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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단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 기피 심해지고
대기업 정규직은 더 좋은 일자리로 거듭날 것
휴일근로 중복할증, 연장근로 유인 될 여지 있어
중·소 제조업, 숙박업은 장시간 근로 두드러지고
금융보험과 교육서비스업은 장시간 근로 문제 거의 없어
산업별 접근방법 달리해야 연착륙 가능할 것
근로시간단축의 공백 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고용계약, 고용형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일 시>2017년 4월 7일(금) 오후 3시 30분
<장 소>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
<주 최>바른사회시민회의, 청년이여는미래
<프로그램>
[사 회]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발 제]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토 론]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손영하 (경희대 미래융합R&D 단장)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국회 환노위가 현행 주당 최장 68시간인 근로시간을 내년부터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중이다. OECD 국가 중 2위인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찬성측과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 극심한 비용부담만 안기고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선후보들은 하나같이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주 52시간 법정노동시간 준수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칼퇴근법을, 안철수 전 대표는 연 근로시간 1800시간 단축 등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근로시간 단축은 현실화 시킬 기세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쟁점과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 우리나라 실근로시간은 OECD 국가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2위로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 국가로 알려져 있음. 장시간 근로의 주요 요인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당 근로시간별 취업자 비중을 OECD 국가 평균에 비교해 보면 풀타임 비중이 높고 파트타임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음. 이러한 노동구조로 인해 근로시간 통계가 장시간 근로로 나타나는 평균의 함정이 있을 수 있음. 파트타임 비중을 높이는 노력과 풀타임 근로시간 단축 노력이 장시간 근로 통계 개선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
- 또한 터키, 멕시코 등 우리나라처럼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가가 근로시간도 긴 경향을 보여줌. 우리나라가 장시간 근로 국가에서 벗어나려면 자영업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도 필요하고 자영업의 경쟁력 제고도 필요한 것은 아닌지 분석이 필요함.
- 휴일근로를 1주 간의 근로시간에 포함하여 연장근로로 인정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체계와 해석 및 운영이 거의 같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임.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휴일근로를 1주 간의 연장근로와는 중복되지 않는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하는 근로로 해석하고 있음. 우리나라 할증임금의 수준이 결코 낮은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의 중복할증 부담을 무시하기도 어려우며,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연장근로 유인이 될 여지는 없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필요함.
- 근로시간단축이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온다는 보편적인 실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단축으로 고용창출 여력이 있는 부문이 어디인지, 부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부문에는 연착륙 전략을 써야 되는지 등에 대한 치열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임. 우리나라 숙박음식이나 부동산임대업 등의 경우는 법이 허용하는 근로시간의 한계를 훨씬 넘고 있고, 중소제조업 역시 적지 않은 장시간근로를 보이며 금융보험과 교육서비스업 등에서는 장시간 근로 문제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임. 따라서 금융보험업, 교육서비스업 등은 근로시간 단축을 즉시 시행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숙박음식업, 부동산임대업 등과 중소제조업의 경우 연착륙에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 할 수 있음.
- 근로시간단축은 당연히 추진되어야 하지만 획일적, 전시적 추진이 아니라 우리나라 근로시간의 관행과 특징이 고려될 수 있는 다각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음.
■ <토론①>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면 일자리가 생겨나고 근로자들은 저녁 있는 삶을 되찾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 주장이 현실이 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음. 한국노동시장은 경직되어 있고, 해고비용이 높은 구조임.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들은 더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이직을 생각하지 않으며,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 수는 크게 변하지 않고 경기 침체와 맞물려 크게 증가하지도 않음. 중소기업은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줄이면 양질 일자리에 쏠림 현상과 중소기업의 일손 부족은 더 심각해짐. 그리고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기존 수당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많아질 것.
- 노동경제학에서 근로시간은 여가시간과 근로시간 투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 간의 선택의 문제임. 즉,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독일과 같이 최대 근로시간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입법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역할일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진지한 고민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함.
