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토론회
> 활동 > 토론회
- 일 시 : 2009년 11월 3일(화) 오후 1시
- 장 소 : 한국관광공사 3층 한라실
- 주 최 : 바른사회시민회의, 사)여성이여는미래
- 사 회 : 양소영 (변호사/여성이여는미래 운영위원)
- 발 제 :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토 론 : 김미영 (변호사)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훈구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장복희 (선문대 법학과 교수)
▶ 범죄자에 치우친 권리 목록과 사법절차는 범죄피해자를 형사사법의 객체로 전락시키고 범죄자만을 주체로 격상시킴
▶ 범죄피해자도 수사기관과 검사에서 자신의 권리와 입장을 전달하고 관철하기 위하여 법률전문자인 조력자를 필요
▶ 국가는 범죄피해자를 직접 구조하고, 구조로 인한 손실은 범죄자를 상대로 징수하는 방안이 채택되어야 하며 범죄피해자구조공단 설립해야
조두순 사건이 던진 사회적 충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성폭력을 당해 영구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게 된 피해아동의 사건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과연 검찰은 피해자의 대변자 역할에 충실한가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여성이여는미래는 11월 3일(화) 오후 1시, 한국관광공사 3층 한라실에서 피해자 권리보호와 구제를 위해 검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두순 사건을 통해 본 피해자 권리보호: 검찰과 피해자 간극 줄이기 가능한가”라는 제하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1)발제: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두순 사건을 통해 본 피해자 권리보호
1. 조두순 사건 개요
- 문제점
대한민국 헌법은 범죄자의 인권 보호를 위하여 무죄추청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등 각종 권리와 법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범죄피해자의 인권을 위한 규정은 헌법 제27조 제5항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는 규정뿐이다. 이처럼 범죄자에 치우친 불균형한 권리 목록이 범죄자의 인권옹호를 주창하는 법학자․법률가를 위대한 인물인 것처럼 보이게 하였고, 이러한 목록에 심취된 사람들이 운영하는 사법절차는 범죄피해자를 형사사법의 객체로 전락시키고 범죄자만을 형사사법의 주체로 격상시켰다.
이제는 범죄피해자도 사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법 주체로서의 범죄피해자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현행 법제도와 실무 관행을 비판하고,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수사단계에서의 권리보호
가. 범죄피해자의 지위
수사단계에서 범죄피해자는 단순한 객체로서 증거의 일종인 참고인에 지나지 않는다. 현행법은 범죄자의 체포․구속․보석 등 구금에 관한 사항, 불기소처분․공소제기 여부․공소사실 등 공소에 관한 사항, 공판기일․장소․재판결과 등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피해자는 수사기관이나 검사가 자신의 조력자로서 자신과 관련된 모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길 원한다. 단순히 경과를 통지해 주는 권력자가 아니라 나의 동반자가 되어 주길 원한다.
한편, 수사기관에 의하여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조사 과정에서 범죄피해자가 범죄자처럼 취급되어 범죄로 인한 상처가 더욱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2차 피해는 수사기관 종사자의 인식과 마음 자세의 변화 및 전문화 등을 통해서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
나. 범죄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
범죄피해자에게 각종 권리가 주어진다고 해도 범죄피해자가 현실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범죄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주지 않고 있는데, 수사기관이나 검사가 조력자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지만 범죄피해자도 수사기관과 검사에서 자신의 권리와 입장을 전달하고 관철하기 위하여 법률전문자인 조력자를 필요로 한다. 범죄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는 수사기관에 수차례 출석하여야 하는 문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문제, 각종 정보를 제공받는 문제, 신뢰 있는 자의 동석 문제 등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3. 재판단계에서의 권리보호
가. 범죄피해자의 지위
재판단계에서 범죄피해자 역시 단순한 객체로서 증거의 일종인 증인에 지나지 않는다. 증인으로 신청되지 않으면 법정에서 판사에게 말할 기회조차 없다. 최근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피해자의 참석도 허용하였지만, 판사가 무엇을 실질 심사했는지 모르겠지만 영장을 실질 심사하는 제도 도입되어 범죄자의 인권을 한층 더 보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선진적이라고 떠든다. 심지어, 재판과정을 통하여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불명예스런 신문과 추궁으로 인하여 상처가 심화되는 경우도 있다.
