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 김대호 (시장디자인연구소 소장)

- “정규직은 정상이고, 좋은 것인 반면, 비정규직은 비정상이고, 나쁜 것이므로 조속히 축소되거나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보임. 그러나 비정규직은 그 실체부터 애매모호하며 기준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규모가 들쑥날쑥함. 문제는 분사화, 외주화 된 기업의 근로자와 노동자성과 자영업자성이 혼합된 근로자 혹은 사업자를 어떻게 분류하냐임. 노동단체들은 근로를 하는 사업장이 대기업(원청)의 공장 안에 있거나 원청으로부터 수주(도급 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사내하청이나 간접고용으로 규정하고 이를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함. 한국 문제를 알기 위해 외국과의 비교가 필수이지만 한국과 일본 외에는 비정규직 혹은 non-standard worker나 non-normal worker 라는 개념으로 근로자를 분류하는 나라는 없음. 사실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고용관련 규제는 어느 나라나 다 있지만, 사적 자치 영역인 고용 형태에 표준이나 정상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한국적 특성임. 만약 선진국들도 한국의 기준으로 비정규직 통계를 낸다면, 파트타임 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 등이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면서 비정규직 비중이 껑충 뛰게 됨. 그러면 선진국과의 비교를 토대로 비정규직 과다를 시비하는 한국의 비정규직 담론은 무색하게 되어 있음.
- OECD 경제고용지표를 들여다 본 사람은 한국의 교사, 공무원, 공기업 근로자, 은행원(규제산업), 면허직업, 대기업 근로자 등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장의 임금이 1인당 GDP나 근로자 평균임금이나 중위임금 대비 월등하다는 것을 알 것. 한국의 상위 10%는 미국의 상위 10%와 달리 시장이 검증한 생산성이 높아서 고소득자가 된 것이 아님. 공무원이 임의로 만든 표준(보수기준), 국가규제, 국가독점 이익, 민간독과점 이익, 우월적 지위에 의한 갑질 등의 산물임. 한마디로 소득의 원천이 세금이나 지대임. 단순화하면 한국은 소득 상층 500만명이, 선진국이라면 1000만명이 먹을 파이를 먹고 있음. 이는 우리의 독특한 생산물 시장, 노동시장, 공공부문, 국가규제와 표준, 고비용구조, 과도한 요구와 기대 등의 산물임.
- 일반적으로 영미권은 고용주 판단에 따른 근로계약 단절이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쉬움. 하지만 한국은 둘 다 어려움. 한국에서는 대기업, 공공부문, 규제산업의 경우 거액의 해고비용(명퇴금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임. 국가라는 강력한 보호장벽이 있는 공공부문은 그렇지 않겠지만 변화부침이 심한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민간기업들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한국식 정규직을 극력 기피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임. 이들은 핵심 역량을 제외한 아웃소싱 확대, 기간제, 시간제, 파견용역 등 다양한 고용계약을 통해 시장의 변화부침에서 오는 위험과 충격을 분산하고 노동비용을 줄여야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기 때문임. 공무원과 노동계와 진보가 고용임금의 유연성, 연대성, 공정성(생산성에 비례하는 임금체계)을 외면하면서 오로지 정규직=영구직을 강제한다면,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밖에 없고, 비임금 근로자도 더디게 줄어들 수 밖에 없음. 뿐만 아니라 파트타임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하면서 최대한 줄여야 할 어떤 ‘악적’ 존재로 간주하다 보니,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고용 현안으로 부상할리 만무함.
- 정규직의 권리, 이익을 과도하게 상향시켜 정규직이 생겨나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또 비정규직으로는 도저히 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 놓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비정규직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함.


■ <토론①>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과 같은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기간제근로자의 고용비용 증가로 기간제근로자가 감소되었으나 풍선효과로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이 증가하였음. 노동비용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정규직 고용이 감소하였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합인 임금근로자 고용이 감소하였음. 노동조합의 제자리 찾기를 통한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고 기업의 거래비용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고용형태를 인정하는 것이 비정규직 근로자 관련 바람직한 정책 방향임.


■ <토론②>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비정규직 문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 ‘탐욕스러운’ 기업가들이 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에 비해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뽑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게 되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음. 다양한 고용형태가 수요와 공급 측의 다양한 요인과 그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오히려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측면을 고쳐나갈 수 있음. -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과 관련해, 추경이 헌법에서 엄격하고 제한하고 있는 법적 요건을 잘 충족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 또한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린다 하더라도 이것이 민간에 더 큰 부담을 지운다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음. 공무원이나 교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겠지만, 다른 국민들에게는 자신들이 세금을 내서 부양해야 할 사람들이 늘어다는 것. 더 늘어난 공무원과 교사들의 서비스가 현재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면 모르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줄고 있는데 교사들을 늘리겠다는 것이냐는 소리만 들려옴.


■ <토론③> 정희선 (변호사)

-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성과 타당성을 가져야 함. 계약 체결의 자유는 헌법상 원칙이며, 헌법재판소는 “계약자유의 원칙이란 원치 않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까지 포함한다고 판시하였음. 그리고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 경영권 역시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3조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5조가 경영권의 근거를 이루는 것으로 헌법상의 권리라고 명확하게 판단하였음(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도7225 판결). 그런데 새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계약당사자들이 자유의사로 체결한 계약관계에 정부가 개입하여 기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새로운 계약을 강요하는 것인바, 헌법상 계약체결의 자유 원칙 및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정책일 가능성이 있음.
- 본질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정규직 제로라고 하는 슬로건과 그 내용이 헌법 원칙에 충돌하는 위헌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계약 체결의 자유에 따라 누구든지 다양한 고용 형태 결정의 자유가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병존은 그 자유를 행사한 자연스러운 결과임. 자유시장 기본질서를 채택한 나라들에서는 비정규직 제로라는 극단적인 고용형태가 발견되지 않음. 비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남용 및 과도한 차별의 금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비정규직 제로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비정규직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현 정부의 발상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봄.
- 독일은 경제성장률 침체와 고실업으로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으나, 이른바 “하르츠 개혁”으로 파견 자유화 등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제회복과 고용기적을 이루어냈음. 프랑스도 강성노조에 맞서 공공일자리 감축, 법정근로시간연장, 경영상해고규정 완화 등의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음. 그밖에 이탈리아는 기간제근로와 파견근로 규제를 완화하고 해고절차를 간소화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고, 핀란드도 고임금 대비 낮은 생산성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 도급계약 관계에서 원청에게 공동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노무도급을 금지시키겠다는 정책 또한 법리적으로도 충돌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과도한 규제 강화정책임.
- 정부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여야 하며,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관련 법률 규정과 절차를 거쳐야 함. 세계 선진국들이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에 대응하여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하고 있는데 반해, 오히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폐기해야 할 개혁 대상으로 삼은 노동시장 규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과 발전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직무를 다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호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