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토론회
> 활동 > 토론회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
특정 이해집단 이익 대변자는 이사회 구성원 될 수 없고,
근로자이사제는 기업가 사유재산권 침해
향후 고통분담·공공개혁 불가능해 질 것
공기업 방만 경영과 비효율 심화시킬 수도
경영 중요정보, 사전 유출될 가능성 우려
미국, 한국 등 주식시장 자본주의에 근본적으로 맞지 않고,
EU 국가들도 자진폐지·축소해 이미 쇠락의 길
<일 시>2016년 11월 24일(목) 오후 2시
<장 소>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주 최>강석호 의원실, 바른사회시민회의
<프로그램>
[사 회]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발 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前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토 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박진영 (서울시 공기업 담당관)
최근 근로자의 경영참여 모델의 하나로 공공기관에 근로자이사를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근로자이사제는 기관별로 1~2명의 선임된 비상임 근로자이사가 사업계획과 예산, 정관 개․재정, 기관의 재산처분 등 주요 경영사안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1970년대에 독일을 중심으로 처음 도입됐고 현재 유럽 14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점차 폐지․축소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초,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산하기관 중 근로자 100명 이상 지방공사와 출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는 조례안을 통과해 시행에 들어갔다. 100명 미만 기관도 이사회 의결로 도입이 가능하고, 소속 기관 1년 이상 근로자에게 근로자이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근로자경영참여에 대한 부작용으로 근로자이사제는 독일 등 유럽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경영효율성을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는 학계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우리나라에 근로자이사제를 섣불리 도입 시, 방만 경영과 높은 부채 등에 직면한 지방공공기관의 구조개혁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이에 강석호의원실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공공기관의 근로자이사제 도입으로 나타날 문제점과 향후 파장 등을 짚어보고는 자리를 마련했다.
- 유럽에서는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으나, 최근 경제위기에 빠진 EU 국가들은 근로자의 경영참가제도를 자진폐지 또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 경영참여 권리가 국영기업으로 한정되어 있는 몰타, 폴란드,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는 재정위기로 국영기업이 민영화되면서 노동이사제의 직접적인 축소로 이어짐. 결국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는 노동이사제를 하기 힘듦.
- 노동이사제도는 주주가치의 제고와 극심한 국제경쟁력이 요구되는 현대기업활동, 특히 벤처기업이나 IT 기업에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채택하기 어려운 제도임. 전통제조업이 강하며 사회적 시장경제체제하에 은행자본주의인 유럽의 경우에는 맞을 수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체제하의 주식시장 자본주의인 영국,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임. 사람에 따라서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에 따른 근로자의 감독이사회참여가 독일 경제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하기도 함. 하지만 독일 경제가 살아난 것은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 때문이 아닌 2003년 시행된 Hartz Reform 때문으로 Financial Times는 분석하고 있음. 결론적으로 경영참여의 존재와 기업 성과 사이에는 어떠한 명확한 상관성도 존재하지 않음.
- 이사회가 아닌 노조가 선출한 대표(또는 근로자가 선출한 대표)는 결국 자신의 의사가 아닌 노조의 의사를 대변하게 됨. 노조가 사측과 대립하는 관계일 경우에는 더욱 심각함. 만약 어용노조인 경우에는 그 근로자이사는 아무런 기능도 없게 됨. 특히 유렵과 한국은 노동조합 운영시스템이 크게 다름. 한국도 노사협의제도가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는 점은 유럽과 비슷하지만, 노조의 설림요건이 매우 엄격하고, 한 번 설립된 노조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법률로 보장하는 보호장치가 유럽에 비해 매우 강함. 유럽은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없고, 파업을 하면 마음대로 대체할 수 있으나 한국은 그렇지 않음. 노조의 성향도 한국이 더 정치적임.
■ <토론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근로자이사제의 긍정적인 부분은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정보비대칭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임. 그러나 근로자이사제를 주식회사 형태의 출연기관에 도입하지 않는 것은 이 제도가 주식회사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임. 우선, 조례에서 특정한 자를 이사로 임명한다는 의무를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음. 즉, 근거법령이 미흡함.