나. 범죄피해자 진술제도
현행 증인신문제도는 범죄피해자가 범죄자와 변호인으로부터 반대신문을 당하는 부담을 안고 있고, 이러한 반대신문이 범죄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증인은 범죄자가 죄를 지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답변하기 때문에 범죄피해자의 입장을 밝힐 방법이 없다.
범죄자는 피고인신문을 통하여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고, 나아가 최후진술을 통하여 선처를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피해자는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으면 자신의 입장을 말할 기회도 없고, 증인으로 나가더라도 증인을 하는 것 자체로 상당한 고통 또는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범죄자나 변호인, 판사로부터 반대신문을 당하지 않고, 증인의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변호사로 함께 출석하여 공소사실과 적용법조에 대한 의견, 피해정도와 결과, 처벌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진술제도가 필요하다.
다. 형량 문제
- 주취감경의 문제점 : 1심 재판부는 조두순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형 선택한 후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여 형법상 심신미약감경을 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술에 취했다는 점이 입증되었는지 여부 및 술에 취하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가 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입증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택하지 않고 징역 12년을 바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용이한 주취감경의 관행에 대한 비판이 범죄피해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대체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징역 12년을 선택하였는지 일반 국민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 선고형의 문제점 : 판결문을 간단히 말하면 결과가 중할 뿐만 아니라 조두순이 피해 변상을 하지 않아 현재 범죄피해자의 고통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크고, 조두순이 법정에서 온갖 거짓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간치상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력에 비추어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격리해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다. 이 점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징역 12년인가? 징역 12년을 살고 전자팔찌 7년을 채우고 나면 조두순이 다시는 재범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앞에 징역 3년을 선고할 때도 그랬을 것이다. 범죄자는 법대 위에 앉아 있는 판사만 속이면 만사형통이기 때문에 피고인신문 등을 통하여 온갖 거짓말을 하고, 판사는 마치 신처럼 범죄자의 과거, 미래, 성격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형량을 정한다. 선고형량을 문제 삼으면 형의 선고가 판사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사법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검찰의 법 적용과 구형 문제
검찰은 ‘범행일자가 2008. 12. 11.이기 때문에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의하여 2008. 6. 13.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에 의하면 13세 미만자 대상 강간상해죄의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무기 또는 7년이상 징역형)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형법상의 일반 강간상해죄(무기 또는 5년이상 징역형)를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지만 이 사건은 최고형을 선택했기 때문에 적용법조의 오류가 범죄피해자에게 어떤 불이익을 가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검찰의 항소 포기는 문제가 다르다. 무기징역 구형에 대하여 징역 12년이 선고되었다면 검찰은 범죄피해자의 입장에서 주취감경의 문제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해야 했다고 보인다. 판사가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 고무줄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검사가 구형을 하고 항소 여부 정함에 있어서도 고무줄 잣대를 가지고 있다.
- 해결 방안
결국 양형인자를 국민이 모두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하고, 검찰이 엄격한 양형인자를 적용하여 구형하면 법원이 이유 없이 감경하면 검찰이 반드시 항소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법과 현재까지의 양형의 관행을 종합해보면 조두순에 대하여 선고된 형량은 살인범에 준하는 것으로서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강간상해죄의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형이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살인범에 대한 것보다 높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법원이 범죄자의 인권 중심 재판에서 범죄피해자의 인권 중심 재판으로 옮기지 못하면 범죄피해자는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고, 제2의 조두순, 제3의 조두순이 빠른 시일 내에 계속 등장할 것이다. 살인, 강간 등 중대범죄는 원칙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할 것이다.
4. 집행단계에서의 권리보호
가. 범죄피해자의 지위
범죄피해자는 집행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우리나라처럼 형이 낮은 나라에서 범죄자가 조만간 석방된다는 사실은 범죄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범죄자는 어깨를 펴고 살고 범죄피해자는 숨어 살아 가는 현실이 정의인가?
