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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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9년 3월 4일(수) 오후2시
- 장 소 :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
- 주 최 : 바른사회시민회의
- 사 회 :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 주제발표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
- 토 론
- 온기운 (매일경제신문사 논설위원)
-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
- 정인교 (바른FTA운동본부 상임대표/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 허 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07년 4월에 타결된 한미FTA협정이 2009년 현재까지도 발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언론을 통해 한미FTA재협상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미국보다 먼저 국회비준을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국회 외통위 법안심사소위는 비준동의안을 전체회의로 넘긴바 있으며 미국 무역대표부 역시 새 행정부 첫 보고서에서“즉시 그러나 책임 있게 콜롬비아․한국․파나마와 FTA를 둘러싼 문제를 대처할 것”이라며 FTA비준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습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한미FTA표류할 것인가? : 기로에선 한미FTA해법』정책토론회를 통해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불러온 한미FTA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 주제발표 :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먼지가 쌓여 가고 있다. 2007년 4월에 타결되고 6월에 서명한 협정은 2008년을 넘겨 2009년에 이르도록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다. 만여 개 품목의 관세 철폐, 투자장벽 완화, 서비스 분야의 개방약속 등 한국과 미국정부의 합의는 서류 속에 잠들어 있다. 아직 한국과 미국 모두 한미FTA를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비해서 비준이라는 카드라도 쥐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참 딱한 주장이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이 비준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이 위협에 미국이 움찔하여 재협상 요구를 거두어 들어야 그 카드가 제대로 써 먹히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와 여당은 지금 체결된 한미FTA가 균형을 절묘하게 맞춘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미국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비준 카드를 전략적으로 쓰려면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기 이전에 미국의 입지를 축소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발상이다. 한국의 비준여부는 미국 국내정치세력의 역학관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내에는 광범위한 한미FTA 지지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한미FTA는 전미제조업체, 서비스업계, 영화산업계, 제약업계, 통신업계, 지적재산권 관련업계 등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고, 2008년 쇠고기 협상으로 미국 축산농가로부터도 지지를 확보한 상태이다. 자동차 문제만으로 오바마가 재협상을 들고 나오고 한국이 강력하게 반발하여 한미FTA가 위태롭게 될 경우, 미국 내 한미FTA 지지세력들도 사태를 그냥 수수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재협상을 들고 나올지 안 들고 나올지는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와의 타협에 달려 있다. 미국이 그렇게 손쉽게 자동차 재협상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되진 않는다. 만약 자동차를 재협상하자고 하면 한국은 당연히 FTA 협상의 다른 분야까지 찾아내어 이익의 균형을 도모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미국 내 FTA 지지집단의 반발과 한국 내 FTA 저지세력의 정치쟁점화로 한미 양국의 동맹관계는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라설 가능성마저 있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 때문에 국회가 비준을 마냥 미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이 나서서 미국에게 재협상요구를 하라는 자충수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한국 국회가 미국에 앞서 한미FTA 비준을 하게 된다면, 한국의 비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재협상을 요구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인가 미국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재협상 요구 시 예상되는 한국의 반발, 미국 내 FTA 지지세력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미국은 재협상 카드를 꺼내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스스로도 한미 간의 자동차분야 무역의 불공정이 아닌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실패한 미국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부족이 문제의 핵심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의 비준은 국내에서는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 완료형이었어야 마땅한 사안이다. 대선, 총선, 촛불 시위, 미국 대선 등 각종 정치적 현안을 핑계로 지연되고 또 지연되어 여기까지 밀려 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 속에 세계가 보호주의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 한국이 한미FTA를 비준하는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국가적 의지와 신념을 세계에 천명하는 일이다. 무역의존도가 80%에 이르는 한국은 이러한 보호주의의 유혹이 걷잡을 수 없는 대세가 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 열려있는 세계무역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한국의 국가적 생존을 위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이상으로 앞으로는 더 절실하다. 한미FTA 비준을 당리당략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냉철하면서 전략적 사고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그 접근의 기본방향은 한국 국회가 한미FTA 비준을 더 이상 미루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