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통신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보호 정책, 소비자에게 독이다.
: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지난 10여 년간 SKT, KT, LGU+의 시장점유율은 5:3:2의 비율을 유지. 이는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를 견제하는 ‘비대칭규제’의 효과라고 볼 수 있음. 요금인가제, 상호접속 의무 부과 등 1위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한 규제는 하위 사업자에게는 이익이지만 소비자에게 손해다. 하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보호하기 위해 1위 사업자의 경쟁적 행동, 그중에서도 특히 가격 인하를 막기 때문이다.

▪ 경쟁자를 몰아낸 후 값을 올릴 것이라는 통설은 허구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다. 독점 후의 가격 인상은 자가당착적 행위가 될 것이며,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실에서 경쟁자를 몰아낸 후에 가격을 다시 올리는 약탈적 가격 인하(predatory pricing)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 2000년대 초반 LGU+는 시장점유율 18%, 가입자 600만 명이면 경쟁의 기반을 갖춘다며 그 때까지의 보호를 요청했음. 현재 LGU+의 가입자는 1,087만 명이다. 상위 사업자의 가격 인하를 견디지 못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가격 인하 경쟁을 견디지 못한다면 그것은 본인들의 비효율 탓이지, 시장구조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 규제 당국이 하위사업자의 시장점유율 보호를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는 이유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첫째, 당국의 자존심 때문이다. 하위 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대체로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낸 사업자일 때가 많다. 그런 사업자가 퇴출된다면 자신들의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 둘째, 잘못된 여론 때문이다. 통신시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론이 평등주의적, 온정주의적으로 기울어져 있어 정치인들도 이에 편승한 것이다. 2014년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6%는 상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낮추고 하위 사업자의 점유율을 높여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79.1%는 3:3:3 또는 4:3:3의 구조가 바람직한 시장점유율이라고 응답했다. 상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낮추고 하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높여서 평등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대중의 정서가 문제다.

▪ 시장점유율이 고정되어 있거나 인위적으로 평등하게 맞춘다면, 기업은 경쟁할 이유를 상실하게 되어 소비자 후생에 독이 된다. 가격을 내리고 품질을 개선하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경쟁은 시작된다.

▪ 지금같이 시장점유율 유지에 집착한다면, 제4이통사의 출현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하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3사의 가격인하를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숫자나 시장점유율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들의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더 경쟁 촉진적이며 소비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길이다.

▪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규제를 폐지하고 무한 가격 인하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격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가격 인가제 하에서는 1위 사업자가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하할 수 없다. 이것이 가능해야 가격 인하 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1위 사업자가 언제 가격인하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위 사업자도 선도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적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경제의 주인은 하위 사업자가 아니다. 경제의 주인은 소비자여야 한다.

■ <발제> 정부의 가격통제와 통신시장의 왜곡
: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 장기계약 고객에게 단말기 할인은 합리적이고 전 세계적인 관행이지만 한국만 제조사와 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을 규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규제를 피해 기습적으로 할인이 일어나 ‘호갱’이 발생한 것인데도, 정치권은 규제의 문제는 보지 않고 더욱 강한 단말기 지원금 규제를 만들었다.

▪ 단통법의 시장 가격 통제는 1. 이통사 단말기 지원금 상한 규제, 2. 이통사 단말기 지원금 주간 고정제와 유통사의 추가 할인 규제, 3. 단말기 지원금을 약정요금제에 비례하는 강제, 4. 단말기 지원금과 장기약정 요금제 할인간 연동, 5. 재계약 고객 차별금지(신규, 이동, 기변 고객간 차별금지)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

▪ 단말기 지원금 상한 규제의 효과 ->가격이 비싸진 만큼 소비가 줄어들고 사회적 후생이 감소함. ->거래 축소는 신형 단말기 축소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액서사리, 앱, 콘텐츠, wearable 기기 등 기타 연동 상품 등 연관 산업에서도 발생하며 기술 혁신을 막을 수 있음.

▪ 단말기 지원금 주간 고시제 및 유통사의 추가 할인 규제 ->이는 사실상 주간 정부표준가격제도에 해당하며, 단말기 가격 담합을 조장해 공정거래법 위반임. ->유통채널(이통사 직영점, 공인 대리점, 독립 판매점 등) 간의 특장점을 무시하고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경쟁하게 만듦으로 독립 판매점들의 경쟁력을 상실시킴. ->단통법 시행 이후, 지난 8개월 간 독립 판매점은 1040개 폐업, 반면 이통사 직영점의 비중은 3.1%, 위탁대리점을 포함한 이통사의 지배력 하에 있는 채널은 3.9%증가. ->품질이 떨어지는 기업은 가격인하로 대응하는데, 이들에게 경쟁자와 동일한 가격으로 받으라고 강요하므로, 품질의 열세에 있는 기업들은 경쟁에서 밀려남. ->이와 동일한 이유로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이 애플에 대한 경쟁력 저하로 점유율 하락의 피해를 겪고 있음.

▪ 단말기 지원금을 약정요금제에 비례하는 강제 ->이는 시장의 원리가 아닌 산술적 평등주의에 입각한 규제. ->통신사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상위 20%고객이 수익의 80%를 기여. ->상당한 이익을 주는 고객(B)에게 주는 할인 혜택을 손실이 나는 고객(A)에게도 줄 것을 강제, 상당한 이익을 주는 고객에게 갈 혜택이 줄어들 게 됨. ->이는 시장의 소비자 후생을 부당하게 이동한 것임. ->만약 A가 저소득층, B가 부유한 계층이고, 생존에 긴요한 재화라면 사회복지 차원에서 합의가 가능. 그러나 통신사용의 과다는 소득주순과 연관이 별로 없어, 상당한 후생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음.

▪ 단말기 지원금과 통신 할인과의 연동 규제 ->단말기 보조금과 미래 통신요금의 할인을 선택하도록 한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 차원에서 바람직함. ->그러나 통신요금의 할인 총액은 단말기 지원금보다 돈의 시간 가치를 감안하면 작아야 함. ->그러나 정부는 요금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인상을 강제해, 요금할인이 유리하도록 유도하고 있음. ->100만원짜리 단말기에 월 10만원 통신요금의 2년 악정을 한 고객을 예로 들면, 12%일 때는 26.4만원이지만, 20%일 대는 48만원으로 급증. ->통신사 입장에서 이 선택을 판촉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규제 당국은 이를 소극적으로 알렸다고 징계를 결정하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