나. 가석방 문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나 유기징역은 교정행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가석방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가석방을 지금처럼 교도소의 일방적 자료에 의하여 석방하는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무기징역이 선고되면 가석방 요건이 갖추어지더라도 석방조건으로 전자팔찌를 채우고,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 전자팔찌와 얼굴공개는 사회격리의 방법에 의한 국민보호를 사회참여시 제한적 인권 제한의 방법에 의한 국민보호이기 때문에 이중처벌 등 범죄자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교정행정이 광범하지만 엄격한 가석방과 가석방시 보호장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범죄자는 가석방이라도 받으려면 교도소에서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노역으로 벌은 돈이라도 범죄피해자에게 변상하는 등 최소한의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5. 피해자 구제와 지원 문제
가. 배상명령
1심 법원은 배상명령 신청에 대하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항, 제25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호에 의하여 각하하였다. 배상신청의 요건과 범위 등이 협소한 것도 문제이지만, 결국 배상명령도 민사판결문과 마찬가지로 범죄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쓸모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나. 범죄피해자 구조
결국 국가가 범죄피해자를 직접 구조하고, 구조로 인한 손실에 대한 국가가 범죄자를 상대로 징수하는 방안이 채택되어야 한다. 국가는 범죄피해자에게 치료와 삼당을 지원하고, 손해에 대한 경제적 보상해야 한다. 현재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범죄피해자가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다. 범죄피해자구조공단 설립 필요
현재 국가가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일반 성폭력피해자, 가정폭력 피해자 등에 대하여 치료와 상담을 지원해주고 있다. 범죄피해자와 관련하여 여러 기관이 존재하고 여러 단체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하여 범죄피해자구조공단으로 발족시킴이 타당하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범죄피해자를 유효하게 구조할 수 없다. 재정은 범죄수익금과 벌금으로 충원하고, 업무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조금 지급 및 범죄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의 징수(소송 포함), 범죄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 활동, 기타 범죄피해자의 인권을 위한 활동 (의료치료센터의 지정․지원․관리, 상담치료센터의 지정․지원․관리, 법정동행 등 자원봉사자의 교육․지원 등) 등을 하고, 조직과 구성원은 국가에서 재원을 출연한 공단으로 설립하되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를 구성원으로 참여시켜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범죄피해자를 방치할 것인가? 내 딸을 강간하고 내 아들을 죽인 범죄자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는 부모와 딸, 아들을 위해서 현행 범죄자 중심의 사법시스템을 범죄피해자 중심의 사법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2)토론: 김미영 (변호사)
- 성폭력범죄에 대한 현행 법 체제는 비록 처벌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는 하나 피고인을 중심으로 되어 있을 뿐,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아 피해자의 권리보호에는 미흡한 상황.
- 피해자의 권리 보호에 미흡한 면을 성폭력범죄가 발생한 이후 단계별로 고찰해 보고자 함.
1) 소추요건이라는 면에 있어서 일반 강간죄는 친고죄, 청소년 성폭력범죄는 반의사불벌죄, 아동에 대한 성폭력범죄는 비친고죄로 되어 있음. 그런데, 개정 제정된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하였는바, 분별력이 없는 아동의 의사를 확인할 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의사불벌죄로 한 것은 개악으로써 모두 비친고죄로 개정함이 타당.
2) 수사단계에서는 수사관과 피고인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 수사관이 조사 시에는 아동, 청소년이라는 피해자의 특수성과 성범죄라는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를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수사인력이 필요한 바, 현재 법률(성폭법 21조의2)이 정하고 있는 전담조사제를 활성화하여야 할 것.
3) 재판단계에서는 현재 피해자측의 신청시 증인신문의 비공개를 재판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함이 타당.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문제는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영상물 촬영으로 대체하여 증인 소환을 자제.
4) 피해 회복이 실상 피해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은 재판절차 이외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대하여는 침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제도적으로 보건대 최소한 배상명령의 대상이 되는 범죄에 성폭력범죄를 포함해야 함. 배상명령의 대상에 상해는 포함하면서 강간치상은 제외하는 것은 부당.
5)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두고 있는 신상정보열람제도는 열람 5년 보관 10년의 기간을 연장함이 타당하고, 위치추적 전차장치 부착제도 역시 형선고 이후 실제 집행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할 것임.
