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발표>배임죄 법률규정과 해석상의 제문제 및 개선방안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이며,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음.
▪ 배임죄의 본질인 배신을 판단하는 유일한 구성요건지표인 ‘임무위배’는 매우 개방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요건을 강화해서 적용해야할 필요성이 있음. 일부 경영자의 과실 부분에 있어서도 ‘인식 하에 과실’을 저질렀다고 해석하거나 ‘미필적 고의’로 판단해 배임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있음.
▪ 현행 배임죄 규정은 ‘고의’에 따른 배임 외에도 경영판단에 따른 과실에 있어서도 배임죄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음. 따라서 미필적 고의와 과실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음.
▪ 일반법인 형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정이 쉽지 않으므로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개정하거나 상법에 경영판단원칙을 명문화해서 기업인의 경영판단에 따른 과실에 대해서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정리해야함.
▪ 정갑윤 의원의 형법 일부법률개정안은 위험범도 배임죄로 처벌하는 현재의 판례를 변경하기 위한 시도임. ‘현실적 손해’를 배임죄 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배임죄의 성립 요건을 다소 강화한 점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됨.



■ <토론>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실 형법 개정보다 더 시급하고 실천도 요구되는 개정작업은 상법(회사법 편)에 경영판단원칙(경영판단면책조항)을 입법화 하는 것임. 여기에 규정된 경영판단원칙에 따라 면책요소를 충족하는 경영판단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형법상 (고의)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임.
▪ 사실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손해발생)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고의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형법상 배임죄 규정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으나 판례는 손해발생에 대한 인식 또는 의사는 배임죄 구성 요건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음. 이는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판례가 계속 잘못된 태도를 유지한다면 입법자가 목적범으로 규율하여 통제할 필요성은 있음.



■ <토론>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 모든 대내적 신임관계에 대한 위배 내지 배신행위를 형사처벌의 근거로 하는 것은 민법상의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하게 되며, 사소한 배신행위에 대해서도 형법의 개입을 인정하게 되어 형법의 탈윤리화의 요청이나 형법상 최후수단성의 원칙이나 최소성의 원칙에 반하게 됨.
▪ 배임죄는 재산범죄이므로 그 가벌성의 근거가 일차적으로 배임행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인 것은 배임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발생에 있다고 보아야 함. 즉, 배임죄의 본질상 신임관계의 위반도 중요하지만 배임죄가 재산죄이므로 재산상 손실여부를 중점적인 요소로 하여 배임죄의 범죄성립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변경해야 함.



■ <토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국민의 사적 자치에 대하여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추상적 위험범으로 처벌을 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범죄사실의 입증곤란성이라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경제범죄에 대한 형법의 예방적, 규제적 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형법의 비합리적인 비대화와 확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음.
▪ 우리 사회적 현상을 보면 전통적으로 규제행정법이 주로 담당하여 왔던 영역에 까지 형법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법집행상의 충돌과 해석상의 혼란을 초래하고 경제질서에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 사회적 법익침해사범에 대한 과도한 형사벌을 가하는 대표적인 법률로 배임죄를 들 수 있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벌을 우선적으로 가하고, 이러한 행정벌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서 형사처벌을 가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입법 시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



■ <토론>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임. 그런데 대부분의 배임죄는 피해자가 이를 사후에 인지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함.
▪ 의도적으로 배임죄를 저지르거나 민사적 책임으로 이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음. 하지만 의도적 배임행위는 대부분 피해자를 기망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형법의 예를 들어 사기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고 대부분의 국가는 배임죄를 따로 규정하지 않고 사기나 횡령 등으로 이를 처벌하고 있음.
▪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사후에 회복 가능성이 없는 배임행위인데 이는 형사적 처벌보다 사전적 규제가 바람직함. 현재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나 상법, 세법 등을 통하여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이에 따른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우려한다면 이들 법률의 보완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함.



■ <토론> 윤원기 (법무부 검찰국 형사법제과 검사)

▪ 배임죄를 폐지 내지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주된 이유로 하고 있지만 배임죄가 기업의 경영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범죄가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기업 경영인에 대한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배임죄를 폐지 내지 축소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혼란이나 처벌의 공백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임.
▪ 독일, 일본뿐만 아니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들이 배임죄 처벌 규정을 두고 있음. 특히 스위스는 ‘신임에 반하는 경영’이라는 조문으로 “법률, 관청의 위임이나 법률행위에 기하여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또는 그러한 재산의 관리를 감독하도록 위탁받은 자가 자신의 의무에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발생시키도록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방치한 때”를 처벌하고 있어 오히려 배임죄의 범위를 더 넓게 규정하고 있는 나라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