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토론회
> 활동 > 토론회
- 일 시 : 2009년 4월 22일(수) 오후 2시
- 장 소 :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
- 주 최 : 바른사회시민회의
- 사 회 : 이훈구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주제발표: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 토 론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대현 (한국일보 논설위원)
조중근 (한국사회책임연구소 소장/장안대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故장자연씨의 자살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건으로 인한 파장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연예인의 사례, 개인적 부도덕의 문제, 특정 연예기획사의 문제로 치부되기에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제 이, 제 삼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 도출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 연예,방송계를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현재 연예,방송 시장은 과도한 수요독점에 빠져있다. 방송계로 진출하려는 지망생은 많은데 수요처가 한정되다보니 권력이 수요자에게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매개가 되는 연예기획사의 무리한 유형, 무형의 로비가 싹트게 된다. 따라서 수요처의 확대와 다양화는 이 고리를 끊는 핵심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이 연예인이 상위를 차지할 만큼 연예,방송계는 우리 사회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이미 문화권력으로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성숙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바른사회에서는 故장자연 사건을 통해 연예·방송산업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보았다.
■ 주제발표 /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지상파 방송의 연예오락 독과점, 타락하는 연예권력
故장자연 사건은 주변인물의 이상한 행적과 그녀가 남겼다는 문건이 등장하면서, 젊은 연기자의 죽음이 개인적 고민으로 일어난 자살사건이 아니라 연예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추잡한 스캔들이 얽힌 사회적 사건으로 변모되었다.
‘장자연 사건’의 정상적인 마무리는 1차적으로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고인을 애도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부당하고 불법적인 일이 개입했다면 그 일을 한 사람들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억울한 희생이라면, 경과의 내막을 정리함으로서 유사한 일이 거듭되지 않도록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사회적 경고의 의미도 작지 않다. 특히 두 가지 주목하는 부분은 급조되는 여론과 그것이 갖는 과도한 공격성 그리고 지상파 방송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연예계 진입의 결정적 창구역할을 하는데서 생긴 연예권력의 독과점 현상이다.
이번 사건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양면의 칼 같았다. 사건의 이면에 또 다른 내막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은 문건의 존재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부터였다. 그것이 작성된 과정, 유출과정, 내용의 진위 여부는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자필로 작성한 문건의 실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수사는 재개됐다. 개인의 비극으로 그칠 수 있었던 자살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건으로 부각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또 다른 의혹과 의문이 뒤따랐고, 언론은 경쟁적으로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건의 실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부차적인 사안들이 본론을 압도하는 현상으로 역전했다. 그 중에서도 특정 언론사를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은 듯한 현상은 이번 사건을 특정 대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킨 사례다. 논란의 대상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지만, 객관적 실체가 밝혀지기도 전에 이루어지는 집단공격과 매도는 심각한 폭력이자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정의를 주장하며 오히려 폭력을 선동하는 집단적 열광은 견제해야 한다.
방송사 연예오락프로그램 담당 PD나 간부들이 매니지먼트 회사나 연예인들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주고받은 일로 일해 수사를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해당 부서의 사람들을 바꾸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을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진다. 구체적으로 행적이 드러난 경우에 대해서는 내부의 징계나 법률적인 처벌을 받지만, 구조적인 대응책은 흐지부지되고 만다. 방송의 독과점적 폐쇄성은 더욱 견고해지고, 로비는 더욱 은밀해질 뿐이다. ‘장자연 사건’은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세상에 드러났지만, 현재에도 비슷한 처지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의 숨은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적 권력화 현상을 완화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다양화, 기회의 확장과 균등화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방송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연예계를 범죄적 카르텔을 형성하게 하는 온상이 되는 현실은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토론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방송연예산업에서 생산하는 드라마 등의 방송서비스제품은 매우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품의 질이 다양하고 틀에 짜이지 않은 특징이 있으며 사전적으로 어떤 제품이 시청률도 대변되는 소비자의 호응을 받게 될지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드라마 영화 등의 제품은 방송네트워크를 통해 시공을 초월하여 무한히 복제되고 재방송 되는 이유로 이 서비스의 소비에는 소위 “슈퍼스타의 경제학”(economics of superstars)의 논리가 작동한다. 다양한 기회를 통해 대중의 호응을 받은 슈퍼스타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가 일반적으로 크다고 예상되므로 몇몇 스타에게 과도한 수요가 몰리고 그러한 지위에 이르지 못한 인력에게는 열악한 대우와 보상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스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연예인 혹은 연예지망생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의 무리한 노력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무리한 조치와 비리가 발생함.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는 데에는 공중파의 독점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이러한 독점성을 줄이기 위해 공중파 채널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다양한 방송서비스 상품이 제시되도록 하는 길을 충분히 터서 일부 스타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자연스럽게 줄이면서 많은 연예인이 진출하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4년제나 2년제 대학의 연극영화과 등의 교육과정을 거친 인재들을 대상으로 연예인을 주로 선발함으로써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말이 보여주는 무차별적 연예인 선발과정을 어느 정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예기획사 등에 대한 인가제 등의 실시를 통해 자금, 시설, 인력 및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회사가 역할을 담당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 토론 / 이대현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번 故장자연씨 사건은 법적 진술을 할 당사자가 자살한 상태이고 연예기획사의 불공정 거래 부분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사건의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란 쉽지 않다.
이 사건에는 방송사 PD, 연예기획사 대표, 매니저, 광고주 등 연예계관련 거의 모든 계층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이 각자의 권력을 쫓고 권력을 야합하는 과정에서 한 연예인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연예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故장자연씨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거나 그럴 각오까지 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인기라는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제도를 고친다한들 연예계 비리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방송제작구조에도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사 내부의 비리를 줄이고자 아웃소싱을 시작한 것이 많은 외주제작사를 만들게 되었는데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외주제작사와 연예기획사간의 단계적인 비리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방송사에서는 최근 전속계약제를 부활하여 신인 연예인에게는 기회를 주고 이러한 비리의 소지를 줄이고자 노력중이다. 이처럼 방송제작에의 시스템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예매니지먼트 구조가 일본과 미국식을 어정쩡하게 섞은 것에 우리식을 가미한 것인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접근을 해야 한다.
■ 토론 / 조중근 (한국사회책임연구소 소장/장안대 교수)
연예프로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편중성이 심각하며, 또 이른바 ‘스타’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는 ‘소비자로서 시청자 보호’라는 문제와 직결되며, 이의 개선이 절실하다.
이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신인들의 진출 및 활동기회가 상대적으로 박탈당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연예인으로 데뷔를 하고,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으려 하거나 불합리한 요구를 감내해야만 하는 풍토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바, 매니지먼트 등록제, 표준계약서, 에이전시 자격제도, 에이전시-제작업무분리, 에이전시 대행 수수료 상한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법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