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조발제> CSR을 넘어 CSV로 가는 길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 CSR을 기업의 책무 또는 의무로 접근해 가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점들이 있으며, 최근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CSR)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CSV)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 즉,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기부 등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보다는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각종 제도를 만들어가는 정서가 확산되어야 함.
□ 국내에서는 CSR과 CSV를 논함에 있어 규범을 통하여 기업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해온 바 있고, 현재도 법률로 이를 의무화시켜 기업들이 강제로 이를 준수토록 하는 제도를 구축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음. 그러나 법률로 의무화 된 CSR과 CSV의 구현은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오히려 기업가 정신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옴. 구체적으로는 2011년 이후부터 국내투자는 급속히 감소하는 반면 해외투자는 급증하는 결과를 가져옴. 대기업들은 거액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면서도 신수종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거나 사업을 접는 사태들이 빈번히 발생함. 결론적으로 보면 CSV를 실천하는 기업은 시장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 기업, 그리고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기업임. 때문에 새로운 CSR과 CSV 실천을 위한 대안마련이 필요함.
□ 우선 대기업들이 CSV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함. 이를 위해 현재 대기업 집단들에게만 특별히 적용되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등에 산재되어 있는 사전규제들을 제거해 가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함. 대기업들 역시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나 중소기업의 기술을 카피하기보다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서비스업, 1차 산업 소속 기업 모두에게 동일한 CSR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 즉, 산업 군별로 구분하여 각 산업별 소속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CSR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함.


■ <토론①> CSR보다 CSV가 경제적 자유에 부합하는 개념
: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 기업이 자선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책임을 저해하는 것일 수 있음. 예를 들어, 자선사업가가 궁핍한 사람에게 의식주를 공급해 주면 남에게 기대 살아야 하는 그의 처지는 여전한 것이 됨.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선의 동기는 없으면서 자신이 필요해서 궁핍한 사람을 임금을 주고 고용한다면 고 용주는 선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고용된 사람의 처지는 실제로 변하게 됨. 결국 CSR 이라는 개념도 기업들로부터 이들의 행위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때 혜택을 입을 사람들이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음.
□ CSV의 개념과 사례로 제시된 것을 보면, 이 개념이 CSR보다 훨씬 더 경제적 자유(시장경제)에 부합하는 것을 알 수 있음.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수익 창출 이후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고 할 때 발생하는 모순이 생기지 않음. 종합하자면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권에 대해 거래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이윤기회를 남보다 먼저 발견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데 제약이 없을 때 이윤이 만들어지고 CSV가 실천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여기에 제약이 많을수록 이윤은 잘 창출되지 않고, 소위 Shared Value도 창출되지 않을 것.


■ <토론②> 한국택시협동조합 사례로 본 CSV,공유가치창출
: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상임이사)

□ 세계협동조합연맹(ICA)에서 결의된 ‘협동조합운동 7대 원칙’을 보면 마지막 원칙에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있음. 미국 서부지역에서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노동자 협동조합의 사례를 보면, 처음부터 조합원들이 자기 이외의 사람들과 지역 공동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발적으로 자선행위를 하지는 않음. 조합 활동을 통해 ‘새로운 시민’으로 성장하면서 협동조합운동의 7번째 원칙이 우러나옴.
□ 시장에서의 경쟁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임. 그 경쟁에 협동조합을 제외시킬 아무런 근거가 없음. 협동조합 또한 미국이나 유럽처럼 당당하게 경쟁하며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활동의 단위이자 CSV를 실현하는 유력한 새로운 경제모델이 될 수 있음.


■ <토론③> CSR의 대안을 찾아서
: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비판하며 CSR을 주장하는 기본이론은 이해관계자론(stakeholder theory)임. 이해관계자론은 기업은 주주, 경영자, 종업원, 소비자, 지역사회, 중소기업 등과 관계를 맺는 사회의 한 조직이기 때문에 주주를 위한 일방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임. 다시 말하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동일하게 고려하여 이들 간에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기업 활동이 기업발전에 유리하다고 주장함. 그러나 CSR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이윤추구활동이야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음.
□ 기업은 수많은 사적 개인들 간의 계약들로 형성된 조직임. 만약 이윤이 줄어 회사가 재무상 어려움을 겪거나 최악의 경우 문을 닫게 된다면 회사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고통을 겪게 됨. 이런 측면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고 그 이윤을 바탕으로 계속 생존하는 것이야말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것임. 기업의 이윤추구는 순전히 주주를 위한 것만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바로 그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것임. 이러한 점에서 CSR 활동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이 되어야지 기업의 첫 번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됨.


■ <토론④> CSV 투자, 올바른 정책 지원으로 확대 유도해야
: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 CSV는 어느 기업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기업이 보유한 핵심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고도의 경영행위가 요구됨. 어느 기업이나 비용 감수만 하면 쉽게 할 수 있고, CEO의 개인 취향이 반영되는 경우도 허다한 CSR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 CSV를 통해 사회문제를 구체화하고 그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을 발굴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회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 기업의 임무와 목적과는 분리된 CSR에 역량을 분산하지 않아도 될 것 임.
□ 기업이 단편적인 CSR 활동보다는 기업 본연의 임무수행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한편 사회문제 현안을 동시에 해결한다면 국가 및 사회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임. 따라서 국가는 정책적으로 기업의 CSV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해 줄 필요가 있음. 우선 CSV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각종 규제를 정비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 또는 철폐해야 함. 고용창출투자에 적용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와 같이 CSV 투자도 고용창출만큼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CSV 투자에 대한 사제혜택을 적극 검토해 도입해야 함. CSV 투자에 대한 지원이 적절히 이루어지기 위해 CSV 충족 요건과 성과측정 도구가 마련되어야 함. 무엇보다 CSV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객관화 할 수 있는 지표들도 개발해야 함. 마지막으로 CSV는 기업창출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기업의 자발적인 선택임. CSV를 장려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지식을 공유하게 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인위적으로 유도하면 자칫 CSV 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음. CSV의 성공여부는 개별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보유역량의 활용에 달려 있음.


■ <토론⑤> CSR의 대안을 말하다
: 김동우 (SK 텔레콤 CSV 추진팀 부장)

□ 최근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글로벌 경쟁환경 아래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말려들지 않고 시장을 창조하고 리드하기 위한 이노베이션 활동으로 CSV를 추진하고 있음. GE, 월마트, 네슬레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먼저 제품의 보급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이를 통해 고객뿐 아니라 정부기관, NGO 등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참여자들을 결속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사업모델이나 룰을 제창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구축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음. 앞으로는 한단계 더 나아가 CSV를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시장창출을 위한 이노베이션 활동으로 인식하고 기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혹은 기존 사업을 대체할 정도의 대규모 신사업을 창조하는 수준으로 추진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