지하고 정권창출에 기여한 국민이 원하면 한다는 식이다. ‘무엇을’도 치열한 고민이 없다. 전임정권의 행적을 모두 ‘적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정책 어젠다를 고르면 된다. ‘어떻게’도 마찬가지다. 밀어 붙이면 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여론조사로 마무리 한다. ‘어떤 효과가 나타날 가’는 아예 생각조차 안한다.

문정부의 정책 추진 행태에서 신중함과 사려 깊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지지를 받을 때 하지 않으면 추진동력이 상실된다는 조급증에 빠져있다. 정당한 논거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무리한 정책집행은 후일 문재인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문 정부 들어서 이미 적폐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4. 문재인 정부 정책 평가

1) 큰 기회비용 치를 11조원 추경편성
문재인 정부의 추경은 올 연말까지 8.8조원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했다. 초과세수가 예상된다고 추경편성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추경은 일자리 창출을 표방했지만 중앙공무원 약 2600명을 늘리는 것이기에 일자리 추경이란 명분이 민망하다.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을 위한 추경으로 추경 명칭을 바꾼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11조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다면 11조원을 더 긴요한 곳에 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퍼리치 증세로 더 걷을 수 있는 세수 증가분 5조원의 2배이다. 이번 추경은 가장 큰 기회비용을 지불한 추경으로 평가될 수 있다.

2) ‘시장의 복수’ 부를 묻지마 최저임금인상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금액으론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정해졌다. 기록적인 2자리수 최저임금 인상은 예견된 대로다.

최저임금인상의 인식오류는 2가지다. 최저임금제도가 취약계층을 지원해 ‘빈곤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것이란 기대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예컨대 시간제로 일하는 주부와 대학생이 반드시 빈곤층에 속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최소한 이 정도’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저소득가구의 생활이 안정될 것이란 정책 사고는 오류를 빚을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오히려 대·중소기업간 임금소득의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생산성 낮은 근로자를 실직으로 내몰 것이다. 벌써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64년 섬유 외길’을 걸어온 ‘전방’(옛 전남방직)이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5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사업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을 맞이할 것이다.

정부는 인상된 최저임금의 일부를 보전해 주겠다고 한다. 이는 경제를 “외부에서 태엽을 감아주지 않으면 서는 자동인형”으로 만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자기 완결적이지 않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한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남용한 것이다. 지불능력 부족으로 인한 미지급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다. 깁·을 관계를 착취관계로 보면, 계약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경제는 멈춘다.

3) 수퍼리치에 대한 핀셋 증세
한국의 소득세 집중도는 매우 높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상위 1%, 10%의 소득세 집중도는 45.7%, 87%이다. 이는 미국(2013년 기준)의 37.8%와 69.8%보다 높은 것이다. 한국의 소득세 집중도가 높은 이유는 소득세 면세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근로소득 면제자 비중은 46.5%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일본과 영국은 15.5%, 2.3%이다. 내는 사람만 내는 구조다. 증세안(최고세율 42%)이 실현되면 한국의 소득세 집중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방세분을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46.2%로 올라간다. 국가가 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면, “생산수단의 절반을 사회화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개세원칙은 철저하게 훼손되고 있다.

법인세는 손대지 않는 게 최선이다. GDP 대비 법인세수의 비율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4.0%로 여전히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법인세 부담집중도가 최고도에 도달했다. 2014년 기준으로 59만개 신고법인 중 0.53%의 3,101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78.4%을 부담하고 있다. 과세표준 2000억의 신설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다.

법인세 인상은 세계 조류에 역주행하는 것이다. 국내기업의 한국 탈출을 부추기고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에 손사래를 치는 격이다. 법인세는 직접세의 형식을 갖지만 ‘사실상’ 간접세다. 기업은 법인세를 주주, 종업원, 납품업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분산시킨다. 따라서 법인세 인상은 ‘세수측면에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질 수 있다.