3)토론: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 우리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에 대하여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범죄예방대책에 대하여 요구한다. 그리고 범죄자의 인권문제로 논란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범죄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는 피해자의 상황이나 심정을 헤아려 가능한 한 논의의 대상에 올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피해자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범죄피해자를 관심의 대상으로 하여 언론에서 다루면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발생하기 때문에 되도록 피해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피해자는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국가는 가해자나 피해자나 동일한 기준에 의하여 그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 여기서 가해자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당연히 부과되는 형벌을 받아 그 법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피해자는 오직 피해만 입고 상처만 남을 뿐이다. 즉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하여 피해자가 그 자체만으로 배상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는 그 배상은 원상회복이 원칙이다. 그런데 범죄피해로 인하여 피해자가 받는 권리의 침해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에 대해서는 국가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피해자의 구조를 위한 국가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 헌법은 제10조에서 국민에게 그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물론 이 규정은 상당히 선언적 의미를 갖는 것이기는 하지만, 범죄자에 대한 인권보장과 함께 범죄피해자에 대한 그 피해를 구조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 또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국가는 헌법 제30조에 의하여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조의무가 있으며, 제34조에 의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할 의무도 있다.
발제문은 수사절차와 재판절차에 있어서 범죄피해자에 대한 권리보호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물론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그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정도의 형벌이 가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것처럼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으로 범죄피해자에 대한 권리보호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로부터 보호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배상하고 원상회복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발제자가 언급하는 것처럼 범죄피해자를 위한 구조공단의 설립과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배상문제,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 등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 범죄피해자구조법을 개정하여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사회보장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의 개정 등 법과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범죄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고되어야 한다.
4)토론: 이훈구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사법절차는 가해자의 범죄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이 권리나 피해에 관해서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가해자의 범죄사실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사법부의 책임이 완수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강간에 대한 잘못된 통념
흔히 강간피해자는 두 번 강간당한다는 통설이 있다. 강간범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범죄수사 과정이나 법정에서 다시 한 번 심리적 강간을 당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서구보다 처녀성이 존중되어 처녀가 혼전에 강간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결혼하는데 장애가 된다. 성폭력사건을 발본색원하려면 강간피해자의 고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강간피해자의 체면, 인권이 보호되지 않으므로 강간사건이 상당량 은폐되고 있다. 또한 양형문제는 심각해서 판사의 성격에 따라 같은 범죄라 해도 양형에 큰 차이가 있다. 대법원에서는 양형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위원회를 구성해 25억원을 투자한 결과 불과 8개 부문의 양형을 정리했다. 그러나 양형은 일률적으로 정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같은 사건이라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저질렀는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가석방과 사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석방과 사면은 비과학적으로 무책임하게 수행된다. 가석방은 1년에 한 두 번씩 법무부교정국에서 행해진다. 전국교도소에서 올라온 수천 명의 가석방후보자를 단 며칠 만에 서너 사람의 교정국직원이 서류심사를 통해 결정한다. 외국에서의 사면과 가석방은 해당교도소에서 교도관, 심리학자, 법심리학자, 정신과의사들로 구성된 전문가집단에 의해 철저히 검사하고 분석한 후 판별한다. 조두순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법무부장관이 천명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 한국의 재판제도로는 제 2의 조두순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재판제도는 구 독일식이다. 즉 판사가 재판을 주재하고 검사는 피의자를, 변호사는 원고를 대리해 혐의사실입증을 위해 서로 논박하며 판사가 최종적으로 판결을 내린다. 또 대부분의 재판과정은 검사와 변호사의 공소장 제출로 진행되고 판사는 공소장을 검토하여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가를 판단한다. 현재 전 세계의 99%는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배심제에서는 9-12명의 배심원이 검사와 변호사가 각종 증거와 증인을 제출하여 벌리는 각축전에서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를 며칠 동안 심사숙고하여 피고에 대한 유무죄를 결정한다. 이때 판사는 재판의 진행을 맡는 진행자의 역할만 할 뿐이다. 배심제는 판사 한 사람의 판단보다는 다수의 판단이 더 정확하다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마련된 것이다. 만일 조두순의 재판이 우리나라에서 검토하는 국민참여재판제로 진행되었다면 어떤 판결이 나왔을까? 아마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등법원, 대법원에서도 배심원들이 항소와 상고를 기각할 리 만무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배금자 변호사는 우리 재판절차는 한마디로 거짓말의 난무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조선일보 아침논단, 2002, 11) 허위진술보고, 증거조작, 참고인과 증인회유 및 출석방해 등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양측의 공소장을 잘 읽어보면 누가 잘못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법조인들의 권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판사의 권위를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노무현 정권 때 수년간에 걸쳐 엄청난 국고를 투입하여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연구하였고 현재 이 제도의 적용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인들 그 누구도 이 배심제를 찬성하지 않는다.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이 제도를 모두 극력 반대한다. 현재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독일식의 참선제로 수정 보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독일법조인들이 자기나라의 참심제를 본받지 말라고 우리법조계에 고언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조인들이 독일식의 참심제로 몰고 가려한다. 참심제는 현재 판사중심의 재판절차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최종 판결권은 판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두순 사건을 음미해볼 때 우리의 재판제도가 배심제로 가야한다는 것은 더욱 더 분명해졌다. 이 제도가 우리사회에 확고하게 정립되려면 시민과 온 사회가 들고 일어나야 한다.
