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토론1>이관희(경찰대학 명예교수, 대한법학교수회 명예회장)

▪ 금지되는 복면의 범위와 허용되는 예외의 범위가 너무 광범하여 기본권제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음. 하지만 법률에 행정청의 해석이나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구체화 될 수 있는 정도의 개괄조항을 포함시킨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배치될 이유가 전혀 없음.
▪ 복면 등을 착용하는 것은 물론, 소지·휴대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된다는 것은 과잉입법(위헌)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복면착용 금지는 폭력시위자의 신원을 확인하여 형사소추를 가능하게 하려는 진압적 목적 뿐 아니라 폭력시위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복면 착용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일정한 예외를 허용한다면 이익형량의 측면에서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으로 반박이 가능함.
▪ 미국의 경우는 복면금지에 관하여 연방법에도 ‘변장을 하고 행진(go in disguise)’하면 벌금형이나 10년 이하의 구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18 U.S.C. § 241), 캘리포니아 주 등 20개 가까운 주에서 복면금지에 관한 법률을 갖고 있음. 프랑스도 지난 2009. 6. 20일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하면서 복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총리령(令)을 발표했음(프랑스 총리령은 법률과 효력이 같음).


■ <주제토론2> 김상겸(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단지 ‘평화적’ 또는 ‘비폭력적’ 집회에 한하며, 민주국가에서 정신적 대립과 논의의 수단으로서, 평화적 수단을 이용한 의견의 표명은 헌법적으로 보호되지만, 폭력을 사용한 의견의 강요는 헌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등). 집회의 자유가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폭력적인 집회나 시위는 결코 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것임.
▪ 독일은 복면금지와 관련하여 단순히 신원확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복장의 착용이 금지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원확인을 어렵게 또는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즉 목격자가 다시 보아도 누구인지를 모르게 하거나 사진·비디오를 통하여 누구인지를 모르게 하려는 의도가 뚜렷한 경우에 한하여 집회금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음.
▪ 상당수의 국가들이 집회와 시위에서 복면착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시위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상당수의 시위대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복면을 한 위장시위 참가자들로부터 선량한 일반 시위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임.


■ <주제토론3> 이재교(세종대 교수/변호사)

▪ 일반적으로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하는 것은 본질적인 침해로서 위헌이라고 볼 수 있음. 대법원은 구 집시법이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경찰서장이 허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위헌이라고 봤음. 하지만 복면은 착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시위를 할 수 있으므로 본질적인 침해라고 볼 수 없음.
▪ 복면시위 금지는 불법폭력시위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집회·시위 참가시 신원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금할 뿐임. 최근 발의된 복면금지 법안은 집회·시위참가자들이 얼굴을 드러내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경우에는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어 피해의 방법의 적절성 및 피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음.
▪ 복면을 착용하고 시위를 할 경우 폭력시위자의 신원을 가려낼 수가 없어서 국가형벌권에 장애가 초래됨. 원래 범죄인은 범죄현장에서 체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폭력시위자를 현장에서 체포할 경우 다른 시위자를 자극하여 더 폭력적인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현장에서는 채증만 하고 나중에 체포할 필요가 요구됨. 따라서 복면착용은 범죄행위자를 체포해야 하는 공권력행사에 큰 장애를 초래하는 것임.


■ <주제토론4>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우리나라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고 있는 나라이며 헌법상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 자신의 주의·주장을 펼칠 수 있음. 하지만 집회시위는 그 자체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법 테두리 안에서 행해져야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 복면시위는 집회시위자의 익명성을 가중시켜 폭력성을 유발하고 있음.
▪ 평화롭게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단체)들의 집회시위도 복면을 착용한 몇몇 전문 과격시위꾼들로 인해 그것이 불법폭력집회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그 본질이 흐려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