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조발제> 지속성장을 위한 사회책임의 균형과 조화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ISO26000의 기본 취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야 한다”는 것임. 즉, “기업, 소비자, 노조, 정부, 시민단체” 등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간의 책임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임. 우리 사회는 그동안 권리와 의무, 책임과 권한의 배분이 ‘비대칭적’인 사회였음. 비근한 사례로 사법권 강화와 독립은 꾸준히 강조되어왔지만 사법의 사회책임에 대한 합당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음. 노조의 사회책임은 그 자체가 사각지대였으며, 언론의 사회책임도 이념 편향의 벽을 넘지 못함. 시민단체 또한 국가권력의 건전한 비판보다는 특정이념의 ‘전위대’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옴. 기업은 적지 않은 금액을 ‘사회적 취약계층’에 지원하지만 빛이 나지 않음. 시혜적인 사회공헌과 선언적인 윤리경영의 틀을 벗지 못했기 때문임. 사회책임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의 ‘공동의 의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함.
□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을 공격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음. 대표적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은 ‘납품단가부당인하’ 방지와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집약됨. 납품단가 부당인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움. 징벌적 배상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해행위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은폐하려 했으며 그러한 가해행위를 적발’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야 함. 그러나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납품 가격인하는 의도적 가해행위도 아니고 숨기거나 은폐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님. 또한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에서 ‘부당성’의 기준을 정하기도 어려움.
□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제조물책임(PL)법의 경우 배상책임이 커질수록 제조업자는 안전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안전한 제조물일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제품가격 인상은 이를 지불할 수 없는 소비자의 소비를 제한시킬 수 있음. 또한 제조업자에 대한 배상책임 강화는 신제품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 PL법은 제조자를 제품의 제조, 파냄, 유통에 관여한 업체로 규정하고 있어 유통업자나 부품공급의 과실에 의해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는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배상책임을 청구하게 될 것임.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대기업은 부품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대신 직접 생산하거나 유통까지 담당하려 할 것. 이러한 ‘수직결합’은 경제의 바람직한 분업구조를 해치고 경쟁을 제한시킬 것. 경쟁제한이 소비자에게 득이 될 수 없음
□ 한국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동안 기업을 ‘계약의 복합체’로서의 ‘재산권’으로 보지 않고,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 ‘사회적 기구’로 보는 진영논리로 접근되어 왔음. 하지만 사기업은 공기업이 아니며, 기업의 사회적 측면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 ‘사회적 기구’ 일 수는 없음. ISO 26000에서 말하는 지배구조 개선에서의 지배구조는 특정 조직의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 따라서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참여’로 오해되지 말아야 함. ‘사회책임 맥락’에서의 지배구조는 다양한 사회책임 주체 간의 ‘사회책임 행동의 자발적 교환’을 통해 상호이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책임 행동을 규율하는 장치인 것임. 지배구조 개선요구를 잘못 해석하면 기업의 ‘사적자치 경영권’에 대한 침해로 연결될 수 있음. 

■ <주제토론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한국은 초기부터 기업들이 돈을 벌면 주로 학교를 짓거나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기업차원의 자선이 많았으며 그러한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기업들이 이미 사회적 책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과 더 낼 능력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어느 정도를 써야 적당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아마도 능력 있는 기업이 능력대로 내라는 것이 대중이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의 기준일 것.
□ 그렇다면 대중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가. 사람들이 서로에게 착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없듯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와 노동자와 주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것과 세금을 잘 내라는 것 정도임. 그럼에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이윤이 사회 때문에 생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 기업이 돈을 번 것이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덕을 본 결과일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해당 사회구성원들에게 많은 이익을 제공한 것 또한 사실임.
□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스스로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임.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좋아지고 일자리가 생기며 노동자의 소득이 올라가게 해야 함.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하고 번영하는 것 그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 일 것.