5)토론:장복희 (선문대 법학과 교수)
1. 형사사법제도에 있어서 범죄피해자의 인권보호문제는 인권적 사고의 핵심이 된다.
2. 국제인권법과 훌륭한 관행을 모은 상세한 지침들은 다음과 같은 범죄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① 형사재판과정에서 범죄피해자는 동정심을 가지고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도록 처우 받아야 하며, 피해자간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② 범죄피해자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통지하며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함이 없이 청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형사재판제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③ 범죄피해자는 적절한 경우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피해로 야기된 정서적인 외상과 고통을 완화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3. 범죄피해자권리와 관련한 보편적 국제규범으로서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 1966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시민권 규약, B규약), 1965년 인종차별철폐협약, 1979년 여성차별철폐협약, 1984년 고문방지협약, 1989년 아동권리협약이 있다.
4. 1985년 범죄피해자와 권력남용피해자를 위한 정의기본원칙선언(이하 UN피해자선언)이 있고, 이 선언은 범죄피해자와 관련하여 가장 훌륭한 국가관행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2006년 UN 총회는 국제인권법의 대규모 침해 및 국제인도법상 중대한 침해의 피해자의 구제와 보상을 받을 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지침(UN피해자원칙지침)을 채택하였다.
5. UN 피해자선언은 10가지 원칙으로 나뉘어져 있고, 범죄피해자의 처우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범죄피해자의 정의를 위한 기본원칙은, ① 동정심과 존중(compassion and respect) ② (절차와 과정상 권리로서) 정보(information)를 받을 권리 ③ 법정에서 의견 제시(presentation of views to court) ④ 법률자문(legal advice) ⑤ 생활과 신체적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protection of privacy and physical safety) ⑥ 비공식적인 분쟁해결(informal dispute resolution) ⑦ 사회원조 및 의료지원(social and medical assistance) ⑧ 범법자에 의한 손해배상과 보상(restitution/compensation by offender) ⑨ 국가에 의한 보상(compensation by the state) ⑩ 능력배양과 협력(capacity building/cooperation)의 권리이다.
6. 여타 국제문서로는 ① 피해자 지위에 관한 EU 권고와 형사절차상 피해자의 소에 관한 EU결정: EU결정은 UN 피해자선언의 10개 원칙 중 9개를 반영하고 있다. ② UN 초국가적 조직범죄금지에 관한 협약 및 의정서: 이들 조약들은 UN피해자선언에 제시된 피해자를 처우하는 10가지 최소기준을 존중하고 있다.