- 둘째로, 이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집단의 대변자가 모여 각 집단의 이익을 조정하는 기관이 아님.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는 당해 공사 등의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므로 특정한 이해관계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를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참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근로자 이사는 자신의 연임을 고려한다면 공사 등의 전체 이익 보다는 노동조합의 대표로서 행동할 우려가 있음.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이익 조정은 노사협의를 통해 이루어질 사안이며 이를 집행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에까지 연장시킬 사안이 아님.
- 셋째로 근로자이사제는 이사회 구성원을 이질화하고 이사들로 하여금 당파적 행동을 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시기적절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방해받을 수 있어 공공기관의 비효율적 방만경영과 재정적자가 심화될 우려가 있음. 마지막으로 경영에 관한 중요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노동조합에게 그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경우 비밀유지가 요구되는 사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사업자체의 성사까지도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음.
■ <토론②>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는 자금을 댄 자본가 또는 그 기업가에 의해서 만들어 짐. 그래서 자본가 또는 기업가가 일자리에 대해서 권리를 갖고, 경영에 대한 권리를 가지게 됨. 물론 권리를 갖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자본가나 기업가의 몫이 됨. 그러므로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하게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 됨. 그래서 권리도 일종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자본가 또는 기업가의 사유재산을 제도적으로 침해하는 제도임. 그러한 침해는 당연히 생산성을 떨어뜨림.
- 경영권이 공유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이윤극대화보다는 경영권을 공유한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짐. 이것은 기업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으며,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자본가와 기업가만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됨. 그래서 고도의 종합적인 판단과 실천이 요구되는 경영권은 절대 공유될 수 없음.
- 기업의 사적소유가 공적소유에 비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은 수많은 이론과 실증 연구에 의해 증명되었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임.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효율로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그 적자는 납세자의 돈으로 메꿔지게 됨. 이것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처사임.
■ <토론③>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 우리사회 공공기관의 해묵은 과제는 줄곧 방만경영이나 경영비효율 문제임. 공사나 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리더의 역할을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임. 그러려면 기관장은 노조의 파업시도 강압에 굴하지 않고 개혁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어야 함. 신속한 경영판단이 생명과도 같은 기업에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이사가 노조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을 지연할 수 있으며,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에는 노조의 동의를 받기 힘들어 공기업의 경영악화가 우려됨. 방만 경영과 높은 부채, 성과급 잔치 등 지방공공기관에 대한 구조개혁이 절실한 상황에서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공공개혁을 무력화시킬 것.
-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될 서울시 산하 지방공사와 출연기관들의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자본잠식과 영업손실, 부채규모, 이자비용 등 재정위기에 직면해있으며, 빚잔치 속에서도 전국 최고 수준의 기관장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을 확인함. 심지어 기관들의 노조가입률이 매우 높으며 강성노조인 민노총 등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관장과 경영진은 박원순 시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져 있음.
- 민주노총처럼 막강한 노동단체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면 근로자이사는 기관 내 노조나 상급단체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할 것임. 즉, 경영자-근로자 간의 ‘협치’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노조의 권력만 키워주게 될 것. 노조권력만 키워줄 수 있는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1000만 서울시민은 등진 채 노조에게만 ‘착한 시장’ 이미지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문임.
■ <토론④>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근로자대표의 이사회 이사로서의 참여는 사용자의 소유권 침해문제, 노사간의 힘의 균형성 붕괴 문제 그리고 회사법상의 한계 문제로 인해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근로자대표를 이사로 선임하는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와는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다.
- 지방공기업에 독일식의 공동결정제도가 도입될 경우 노동이사제 등을 통한 지방공기업의 노사담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될 경우 제어 장치도 거의 없으며, 자칫 국가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는 혼란의 초래도 배제할 수 없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수 있다.
- 낮은 수준의 노사협력도 내실 있게 작동되지 않는 현실에서 독일식 노동이사 등 공동결정제 방식의 제도 도입은 현존하는 제도를 충실히 활용하여 건전한 관습을 정착시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고, 해외 사례를 짜집기식으로 제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몸에 안 맞는 옷을 억지로 만드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