핀셋 증세의 세수효과는 연간 최대 5조원이다. 5년으로 환산하면 25조원이다.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178조원)의 14%이다. 이삭줍기 식이다. 불요불급한 공약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4) 국고(國庫)는 무제한인가? 정부곡간 비우는 정책
증세의 물꼬를 터서인 지 8월 들어서는 하루걸러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대형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치료를 급여화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의료보험 흑자누적액과 의료보험료 인상으로 30.6조원의 소요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특성에 대한 무지를 들어낸 것이다. 예컨대 MRI를 급여로 하면, 수요는 무한 팽창할 것이다. 2006년 6세 미만 아동의 입원비를 전액 의료보험에서 지급하자 가짜입원소동이 벌어진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5. 에필로그 : 국가는 선(善)하지도 전지(全知)하지도 않다
국가가 박애주의의 실천자가 된다면 모두들 입법을 통해 특혜를 받으려 할 것이다. 국가로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추가하지 않고서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한 손으로 무엇인가를 빼앗아 다른 손으로 나눠줘야 한다.

복지의 본질을 천착해야 한다. 복지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와 복지혜택을 누리는 주체가 분리된다. 성장페달을 밟아 소득을 올리지 못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소득을 버는 사람은 “단 돈 1만원이라도 소득세를 내야 복지를 청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소득세 면제비율 46.5%라는 도덕적 해이를 시정해야 한다.

국가는 ‘시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개인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계산능력’을 갖지 못하다. 국가가 시장을 통하지 않고 개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 한다면, 부지불식간에 누구의 편을 들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렇다. 국가 주도로 최저임금을 올릴 것이 아니라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켜야 한다. 생산성을 넘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불특정 다수에게 그 비용의 전가를 용인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는 없다. 실존하는 인간 밖에 초월적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도 이런저런 이해관계의 이끌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의 이익은 다른 누군가의 손해를 수반한다. 핀셋증세가 그 증거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이렇다. 7.25일자 여당의 원내대책회의 내용이다. “국민의 85.2%가 증세에 찬성하고 자유한국당 지지자조차 70%의 찬성률을 보였다. 세대, 지역, 이념, 성별을 초월해 모든 계층에서 법인세와 소득세율 조정의 목소리가 높다. 0.01% 초대기업, 0.1%의 초고소득자 등 슈퍼리치 적정과세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증세의 당위를 여론에서 찾는 것은 허망하다. 사회적 합의가 아닌 ‘사회적 강요’가 있을 뿐이다.

8월 들어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복지정책들이 문대통령 발언을 빌어 연일 정책화되고 있다. 노인기초연금 인상,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 그 사례이다. 그리고 경상GDP 증가율 이상의 재정확대를 꾀하겠다고 한다. 이는 ‘적자재정’을 공언한 것이다. 증세가 어려우면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래세대의 재원을 미리 끌어 쓰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국가부채가 쌓이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실증연구는 도처에 놓여있다.

집권에 성공한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이념과 가치에 지지를 보내는 집단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면 승자 연합에 속하지 못한 다수는 곤궁해지고, 갈등이 심화된다. 이익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의 일반원칙으로서 ‘법치’(rule of law)가 존중되어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여론조사와 정치지도자의 생각이 ‘법 위’에 위치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국가 계약에 의해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공사를 중단시킨 것은 법치에 반하는 것이다. 원전 폐쇄는 핵관련 인프라를 우리 손으로 파괴시키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모든 생산자원은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국가는 ‘무산국가’ 이다. 고유의 재원을 갖지 않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환상이다. 국가가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국민이 국가를 먹여 살리는 것이다. 국가에의 의존이 타성화되는 것만큼 인간의 존엄을 허무는 것은 없다.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가 되어야 한다’는 정책사고는 이 정부의 경제 지력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일자리는 시장을 통해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확신편향에 빠져있다. 유연한 정책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도그마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큰 정부’가 시대정신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국가개입주의는 자칫 전체주의를 부를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활력을 살리지 못하면 그 경제는 ‘노예의 길’로 빠져들 게 된다. 정권은 짧고 정치는 길다.



■ <발제② 노동>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소득주도 성장
- 문재인 정부의 정책의 핵심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및 처우개선은 본질적으로 정부지출의 증대임. 문제는 공공부문 고용임금의 엄청난 경직성을 감안하면, 길게는(연금과 유족연금 포함하면) 60년에 걸친 정부지출의 증대임.
- 이미 공공부문 지출이 적지 않음. 일반정부의 총지출은 GDP의 32.4%(총수입은 34.5%), 공기업 총지출은 GDP의 11.6%로 공공부문의 총지출은 GDP의 44.0%(총수입은 46.7%)임. 일반정부의 총 수입과 복지지출(GDP의 11% 내외)을 비교하면, 한국은 저부담저복지 국가가 아니라, 중부담저복지 국가임.
- 문재인 정부는 중하층의 소득을 올려줄 수 있는 많은 솔루션을 건너뛰고, 하는 일에 비해 월등한 처우를 누리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과 소득이 0원이 되는 사람이 속출할 수 밖에 없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달려가고 있음.

