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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4. 1. 6(화)
- 주 최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매일경제신문사
- 사 회 :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 교수)
- 좌담자
이승철 (전경련 상무)
정진영 (경희대 정치학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
"매칭펀드 도입해 정당 자생력 키워야"
불법 대선자금을 둘러싼 여야 공방과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시작됐다.
4월 총선을 앞두고도 정치권은 지역구 의원수를 놓고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일 뿐 정치자금 개혁과 돈 안드는 선거에 대한 논의를 미루고 있다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매일경제와 함께 '불법 정치자금 수사와 한국 경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승훈 서울대 교수(사회)=석 달 뒤면 17대 총선이 실시된다. 어떻게 해야 이번 총선에서 불법 정치자금 고리를 끊을 것인가.
→ 이승철 전경련 상무=전경련에서 계속 제안한 지정기탁금제와 선관위 를 통한 정치자금 기부제도 등을 이번 총선에 바로 도입해야 한다. 불 법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이 호되게 당했으니까 시기가 좋다. 이번에 보란듯이 도입할 수 있다. 총선 전에 이런 홍역을 치른 게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교수='총선자금'을 생각하니 갑자기 섬뜩한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쪽에선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선 거자금을 걷으러 다닐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 정진영 경희대 교수=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총선은 정치적으로 굉장 히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쟁적인 선거가 될 전망이다. 당선에 유리하다 싶으면 무슨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빨리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하는데 여야가 상대방 죽이기에만 혈안 이 돼 있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에서 내놓은 제안 중에 돈 받은 유권자 처벌규정 같은 것은 상당히 좋은 것이다. 선거공영제를 확대하고 선거자금을 소 액ㆍ다수로 유도해 돈으로 승패가 가려지는 상황을 없애야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사람을 재판을 통해 당선무효시키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애초에 돈을 쓰지 않고 당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 조동근 명지대 교수=대학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당 운영에도 매칭펀 드(Matching Fund)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독일을 예로 들면 당원 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당비에 비례해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 정치권 도 손만 벌릴 게 아니라 자생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비용만 놓고 보면 법정 선거비용을 조금 높여서라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너무 낮으면 범법자만 양산한다. 중요한 것은 액수가 아 니라 투명성과 효율성이다. 대신 법정비용을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당선 무효 등 제재를 확실히 가하면 된다.
－이 교수=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특검 수사가 시작됐다.
→ 이 상무=지금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국민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들은 수출도 잘 하고 문제가 없지만 시장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1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이다. 조금안 안심시켜주면 잘 될 텐데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에선 '총선이 끝나면 해결되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대선자금이 문제된 것처럼 불법 총선자금이 불거지면 4년 내내 혼란스러울 수 있다.
→ 조 교수=단적으로 말하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에 못미쳤다. 한국 경제가 아직 청년 경제인데 왜 이래야 하는가. 정치인들이 결정적 역할 을 한 것이다.
→ 이 상무=한국은 여소야대만 되면 이렇게 혼란스럽다. 다른 나라들도 이런가.
→ 정 교수=다른 나라들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 지다. 그럴 때일수록 서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서로 인정하지 않 으니까 문제다. 정치개혁이 이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국회 내에서도 대다수 의원이 돈 안 쓰는 선거를 하자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구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려 있다. 사실 이 번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자금 개혁이다. 국회에서 하루 속히 정치자 금 개혁안 먼저 입법화해야 한다.
→ 정 교수=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업은 죽일 대상이 된다.
여야가 타협으로 풀어야 하는데 선거가 있으니까 못하고 있다.
→ 이 상무=기업들은 5년마다 한 번씩 당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엄청 난 타격이다.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100억달러라고 하는데 만약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면 브랜드 가치만 수십억 달러씩 떨어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선자금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자는 것이다. 하더라도 요란하게 하면서 기업에 엄청난 대미지를 줄 게 아니라 신속하게 해야 한다.
→ 조 교수=이 교수께서 말한 로드맵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대타협이란 게 나올 수 없다. 기업들 도 나름대로 '홀로서기' 선언을 해야 한다.
→ 정 교수=맞는 말이다. 이번 총선을 혼란과 위기에서 기회로 반전시 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교수=이제 과거 관행을 정리하는 게 중요한데 그 방법으로 사법처 리가 좋을지, 대사면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 정 교수=너무 많이 진행됐다. 지난번 특검 재의결에 즈음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타협했어야 했다.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 화하면 야당을 향한 폭로가 또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그 때 가선 여야 모두 '이젠 덮자'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지금이라도 수사를 조기에 종 결해야 한다.
→ 조 교수=이번에 기업들이 정치자금 족쇄에서 풀린다면 국민도 혼란 을 참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 시점에 대선자금 얘기가 불거졌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재신임 정국에 연이어 불법 대선자금건이 터졌다. 많은 사람이 정치공학적 발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정치 공학적 발상이라면 검찰 수사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뿌리를 캐는 게 아니라 줄기를 잘라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도 이번이 진짜 마지 막이라는 심정으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재신임 정국 때 신용등급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당시 재신임에 묻혀 얘기가 안 나왔는데 상당히 비극이었다.
→ 이 상무=정치자금이란 게 누굴 수사하고 누굴 구속한다 해서 해결되 는 문제가 아니다. 제도개선이나 의식개혁에 대한 논의나 관심이 없지 않은가. 수사는 조기에 종결하고 앞으로 제도정비에 노력을 쏟아야 한 다.
→ 정 교수=선거에서 돈 안 쓰고는 이길 수 없는 풍토가 본질적 문제다 . 물갈이한다고 해결되나. 그것도 아니다. 선거할 때마다 보면 물갈이 비율이 40% 선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 미국은 10% 선이다. 사람 문 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의미다.
－이 교수=여러분 모두 정치권이 정쟁만 벌이다 경제가 거덜나겠다고 비관하는 것 같다. 어떤 것을 정쟁적 요소라고 보는가. 그런 요소를 어 떻게 없애야겠는가.
→ 조 교수=기업이 왜 정치권에 돈을 줬나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오로지 소비자에 의해 좌우된다면 기업도 돈을 주지 않을 것 이다. 권위주의적 정권도 아니므로 약탈성 통치자금도 아니다. 왜 줬고 왜 받았는지 원인분석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정쟁 수준을 못 벗어나는 것이다.
→ 이 상무=불법 정치자금 조사라 해놓고 실제로는 대선자금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말 죄질이 나쁜 건 뇌물성ㆍ대가성 정치자금인데 대선자금 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전경련이 주장하는 것은 정치인과 기업이 직접 돈을 주고받는 것을 불 법화하자는 것이다. 또 지정기탁금제 등을 통한 정치자금 양성화도 중 요하다.
→ 조 교수=지정기탁금제도는 야당 쪽에서 돈을 받기 어렵다는 반발이 있는데 큰 그림을 그린다면 기업들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당이 내세울 게 뭔가. 정책이나 노선밖에는 없다. 정당은 정책으로 평가받아 정치자금을 모으고 기업도 나름대로 노선에 따라 합법적인 정 치자금을 제공해야 한다.
→ 정 교수=내가 반대하는 정책과 정당에 돈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당연하다. 다만 소액다수화가 전제돼야 한다. 어떤 기업에는 100억원을 주고 어떤 기업에는 한 푼도 안 준다는 식은 곤란하다.
→ 조 교수=기업들에 맡겨 두면 나름대로 평가기준이 생긴다. 예를 들 어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만 해도 정당별 처리방향을 보고 기업 들이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데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집단소송제 도 같은 장치가 있기 때문에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