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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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2011년 11월 30일(수) 오후 2시 30분
<장 소>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
* 사 회 :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패 널 :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바른사회 공동대표)
김주성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바른사회 공동대표)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바른사회 협동사무총장)
대한민국에 금기가 사라지고 있다. 국회에 폭력이 난무하더니 급기야 의사당내에서 현직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위대에게 경찰서장이 폭행을 당해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 종교인이, 교사가, 판사가 직분을 망각하고 막말과 선동을 일삼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무엇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해체에 이르게 하는 행동인가, 무엇이 금기인가, 무엇이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하는 사회적 유산이며 제도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는 정책에 대한 찬반, 특정 정권에 대한 지지와 반대와는 다른 문제이다. 또한 이것은 해묵은 보혁 논쟁과도 다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과 기초에 대한 논의이자 이 땅에서 배우고 자랄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논의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011 대한민국, 지성 vs 반지성의 프레임이 필요하다"라는 제하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에 대해 토의해보았다.
* 아래 내용은 행사 현장에서 패널들의 토론을 정리한 것이다.
<박효종 -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우리가 처해 있는 시점은 어떻게 보면 위기, 위기를 넘어서서 공동체의 해체와 같은 상황이다. 대한민국 공동체라 했을 때 경제도 중요하나 정신적 가치, 선악, 정직과 부정직, 지성과 반지성, 합법이나 불법의 선에 대한 인식이 분명해야 정치공동체라 이야기 할 수 있다. 법과 정의에 대한 합의, 공동선을 추구한다고 하는 가치관이 모여 있을때 이 집합체가 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우리 사회에서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없다. 교사, 성직자, 판사 등 자기들이 맡은 바 직분이 있을텐데 자신의 일은 충실히 하지 않은 채 정치에 대해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현실이다. 판사는 어찌 보면 성직자와 비교될 수 있을 것인데 SNS를 통해 자기 의견을 밝히고 그에 반하는 여론에도 뭐가 잘못이냐하는 이런 태도는 참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례이다.
법에 대한 경시도 문제이다. 그리스에 데모스네스는 도편제로 추방까지 당했는데 데모스네스에 의하면 판사들이 판결 이후에도 집에 편히 갈 수 있는 것은 법에 대한 엄숙성에서 기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약육강식과 같은 힘을 가지고서 자기 자신의 의견과 가치관을 밀어붙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나 공권력을 규탄하는 상황은 법치라는 것이 없다는 것의 방증이다.
폭력과 비폭력의 구분이 없어진 것도 문제이다. 근육질 국회가 된 지 오래이고, 최루탄까지 터뜨리는 의원이 나올 지경이다. 자신의 행위를 안중근 의사에 비교하며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며 어떻게 우리 사회를 문명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서울시장 보선에서 SNS의 위력, 영 제너레이션의 위력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SNS가 거짓말이 광속도로 확산되는 통로로 이용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사회 과거의 균열점은 이념, 지역 이런 것이었는데 이제 우리 사회의 균열점이 세대간 균열에 이르고 이것은 어찌 보면 이념갈등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권위라고 하는 것이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는 단순한 힘과 다른 거부할 수 없는 충고라는 의미가 있을텐데 지금 교회, 학교, 부모의 권위도 없고 권력자라 할 수 있는 대통령, 그리고 국회 어디에도 권위를 찾아볼 수 없다.
민주화가 탈권위주의를 시도한다고 하면서 권위 그 자체가 실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엄숙함과 권위가 도처에도 없게 되었다. 권위를 이야기하면 기득권, 평등주의하에서 왜 당신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금은 좌와 우의 구동존이(求同存異)가 필요한 시대이다. 좌파 우파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나의 편이면 옳고, 남의 편이면 그르다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동선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다. 전쟁을 할 때도 적장이라 할지라도 훌륭한 장수라 할 수도 있을텐데 구동존이의 실종으로 적은 적이고 박멸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제이다. 가진 자가 베풀고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데, 가진 자 뿐만 아니라 시티즌 오블리제가 필요이다. 정직, 법에 대한 존중이 시민들 사이에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없다.