▪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
- 새로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81만개가 아니라 17만 4천개임. 창출과 전환은 같지 않음. 세금과 독점 요금이 주 수익원 인 곳에서 고용을 늘리고, 근로조건을 향상하면 이들을 세금과 요금으로 먹여살려야 하는 민간부문의 고용사정은 더 나빠짐.
- 공공부문 종사자 보수가 너무 높음. 이는 공공부문 취업 경쟁률로도 알 수 있음. 문재인 정부는, “민에 대한 관의 가렴주구”라는 조선의 핵심 모순부조리를 개혁할 어떤 의사도 내비치지 않고 있음.
- 신규 창출 17만 4천개 관련 예산도 터무니없이 적게 잡음. 2015년 12월 31일 기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 대한민국 공무원” 102만 6천명의 평균은 연령 42.2세, 재직기간 15.7년, 월평균 초과근무시간 25.1시간, 세전 연봉은 5,892만원임. 2017년 4월 관보에 게시된 공무원 기준소득 월액에서 연봉을 계산해 보면 세전 연봉은 6,120만원으로 오름.
- 문재인 대통령은 OECD국가들의 평균 복지 공무원 수는 인구 1천 명당 12명인데, 한국은 0.4명이기에,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늘리기만 해도, 사회복지공무원 25만 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함. 그런데 GDP대비 복지지출 비중(2014년)은 한국 10.4%, OECD평균 21.0%임. 이유는 정부(공무원)나 공공기관이 할 일을 민간복지기관(종사자)이 하기 때문임. 유럽 같으면 당연히 공공부문에 정규직으로 직고용 되었을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공공부문 정규직의 임금은 너무 높고, 경직되어 있다 보니 민간고용으로 돌려버린 것임.
- GDP 대비 정부지출은 일본 39.8% vs 한국 25.9%(2014년 기준),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일본 23.06% vs 한국 10.36%(2016년 기준)임. 하지만 일본은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너무 낮아서 문제라는 얘기가 없음. 일본에서는 소방직이나 사회복지공무원의 노동 강도(과로사 등), 공공서비스 질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지 않는 것은 일본의 공무원 및 공공부문 인력이 적어도 한국만큼 경직적이지 않기 때문임. 공공부문의 임금이 한국처럼 높지도 않음.
- 정책 수립의 기본 수순은 유럽 소국들이 주도하는 OECD(산술)평균과의 격차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 소비자〮이용자의 요구와 불만에 대한 평가가 우선임. 그 다음 비용(예산) 대비 국민 편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공급 방식을 고민해야 함.

▪ 비정규직 정책
- 비정규직 시비는 종신고용-연공임금-기업복지-미발달한직무급및 외부노동시장으로 요약되는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함. 그나마 한국이 일본에 비해 고용임금에 대한 사회적 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또 기업 간 초과 착취(갑질)에 기초한 직장계급사회=지대추구사회적 특징이 강함.
-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의 고용임금 수준이 자신의 본원적인 생산성(직무성과)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집단의 지불능력과 노동의 교섭력에 의해 정해지고 있음. 이런 사회에서 최고의 직장은 민주적 통제를 벗어난 국가(공공)부문임
- 각자의 고용, 임금, 복지 수준이 근속연수, 기업규모, 기업능력, 노조유무가 아니라 자신의 본원적인 생산성(숙련 등)과 시장의 요구에 조응한다면 비정규직 문제가 있을 수 없음.