■ <토론②> 손영하 (경희대 미래융헙R&D 단장)
- 현재 논의되는 근로시간단축 법안을 살펴보면 대기업과 강성노조는 큰 변화를 맞지 않는 반면 중소·연세 기업과 근로자들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 예상됨. 즉 기득권층이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은 채 법적 약자만 힘들게 쪼개는 구조임.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좋은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취지와 목표는 훌륭한 법안이지만, 심도 있는 논의와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는 현실을 무시하는 졸속법안으로 전락할 수 있음.
-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가 107만명에 달하는데, 단축을 강행할 경우 이들의 노동생산성은 감소되고 월 소득은 평균 약 39만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됨.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한다면 이미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 임금은 더욱 삭감될 것. 이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를 부추겨 실업률을 상승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음. 또한 질 낮은 일자리의 증가만 재촉하는 꼴이 되어, 결과적으로 대-중소기업간 인력 양극화는 심화 될 것이며, 근로환경 역시 그 격차가 더욱 심하게 벌어질 수 있음. 근로시간 단축에 있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상은 중소 및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며, 이들이 대기업 못지않게 자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 즉,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줄이고, 임금격차를 해결하는 등의 제반 노력이 필요함.
■ <토론③>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 근로시간 감소분에 비례한 소득의 감소는 당연한 것이나, 노동계는 임금총액 보전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음. 입법과정에서 주로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 “특별연장근로 허용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러한 보완장치는 근로시간 단축 노력이 일자리로 연결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임.
- 중소업체의 경우 구인난, 업무숙련도, 재정적 여건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초과 근로를 하는 사업장이 많은데 이를 고려치 않고 휴일근로의 중복할증을 인정한다면 인건비 급증, 납기지연, 물량감소 등 심각한 타격이 우려됨. 만약 이러한 완충장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강력한 노조를 보유한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좋은 일자리가 더 좋은 일자리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며 일자리 창출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
- 장시간 근로는 낮은 노동생산성에도 원인이 있으며,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을 기준으로 68%에 불과함. 이는 결국 장시간 근로로 이어지고 삶의 질 저하와 생산성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음. 우리 근로기준법제는 산업화 초기의 “시간에 비례한 임금”에 맞춰져 있으며, 이러한 낡은 방식 또한 장시간 근로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결국 직무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함. 탄력적시간근로제를 비롯한 다양한 유연근로시간제를 활성화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함.
■ <토론④>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입장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여 300인 미만에 대해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시행시기를 연장하자는 것임. 환노위 법안소위 합의안은 300인 미만 기업에서는 2021년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9.5%이며, 급격한 근로시간단축시 절대인력 부족으로 영세사업장이 큰 피해를 입을 것. 또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므로 할증률도 중복(100%) 적용되는 문제가 발생함. 휴일근로 중복할증시 연간 소요비용이 12조 3천억원으로 그 중 70%인 8조 6천억원이 중소기업의 부담임. 공장이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 업종이나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업종에 대해 예외를 좀 더 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음. 영세 중소기업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포퓰리즘 입법을 지양하고, 산업화 시대가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함. 즉, 근로시간단축과 함께 논의되어 온 파견규제 완화, 임금체계 연공성 완화, 해고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음.
■ <토론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느냐 임. 로봇과 AI가 사람의 많은 것을 대체해 가고, 노동경직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쉽게 파견을 보내기도 어렵고 해고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채용을 늘리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現 노동시장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근로시간을 줄여도 고용은 크게 늘어나기 어려움. 근로시간단축이 아무리 좋고 옳은 일일지라도 이렇게 빠른 기간 내에 법과 제도로 강제할 만큼 긴급한 것인가 하는 문제도 짚어봐야 함. 장시간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당장 응급수술하라고 매스 들이대는 격임. 대선을 앞두고 너나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음.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노사정의 역할이 필요함. 노사의 양보와 정부 주도의 미래지향적 설계가 담보되어야 함. 노동계에서는 임금과 각종 수당에 대한 양보가 필요함. 경영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근로 공백을 신규채용으로 채울 수 있도록 하되, 다양한 고용계약과 고용형태를 만들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