이런 사람들이 공직을 맡게 된다고 자기 희생과 헌신을 하겠는가. 권위가 실종된 사회에서 사회 곳곳에서 학교에서 어디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다. 벽돌을 하나씩 놓는 심정으로 권위도 세워보고, 구동존이에 대해서도 실천해보고, 시민으로서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 그 너머의 봉사와 희생에 대해서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운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이를 위해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그런 시민캠페인, 시민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주성 교수 -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민주주의의 덫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2008년에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헌팅턴교수의 관점에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두 번 이루어졌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평가하기로도 2008년을 완성시점으로 보고 있다.
권위의 실종, 진영논리, 감성에 의해 진리를 외면하고 허위에 빠지는 것도 민주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진리에 관심이 없고, 진실보다 허위가 힘을 얻기 쉬운 속성을 가졌다.
수사시대의 민주주의, 말의 시대의 민주주의에서 이제 SNS에서의 민주주의로 그 폭이 더 넓어지고 있다. 현재 SNS 리더들은 길게 말하지 않는다. 겨우 짧은 몇 마디로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민주주의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시민들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파티시페이션은 진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런 면에서 모든 사람이 진영에 서야하고 결국 진영속에서 자기 위치를 잡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판사들마저 이런데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덫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이익에서 현재의 감성으로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커다란 덫이다. 현재에서의 복지를 주창하는 것과 정치가들이 다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현세주의적 성격의 덫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 만들기는 어렵고 복지를 하기는 쉽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온다. 이것을 SNS가 더 확산시키고 끌어들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덫에 크게 걸려들어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성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지성이 풍부한 리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아테네 수사시대, 데마고구들의 시대보다 지금이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SNS가 문자를 쓰지만 구어적이며 짧고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색하게 만들지 않는 SNS 수사시대에 접어들면서 민주주의의 본래 덫이 이런 SNS의 특성으로 더 크게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런 혼란 속에서 지성들이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어디에 묻혀 있지 않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덫에서 떨쳐나기 위해 젊은이들이 깨어나야 한다.
<김민호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협동사무총장>
코미디 프로에서 “민주경찰이 이래도 되는가”라는 말이 있도록 민주라는 말이 넓게 쓰이던 때가 있었다. 그 후 인권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이후 인권이 권위주의를 허무는 것이 아니라 권위 그 자체와 대척점에 서 있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후 지금은 서민이란 말이 휩쓸고 있다. 이 구도에서는 서민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가진 자가 설정될 수 있고 가진 자는 반서민이며 파렴치한 이익집단으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자유, 민주, 민권, 인권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파의 가치이다. 그런데 이것이 좌파의 전유물인 듯 포장되고 있고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쪽을 반민주, 반인권세력으로 몰아붙인다. 이제는 더 나아가서 자신들의 폭력까지도 미화시키고 있다. 경찰서장을 폭행하고도 구타유발자로 몰아붙이고, 의사당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도 오히려 당당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법의 어디에도 유발된 폭력이 정당하다는 말은 없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다수의 폭력에 대해 이제는 외면으로 일관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 것이 두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손학규에 대한 공지영의 비판, 인권위에 대한 김미화의 발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살에 관한 루머가 확산되는 것을 보면 SNS와 사이버스페이스의 실체를 보여준다. 이런 것을 용인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냐를 되물어야 한다. 온라인에서 언어적 폭력을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 시킨다면 오프라인에서의 물리적 폭력도 행동의 자유로 보장해야 하는가. 피해의 정도는 두 가지 경우 유사한 것 아닌가. 논리적 비약이 있을 지라도 이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자신들이 부추긴 폭력에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폭력에 이득을 보는 사람은 없다. 결국 이 상태로는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반지성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문제인식을 가져야 한다. 상식이 통하고 비폭력과 합법이 통하는 지성의 사회를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 어마어마한 폭력에 대항해야 한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현재 우리사회의 병리적, 소아주의, 소영웅주의의 타락에 빠진 한국사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면 뭐하나. 허위, 폭력, 불법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이룩된 경제를 어떻게 지탱해 낼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사회를 비유하면 배에 구멍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루탄은 국회 의사당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를 공격한 것이다. 명백한 범죄를 놓고 밝혀져야 할 경위들이 많다. 원칙에 따른 일벌백개로 이런 현상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비겁한 자기행동의 합리화를 하나씩 깨어야 한다. 진정한 화합을 위해서는 일탈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이런 폭력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어떻게 내년에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나.
정정당당하게 자신을 밝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때 표현의 자유가 존중될 수 있다. 허위를 걷어내고 폭력을 징벌하며 불법에 단호해야만 그 토대위에서 표현도 할 수 있고 화합도 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