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발표>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

수혈이 문제가 있는 치료법으로 인식된 것은 1960년대부터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수혈로 AIDS가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혈의 안전관리가 이슈로 부상했다. 2000년에 이르러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혈이 안전한 치료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수혈에 의한 수술후 감염 증가, 사망률 증가(빈혈환지 치료), 환자의 면역력과 회복력 저하 등에대한 연구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WHO는 2010년에 타인의 수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무수혈 수술이 한정적으로 개발되고, 최근 대부분의 수술을 무수혈 수술로 성공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혈에 대한 국제기준과 한국기준도 7.0g/dL로 조정되었다.
대량출혈과 같은 상황에서 수혈은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대안이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수혈이 필요이상으로 과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는 의료인들의 무관심, 정부의 방관, 그리고 변화하기 어려운 의료문화 관행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수혈은 매우 비싼 치료방식으로 미국의 경우 전체보건의료 예산에 5%가 혈액관리비용으로 쓰여 지고 있다. 또한 고령화에 따라 혈액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헌혈은 3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현재 혈액 보유량이 대개 1주일 이내이므로, 미래사회에서 더욱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은 너무 뻔한 일이다. 이제 의학적,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수혈은 줄여야 한다. 미국은 지난 5년간 40%의 수혈을 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혈액 공급의 안정적인 확보정책을 견지하느라 수혈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수혈이 많은 후유증을 야기하고, 의학의 발전으로 수혈을 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요이상으로 수혈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인들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시민단체가 나서서 선진국형 최소수혈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수혈을 피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급여화를 고려하고, 무분별한 수혈에 대한 모니터링과 점진적인 계도화를 해야 한다. 시민들도 수혈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고 의료기관 이용시 당당하게 수혈에 대한 적적성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 <토론1>권이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수혈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기결정권에 따라 보장되어야 한다. 환자는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가능한 치료방법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진료에 대한 의사의 재량권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범위 내로 제한된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2009도14407) 역시 이를 지지하고 있는 바, “환자의 생명 보호에 못지않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할 의무가 대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진료행위를 하여야” 한다는 점과, 망인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경우 “타가수혈(*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하지 아니한 사정만을 가지고 피고인이 의사로서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서 환자의 선택을 존중할 의료진의 의무가 부각되었고, 또한 환자의 선택을 존중하여 진료함으로 인해 발생한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의료진은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 <토론2>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인구고령화에 따라 혈액 수요량이 증가하는 반면, 저출산 등으로 혈액의 공급은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혈액사용량이 많으며, 따라서 혈액의 효율적인 사용이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은 환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환자들이 수혈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인식전환을 시킴과 동시에, 의료현장에서 수혈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수혈에 대한 심평원 급여기준과 관련하여, 수혈가이드라인이 의료현장에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에 대해 검토도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다.


■ <토론3>엄명숙 (서울소비자시민모임 대표)

수혈의 안전성과 안정적 공급 문제는 의료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의료기술과 의약품의 발전으로 무수혈 수술이나 최소수혈 수술이 가능한데도 의료현장의 관행과 소비자의 인식과 정보부족으로 수혈이 대세인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혈액관리정책의 방향설정을 위한 논의가 시급해 보이며,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하는데 소비자시민운동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토론4>이정숙 (사)선진사회복지연구회장)

수혈에 대한 국가의 관리와 평가가 필요한데 수혈부문은 의료영역으로 간주되어 국가관리 비중 및 평가가 미흡하였다. 아울러 환자중심으로 환자의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무수혈을 권하는 노력도 필요(국립암센터는 97%가 수혈 없이 수술하고 있음)하며, 여기에는 의료진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NGO는 △ 수혈 부작용과 무수혈의 장점에 대한 대국민홍보, △의료진들의 수혈의 오,남용에 대한 감시 및 모니터링 강화,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 및 의료코디네이터 역할, △ 정부 또는 관련 기관의 혈액보관이나 관리,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및 모니터링, △환자, NGO 단체, 의료진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정보공유와 신뢰관계 구축, △안전한 수혈과 무수혈 수술을 위한 교육과 특강을 통한 인식제고 및 인식개선의 노력 등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