7. 보편적 국제인권조약, UN피해자선언, EU결정에 포함된 범죄피해자의 기본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형사소송절차에 참여권
② 법적 구제를 통보받을 권리
③ 협박,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④ 기록의 비밀을 보장받을 수 권리
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⑥ 범죄자로부터 증거로서 사용한 피해자의 개인적 재산을 신속히 돌려줄 권리
⑦ 범법자가 자신들의 범죄 이야기를 팔려고 하는 경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 예방
⑧ 피해보상과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
8. UN피해자선언과 한국의 범죄피해자보호법과의 비교
○ 절차상 정보를 받을 권리의 경우, 현행 범죄피해자보호법 제8조에 ‘범죄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가해자에 대한 수사결과, 공판기일, 재판결과, 형집행 및 보호관찰 집행 상황 등 형사절차 관련 정보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나 ‘제공할 수 있다’에서 ‘제공하여야 한다’로 되어야 한다.
○ 법률자문의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것 외에 범죄자와 피의자와 차별 없이 동등하게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주는 그 이상의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 앞으로 범죄피해자보호법의 제ㆍ개정시, UN 피해자선언의 원칙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관련법은 범죄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피해의 심리적 효과의 완화, 범죄피해자 권리에 관한 법적 근거, 범죄피해자의 기본권(정보를 통보받을 권리, 알 권리 등), 재피해로부터의 보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손해배상 및 보상을 받을 권리(범죄피해자노무위원회로부터의 보상 포함), 지원을 받을 권리, 취약한 입장에 있거나 협박을 받고 있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강화된 지원서비스, 범죄피해자의 사생활보호, 기소검사와의 협의, 일정시간, 체포와 법원사안에 대하여 통보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관련 범죄에 대하여 정보접근권, 범죄피해자보상기구로부터 명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와 보상가능성, 범죄피해자가 원하는 서비스 수준을 보장하기 위하여 서비스를 받거나 받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 보장, 손해배상, 국가에 의한 보상권 등이 명문으로 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9. 제 언
앞으로 범죄피해자 권리를 보호하는 국내법과 정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UN 피해자기본원칙을 최대한 적용하고, 특히 모든 형사사법제도에서 다음이 이행되어야 한다.
① 국내법상 “피해자”의 정의는 모든 범죄피해자를 포함하여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자의적으로 그 범주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당해 사안에서 특별한 처벌의 기소추적에 협력하는 정도에 관계없이, 피해자의 지위는 모든 범죄피해자와 이들의 가족구성원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② 개인이 체포가 되었던 범죄에 대한 소송이 제기 되었던 관계없이, 일단 범죄피해자로 확인되면 피해자 지원과 보호가 개시되어야 한다.
③ 범죄피해자인 여성과 아동의 특별한 요건이 피해자의 개념과 피해자지원에 적절히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④ 피해자는 모든 형사절차 단계에서 정보를 받을 권리와 정보를 선택할 권리가 적절히 통보받아야 한다.
⑤ 피해자에게 자신과 이들 가족이 경험한 형사범죄와 관련한 의료 및 정신건강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 피해자가 피해로부터 야기된 새로운 해악을 보일 경우에는 보상에 대한 제한규정을 높여야 한다(예컨대 범죄 이후 수년이 지난 후에 표면화될 수 있는 정신건강문제). 특히 강간 증거 등 증거수집과 보전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강화하여야 한다.
⑥ 범죄피해자를 위한 정책을 알리는 UN과 관련 기관이 제공하는 편람과 교육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피해자의 권리의 존중을 보장하기 위하여 범죄피해자의 권리와 이들의 역할에 대하여 법집행요원과 관련 국가기관을 교육하여야 한다.
10. 범죄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하여, 판사, 검사 및 변호사를 포함한 법률가들은 인권법의 건전한 지식을 가지고 국제인권법규범에 익숙해 있어야 하며, 정의를 추구하기 위하여 어느 경우든지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법률가의 독립성과 공정성만이 인권을 보호하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
11. 결어
○ 법집행 과정에서 UN피해자선언상의 범죄피해자의 정의실현을 위한 기본권과 원칙의 실현으로서, 보호를 받을 권리, 정보접근권, 통보를 받을 권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 보상을 받을 권리, 법률자문을 포함한 지원을 받을 권리 및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국내법적으로 명문화 할 필요가 있고, 범죄피해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있어야 한다.
○ 어떠한 상황에서든 범죄피해자는 생명권과 고문 및 여타 형태의 부당한 처우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고, 이들 권리는 서로 상호적으로 작용하여 효과적인 보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