■ <주제토론②> 노동조합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ISO26000이 주창하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은 UN, ILO, OECD 등 국제기구가 주창한 방법, 기준에서 약간의 보완이라고 보아야 하며, 대부분은 한국의 헌법과 노동관계법으로 수용되어 있음. 하지만 “동등한 가치의 근로에 대한 동일보수 원칙”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연공임금체계(호봉제)가 보편화되어 있고, 또 임금 등 근로조건이 기업의 지불능력과 교섭력의 함수가 된 한국에서는 전혀 수용될 수 없음.
□ 한국에서 살아남은 노조는 대부분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철도, 지하철, 전력, 가스, 건보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이나 은행, 증권, 방송, 통신, 병원 같은 규제산업 등에 뿌리를 박고 있음. 예외 없이 소비자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을 통해 초과이윤(렌트)을 확보할 수 있는 존재들임. 한국의 생산물시장 구조와 노동조합 및 노동시장 현실을 직시하면, 한국 노동조합의 핵심 화두는 ISO26000이 주창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선진적 가치 구현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내지 직장계급 사회-지대추구사회라는 후진적 적폐 일소가 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임. 하지만 정규직-비정규직, 원청(갑)-하청(을), 생산자-소비자 등으로 구성된 산업·업종 노동자 및 이해관계자 전체의 지속가능한 공생(균형)발전을 의식하는 노조는 한국사회 어디에도 없음.
□ 한국에서 노조의 힘이 커진 것은 일차적으로 공공부문과 노동관계법이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편승하고, 공고화하고, 확산하기 때문임. 단적으로 한국의 노동관계법은 정규 직원만 되면 정년이 보장되고, 별거 아닌 일을 해도 임금은 근속연수와 단체교섭을 통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을 능사로 여겨옴. 또한 파업시 공장점거가 가능하고 일부 산업·업종을 제외하고는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함. 공장담벼락을 뛰어넘어 폭넓은 연대를 추구하는 노조운동의 본령에 충실한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로 진화하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 공정거래와 무기대등의 원칙은 생산물시장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적용되어야 함.

■ <주제토론③> 사회통합과 신뢰회복을 위한 법조계의 사회적 책임
: 박인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 2015년 10월 20일 한국입법정책연구원에서는 법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여론조사를 발표하였음. 위 조사결과에 의하면,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31.8%에 불과하며, 법조인 중에서는 판사(31.9%)가 변호사(13.8%)보다 신뢰도가 훨씬 높았고, 검사(13.5%)는 변호사보다 낮았음. 이러한 상황, 즉 법조에 대한 극단의 신뢰 위기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사회통합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하여 법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
□ ‘사법제도의 공정성’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고 선량한 국민을 좌절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바로 형사사건에서의 전관예우 관행임. 전관에게 거액의 선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재력가 등 거물급 인사와 그렇지 못한 서민들 사이의 계층적 위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초래함. 이렇게 보면 전관예우는 법치에 의존하는 국가의 정당성 자체, 우리체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반체제 사범에 해당할 수 있음.
□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법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 법조사회 특유의 고질병(고질적인 관행)인 ‘전관예우’ 나아가서 ‘전관비리’의 관행을 근원적으로 타파하기 위해서는 특히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사 수임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임.

■ <주제토론④> 한국 언론의 사회책임론
: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자본주의 국가에서 성립한 언론보도의 제1 원칙은 “첫째도 정확, 둘째도 정확, 셋째도 정확”임.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한다고 해도 왜 지금 그러한 질문을 여기에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라고 가르침. 또 다른 원칙은 사회현상의 한 변인과 다른 변인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정확한 보도임. 언론보도는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려는 경향이 있음. 이를 환상적 상관관계(illusory correlation)이라고 함. 다우니 소가 쓰러지는 모습을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보도한 것도 이러한 환상적 상관관계에 대한 오류에 기인함.
□ 언론보도의 1종 오류와 2종 오류의 예시가 있음. 이는 통계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데, 미디어의 효과가 없는데 있다고 하면 일종오류이고, 미디어의 효과가 있는데 없다고 하면 이종오류임. 주위환경에 대한 막중한 감시기능을 생각해 봤을 때 언론보도의 일종오류는 중요한 사건을 중요하게 보도하지 않거나 못한 보도임. 예를 들어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월드컵 4강 진입 축제로 이를 중요하게 보도하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함.
□ 언론의 1종오류와 2종 오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중요한 사회 이슈에 대한 팩트 체킹을 정확하게 해주는 것임. 취재보도에 실제적 악의가 있었고, 현존하고 분명한 위엄이 존재하고, 진실에 대한 무자비한 무시가 있는데도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면 그런 언론사나 기자는 다시 취재활동을 할 수 없도록 중징계를 해야 함. 궁극적으로는 언론사가 시장자본주의 하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