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 ‘분노의 불꽃’ - 세월호를 통해 들여다 본 유언비어 세상
: 이동욱(기자/연속변침 저자)

- 한국의 지식계급에서는 노동계급과 같은 진화의 시스템이 아예 없음. 거짓을 기록해 두고 그대로 방치해 놓아 시간이 흐르면서 ‘거짓말의 역사화’가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 함. ‘거짓말의 역사화’에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세월호 사건’ 임. ▲언론이 유언비어를 사실처럼 포장해 유포시키다 발각되어도 수정하지 않는 경우 ▲다수가 거짓을 외치면 소수의 진실이 법정에서 조차 기각되곤 하는 경우 ▲좌·우 진영에서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생산해 유포시키는 경우 ▲공공 기관을 통해 버젓이 거짓을 유포하는 경우 ▲통치권자에 의해 거짓말의 역사화가 자행된 경우 ▲검찰과 사법부의 거짓 옹호가 세월호 사건의 거짓말의 역사화에 해당함.
- 이처럼 세월호 사건은 유언비어가 언론과 방송뿐 아니라 권력과 지식인의 입을 통해 공중에 유포되는 궁극의 종합편에 해당함. 무엇이 교통사고와 같은 <인적 재난>을 <사회적 재난>으로 확산시키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연구와 답변이 사고 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대한민국 사회는 과연 어느 시대를 항해하는 중일까. 세월호 사건이 거짓말의 역사화를 통해 <사회적 재난>으로 번져가게 했던 사례들을 살펴보아야 함.


■ <토론①> 자정기능을 잃은 언론 :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대한민국은 ‘미디어 저널리즘 시대’에서 ‘인터넷 저널리즘’ 시대로 들어서고 있음. 하지만 수 많은 인터넷 언론매체들이 경쟁하면서 좀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주목받기 위한 ‘선정성’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선정적인 인터넷 언론들의 위력이 커지면서, 기존 언론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 즉, 매스 미디어들에 의해 생산된 뉴스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더욱 지배적 여론으로 공고해지고 기존 언론들은 이를 다시 받는 식이 되고 있음.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 같은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사회는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또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언론과 정치집단들에 의해 심각한 갈등과 국정마비 현상이 반복해오고 있는 것임.이처럼 왜곡된 언론지형이 지금처럼 유언비어가 지배하는 한국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더구나 최근에는 뉴스 생산 조차도 인터넷 매체나 SNS들이 장악해나가고 기존 언론들이 받아 보도하는 경우도 늘어나 양자 간 역할 교환도 자주 발생함.
- 결국 지금 인터넷 언론은 다양성보다 획일적 집단행동이 지배하고 있음. 네트워크에 편입되어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 간의 ‘자기 확신 공간’ 즉, ‘개방형 폐쇄집단’화 되고 있는 것임. 결국 유언비어를 마구잡이로 양산해내는 인터넷 공간을 정상화하기 위한 법제도적 노력과 유언비어를 생산/분배하는 것을 위한 기존 언론사들의 책임윤리 의식 제고와 전문성 제고를 통한 뉴스 품질향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임.


■ <토론②> 유언비어를 선동하는 문화계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장학과 겸임교수)

- 냉전의 핵심은 이념전쟁이며, 이념 전쟁은 역사와 문화 영역에서 벌어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 전쟁, 문화 전쟁이 바로 이념 전쟁인 것. 역사와 문화에서의 선전과 선동은 이론이 아니라 대중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스토리를 통하여 표출되고 전달됨. 유언비어는 문화 예술의 꼴을 덧쓰면 사실이 되고 역사가 됨. 세월호는 시간이 흐르면 가물가물해지지만, 영화 ‘다이빙벨’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됨. 시간이 흐르면 이것은 세월호를 설명하는 유일한 단서가 됨. 문화예술계는 이러한 문화의 힘을 잘 알고 있으며, 견고해진 유언비어는 더 이상 말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각인되는 어떤 사언에 대한 ‘포지셔닝’임.


■ <토론③> 거짓유포에 관대한 사법부 : 황성욱(변호사)

- 공중을 상대로 허위사실 혹은 유언비어를 배포해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인가? 나아가 그것이 의도화 되었다고 의심할 정황이 있음에도 형사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인가? 현행 법률대로 얘기하자면, 형사적으로 처벌할 방법은 없음.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유사한 상황이 벌어져도 괜찮다는 것인가?’ 라는 상식적인 의문을 품을 수 있음.
- 현재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를 퍼뜨렸을 경우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그로인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에 한함. 결국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거나 판례의 해석론상 진실성에 대한 당사자의 믿음에 근거가 있으면 유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처벌의 공백이 있다고 봐도 무방함.
- 허위사실로 인해 사회가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오히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진영논리에 의해 공격받는 현 대한민국의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움. 이미 판례가 굳어진 해석론이 있고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려 유언비어나 허위사실 유포 그 자체를 처벌하는 형사법을 제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남은 것은 재량적 판단이 가능한 행정청의 행정제재를 통하거나 민사책임을 묻는 방법인데, 현재 판례의 경향상 민사책임이 실효적인 구제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를 통한 여론 환기에만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의 한계상황임.


■ <토론④> 미성숙한 시민의식 : 박인환(건국대 법학과 교수)

-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소문에 의하여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연쇄반응적으로 퍼지는 정치적 루머는 파급력과 위험성을 가지며, 불안정한 사회심리와 미성숙한 시민의식을 반영함.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지속적 반정부 투쟁의 중심세력인 좌파 진영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언론 특히 사이버 언론과 SNS의 적극적 활용으로 유언비어를 확대 재생산 하고 있음.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도 부화뇌동하고 있는 상황임. 더구나 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 휴대전화 등 SNS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증대됨에 따라 유언비어의 위험성 또한 심각한 상태임.
- 대규모 재해나 정치, 경제적 혼란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놓였을 때 사람들은 때때로 강한 불만이나 불안을 느끼기 쉽고, 급변하는 사태에 대비할 확실한 정보가 부족하므로 이와 같은 유언비어에 영향을 받게 됨. 유언비어로 의식이 혼란한 대중에게 전파된 내용이 실제적인 믿음으로 지속되는 것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효과임. 확증편향이 생기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가 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임. 인간은 진위와 관계없이 어떤 가설을 빈번하게 들으면 신념화하게 되고, 어떤 가설을 일단 수용해버린 상태에서는 아주 설득력 있는 반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그것을 진실로 보려하며, 가설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가설에 대한 신뢰가 더욱 강해지고,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