■ <발제③ 교육> 양정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총평
- 정부 불신시대에 갑자스런 대선으로 당선된 점에서 100일은 현 정부의 정책평가에는 미흡한 면이 있음
- 특히 인수위가 없고 교육부장관도 인사청문회후 바로 업무가 진행되어, 정확히 세부적인 교육정책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있음
- 하지만 공약에서 제시된 교육정책과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의 교육분야 국정과제는 교육분야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체계적이고 준비된 정책추진이 가능할지는 애매한 부분이 많음
- 특히 자사고, 외고 폐지 논란, 수능 절대평가 논란, 전교조와 교원 정치중립성 논란, 초등교사 임용 축소 논란 등은 학부모를 비롯해서 학생, 교사 등의 대립과 갈등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고, 논란이 길어지면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과 추진 동력을 얻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음

▪ 세부분야
- 자사고, 외고 폐지 논란은 정확히 교육부의 입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교육감과 시민단체의 요구가 갑자기 표출되면서 학부모와 해당학교의 예상외 반발을 사게되는 양상으로 전개돼 실익보다는 오히려 논란만 불러일으킨다는 정부이미지만 얻게 되었음
- 수능 절대평가 논란도 실제는 전 과목 절대평가시 동점자 양산, 학부모의 수능중심 정시확대 요구가 잠재해 있는 상태에서 휘발성이 강한 입시문제를 너무 쉽게 접근한 면이 있어 보임. 제시된 2개안 모두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고조될 가능성 높음
- 전교조 문제와 교원 정치적 중립성은 학부모의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지난 통진당 해산에서 나타난 것처럼 교육분야에서 정치적 성격이 강한 전교조와 교원의 정치행위 허용은 현 정부 지지자들조차 반발할 가능성이 커 논란에 비해 실익이 없어 보임. 특히 학부모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불거지만, 현 정부의 반대나 비토세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 정책방향 재설계가 필요
- 초등교사 임용 축소 논란은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와 맞물려 있고 예비교사와 기간제교사와의 이해당사자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20대 청년층의 불만이 높았지만, 교육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임

▪ 향후 방향
- 실제 현 정부는 핵심 교육분야 주요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아주 정교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함. 여러 갈등요인이 내포된 정책을 추진시에 10년전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교육정책의 좌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노무현 시즌2라는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음
- 특히 다양한 교육분야 복지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필요한데, 송기창 교수의 예산추계로 5년간 30조원 이상이 필요한 점을 예상해 볼 때, 실제 정책추진에서 예산지원이 없을 경우 교육정책 실행여부가 불투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 <발제④ 외교.안보> 남광규(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 한미 동맹의 딜레마
- 문재인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 병행의 강조와 트럼프대통령이 언급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라는 발언 사이의 간격과 북한문제에 대한 현실적 인식의 차이가 큼
- 사드문제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스탠스가 모호해 미중 양국으로부터 오해와 불신을 살 여지를 안고 있음. 지나치게 중국을 의식하거나 계속 박근혜정부의 한미협상과정을 문제삼으면 미국은 문재인정부를 불신할 수 있음.
- 문재인정부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동북아균형자론’을 제시한 것처럼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이완, 혹은 이탈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

▪ 대북정책 방향과 현실적 상황
- 독일에서의 대북정책 제안은 2000년 3월 김대중 전대통령의 <베를린선언>, 2011년 5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베를린제안>, 2014년 3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선언>등임. 발표한 바 있다.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나 인도적 대북지원과 협력은 좌우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권들이 북한에 대해 취했던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문재인정부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님.
- 하지만, 남북대화가 성사되더라도 실제 얼마만큼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임. 북한으로부터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민족공조’냐 ‘한미공조’냐의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수도 있음.

▪ 대북 국제공조의 약화와 동북아 대립구도의 강화 가능성
-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에 있어서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 축을 형성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한 축을 형성함. 문재정부의 접근은 미일보다는 대화를 강조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가까운 행보임. 북한은 미중관계의 갈등적 국면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미국에 대한 반발뿐만 아니라 도발을 통해 중국도 압박하고 있다. 동북아 국제정치의 하위 요소라 할 한일관계가 문재인정부에서 발전할 가능성은 낮고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진전도 어려울 것임. 따라서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있어서 한미동맹 보다 미일동맹이 더 밀접해 질 가능성이 높음.

▪ 소외되고 있는 제3자 한국
-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 논리가 한국 사회 내에서 부지불식중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고 정부와 언론이 이를 방임하고 있는 점임. 신정부 지지 세력이 좌파와 급진적 민족주의 노선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차원에서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북한의 핵개발을 민족공조의 논리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정치적 캠페인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