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토론회
> 활동 > 토론회
- 일 시 : 2007. 3. 16 (금) 14:00 ~ 16:00
- 장 소 : 헤럴드경제 회의실
- 주 최 : 바른사회시민회의, 헤럴드경제 신문사
- 사 회 :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주제발표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 패 널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높은수준 FTA타결위해 민감품목 일부 개방불가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초반 미흡한 준비상황에서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8차까지 이어져 왔고, 일각에선 지금까지 결과만 봐도 중상(中上) 수준의 내용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알맹이가 빠졌다는 이야기가 있는 등 평가는 엇갈린다. 협상 타결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헤럴드경제와 공동으로 긴급 좌담회를 열어 한ㆍ미 FTA 타결 전망과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최종 타결을 위해서는 양국 실무자들이 우호 협력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등 높은 수준의 협정 체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우리측 민감품목의 일정 수준 양보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회=그동안의 협상 과정이나 내용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박태호 교수=협상이 끝나면 정부가 한 것을 가지고 평가하게 될 텐데 일단 잘하고 못하고 문제를 떠나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의식 속에 깔린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조급하게 협상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협상이 잘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세균 위원=일반 국민에게는 성급한 추진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타결 이후 초기처럼 과정의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정부에서는 논쟁이 발생했을 때 갈등조정에 몇 배 더 큰 관심을 가지고 따져봐야 한다.
-사회=정치권이 나서야 여론의 방향을 확고히 할 수 있지 않겠나.
▶정인교 교수=아무래도 한ㆍ미 FTA가 3월 말 타결되면 당장 대선후보들이 이에 대해 입장정리를 할 수밖에 없다. 후보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나 통상관계자들이 각 대선 캠프에 객관적으로 잘 설명함으로써 후보들이 한ㆍ미 FTA에 대한 평가를 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일각에서는 협상 내용에 대해서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하는데.
▶박 교수=먼저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본다. 우리가 간과했는지 모르겠지만 원산지 규정, 섬유 등 상품 분야에 있어 우리가 미국에 요구했던 것도 있고 방어하려 했던 것도 있다. 우리의 방어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정부가 협상비밀이라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아 실질 평가는 어렵다.
▶정 교수=협상의 평가 각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먼저 방어를 많이 하고 양보를 받아낸 것을 좋은 협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FTA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달성하려고 한 방향성에 얼마나 접근했느냐가 평가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최병일 교수=목표설정이 비현실적인 것은 한ㆍ미 FTA를 띄우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협상을 하면서 100%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한ㆍ미 FTA 평가에 있어 평가 잣대를 미국과 세계무역기구(WTO)로서는 어렵지만 FTA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얼마나 풀었냐로 본다면 높게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우리가 FTA를 통해 당초 추구했던 목표를 봤을 때는 좀 더 많은 개방을 할 필요가 있다. 85% 개방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품목 수 기준이다. 자동차 등 중요한 것은 빠져 있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FTA라고 본다.
▶박 교수=미국도 민감한 부분 있고 한국도 있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큰 나라와 하다 보니까 민감한 부분을 크게 느꼈고, 그러다 보니 낮은 수준의 FTA가 될 수밖에 없다.
▶최 위원=농업협상이 느리게 진행된다고 정 교수가 평가하셨는데, 그에 대해 달리 생각한다. 농업 분야에서 다루는 품목 수가 1531개인데 그 중 100개 정도만 남았다면 품목 수 기준으로 이미 93% 이상 양허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업 분야가 늦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지 않다. 단지 교역의 기준으로 보면 중요한 알맹이들이 빠졌기 때문에 수준의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다. 교역액 기준으로도 다른 FTA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와 있다.
▶최 교수=한ㆍ미 FTA가 체결되려면 먼저 쇠고기 문제가 풀려야 한다. 쇠고기 문제는 관세를 어떻게 할 것이냐와 위생검역 문제다. 이 문제에 있어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안 됐기 때문에 FTA 협상 진행이 지연된 것이다.
-사회=앞으로 어떤 사안들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는가.
▶박 교수=농업과 섬유는 낮은 수준으로 크로스(교차) 타결하고 자동차는 높은 수준으로 상호 맞개방하게 될 것 같다.
▶정 교수=지금까지 협상 내용은 두 나라 모두에 균형 있는 협상을 한 것 같다. 남은 협상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쌀은 빠질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적인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사회=한ㆍ미 FTA가 타결된다면 우리나라 산업계와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최 위원=그동안 농업 분야의 급격한 시장개방에 대비해 항상 제기됐던 것이 경쟁력 제고, 구조조정의 문제였다. 기본적으로 농업도 인력의 문제다. 젊은 사람들을 농업에 많이 뛰어들도록 유인해야 한다. FTA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소득 보전을 해줄 필요가 있다. 소득이 보장된다는 사인을 줄 수 있도록 무역조정 지원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FTA가 타결되고 나면 많은 사람이 검증하겠지만 실제로 비준까지 가려면 정치집단 간의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협상을 통해 기존의 기득권을 뺏긴 농민이나 경쟁력이 약한 제조업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농업 분야에서 칠레와 FTA를 체결하면서 무역조정지원제도 등 상당한 지원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정 교수=피해 입증의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 노력이 수반될 때에 한해 피해 지원이 있어야 한다. FTA 자체가 만능은 아닌 만큼 기업인들이 이를 잘 활용하려면 FTA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먹혀들 수 있는 품목 개발이 중요하다. 칠레 사례에서 보듯 FTA 체결로 기존에 인지도가 높은 기업은 효과를 많이 봤다. KOTRA 등 무역 지원 기관들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산업별 협회도 업종별로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 교수=산업계는 주어진 환경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FTA를 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야 한다. 무역 확대에 따른 소비자들의 권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사회=고위급 회담에서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우리 협상단에 전할 말이 있다면.
▶최 교수=협상을 깰 수도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강력한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 농업도 파격적으로 개방해서 높은 수준의 FTA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최 위원=쇠고기 검역 문제는 FTA와 별개로 진행돼 왔는데, 둘을 연계시키는 건 옳지 않다. 기대 수준을 낮춘 상태에서 봉합하고 타결을 마감해 나가는 쪽으로 맞춰 나가야 한다.
▶정 교수=지금까지 남아 있는 쟁점들이 FTA의 이익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중요한 현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민감한 품목이더라도 국익 차원에서 개방해야 하고, 그럴 때에만 우리에게 필요한 자동차나 섬유 개방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양쪽이 모두 벼랑끝 전술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양국이 끝까지 우호 의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박 교수=고위급 회담에서도 진짜 협의 못하는 것은 양국 정상이 슈퍼 딜을 하게 될 것이다. FTA 평가에 있어서 미국한테 더 줬냐 못 줬냐 따지기보다는 FTA가 정말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정리= 최재원 기자(jwcho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