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 행동주의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 시장가격이 잘못됐다고 얘기할 때에는 그렇다면 누가 시장가격을 조작하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함.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말을 할 수 없음. 따라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얘기는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음.
▪ 엘리엇은 '벌처펀드'의 선구자이고 국제 '알박기' 펀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행동주의 펀드의 극단에 서 있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공통적인 행동 양태가 있음. 그것은 바로 '포퓰리즘을 활용한 이익 추구'라고 볼 수 있음
▪ 주주들 간에 사익(私益)을 둘러싼 분쟁처럼 비치고 있지만 제도적인 틀과 앞으로의 정책 방향 등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이 분쟁의 결과 또한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에, 엘리엇과 삼성 간의 분쟁을 '국익(國益)'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함. 특히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되어 있기 때문에 국익을 고려한 판단이 더 중요함.
▪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정거래법을 시행하고 있음. 또한 경영권 승계에 가장 비우호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상법을 통해 '1주1의결권' 원칙을 가장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나라에 포함됨. 그 이유로는 강력한 반(反)재벌 정서와 이상향적 기업관, 이상주의적 경제민주화 논리의 결합을 들 수 있음.
▪ '글로벌 스탠다드'의 허상(虛像)에서 벗어나 세계경제 상황과 한국경제의 실제를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 기업관에 기반을 두고 재벌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함. 단기적으로는 포이즌 필(poison pill)과 같이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함.



■ <토론>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 "투기자본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어" 투기자본은 대주주의 전횡에 대한 소액주주의 이익보호를 내세우지만 종국엔 막대한 이익을 챙겨 떠났음. 2003년 SK 경영권 공격빌미로 9000억 원을 챙긴 소비린, 2004년 삼성물산 주식 취득후 380억원을 챙긴 헤르메스, 2006년 KT&G로부터 1500억원을 챙긴 아이칸 등이 그 예임.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34억원에 인수했던 론스타는 고율배당과 블록세일로 합 6조 8184억원을 챙겼지만 다시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 1천억원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임.
▪ "소액주주 보호 위해 투기자본 힘을 빌리다가는 막대한 국부를 유출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것"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이사 1/2이상 사외이사 선임, 감사 선임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의결권을 3%만 인정하는 3%룰 도입 등을 시행하고 있음. 또한 만연해 있는 반기업 반재벌 정서도 한국을 외국 투기자본의 봉으로 만들고 있음. 이러한 제도적 결함,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소액주주 보호를 지배구조개선이 아닌 투기자본의 힘을 빌리다가는 국부유출과 기업투자위축을 불러올 것임.



■ <토론>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

▪ "편법적 경영권 상속과 기업사냥꾼의 기업 약탈을 모두 막는 것이 경제정의" 총수 일가의 편법과 불법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 그것이 경제정의임. 그런데 동시에 자본시장 완전 개방과 글로벌 주주자본주의 환경 하에서 노출된 한국 최대의 우량기업과 우량 기업그룹들이 국제 기업사냥꾼들에게 약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경제정의임.



■ <토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엘리엇은 먹튀, 그 이상일 것" 엘리엇은 다시 주주제안을 통하여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변경까지 요구했음. 정관변경을 요구한 것은 단순히 먹튀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됨.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현물이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략 8조 원이 넘는 가치를 가진 삼성전자의 주식임.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지면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
▪ "다수의 헷지 펀드가 한국기업을 난타해오고있음에도, 아직까지 아무것도 배운 것 없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국제적 투자는 불가피하고, 우리는 이를 수용해 법률도 국제수준에 맞추어야 함. 그러나 우리 법률은 감사 선임에 주주의 의결권 3%까지로 제한하는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정은 고집하면서, 미국도 일본도 다 인정하는 차등의결권제도나 포이즌 필은 허락하지 않음. 경영참여의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도 요구해야 함. 특히 주식 이동이 자유로운 상장회사의 경우는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 한해 소수주주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함.



■ <토론>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

▪ "단기적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기업에 허용해 합병통한 효율성 및 주주가치 제고 조화되어야" 다툼은 결국 합병기업의 성장성에 달려있음. 합병 시너지가 크게 발생한다면 합병기업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며, 과대평가되었다면 합병기업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낮아질 것임. 그런데, 시너지 효과를 사전에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움. 따라서 선관주의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소수주주를 어느 정도 보상하는 장치가 필요함.



■ <토론>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진정한 주주중심 자본주의는 이제 기업의 소유개념에서 계약의 집합체 개념으로 수정되어야" 기업은 주주들만의 소유가 아니라, 생산의 요소를 가진 자들이 경영자와 묵시적 계약을 통해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해 결합된 결사체임. 주주는 '자본'이라는 생산요소의 한 부분을 자기 위험 감수로 제공하고 이익을 배당받기에 주주는 항상 '잔여청구자'가 됨. 동시에 주주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선호를 가진 주주들이 존재해 그러한 이해관계 조정을 경영자에게 위임했다고 해석해야 함. 진정한 주주중심 자본주의는 이제 기업의 소유개념에서 계약의 집합체 개념으로 수정되어야 하며,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의 보호에도 전향적인 제도와 법의 제정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