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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3. 12. 5(금)
- 주 최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국민일보
- 사 회 :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
- 좌담자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임성학 (중앙대 국제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
정진영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조영식 (중앙선관위 선거국장)
천문학적인 불법 선거자금 문제가 재연되거나 선거 때마다 거론된 정치개혁 이슈가 매번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만은 정치개혁의 확실한 물꼬를 터야 한다는 사회전반의 요구도 최고조에 달한다.
이에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12월 5일,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좌담회를 열고 바람직한 정치자금 및 선거구제 변경과 개헌 문제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사회로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정진영(경희대 국제지역학부),장영수(고려대 법학과) 교수,임성학 전문연구위원(중앙대 국제문제연구소) 등 학계 전문가들과 조영식 중앙선관위 선거국장이 참석했다.
정치자금 문제의 해결방안
△박효종=정치자금은 한국 민주주의의 아킬레스건이자 삼류정치로 낙인찍히는 요소다. 고비용을 저비용으로 낮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다. 자금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정치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조영식=정치개혁의 화두는 돈이다. 돈이 안드는 정치는 할 수 없지만 돈이 적게 드는 정치는 할 수 있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돈이 많이 드는 부분,특히 선거운동 문화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기본적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은 해결해줘야 한다. 미국은 납부자가 낸 세금의 3% 이내를 정치자금으로 내는 체크오프(check-off) 제도가 있다. 선관위도 이 제도를 고려했으나 국세청이 엄청난 세수 손실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그래서 기업들이 보험성으로 주는 돈을 아예 양성화해서 법인세 1%를 더 내고 그 이후에 후원회를 운영,정당 지지자가 정당별로 후원하는 방법 등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선관위는 정치권과 기업이 직접 만나지 말고,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진영=기업의 법인세 1% 납부는 왜 지지하지도 않는 정당에 돈을 내야 하느냐는 기업측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지지하는 정당에만 내라고 하면 한국적 현실에서는 여당에 편중될 수 있다.
△임성학=개인적으로 여야간 자금편중 현상은 과거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 한국 정당의 방향성이 결국 이념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쪽으로 간다면 보수정당이 정치자금을 상대적으로 잘 공급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장영수=법인세 1%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법인세도 기탁해야 하고 그 밖의 비공식 정치자금까지 요구되는 상황에서라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단기적 처방은 안된다.
△정진영=지금 세계적으로는 법인세 인하가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 법인세 1% 납부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생존하기 힘든 제도라고 본다.
△유세희=문제점보다는 대안을 제시해달라.
△정진영=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법인세 1%를 비지정 기탁 방식으로 내고,의석비율에 따라서 배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박효종=현행 정치자금법도 그동안 잘 지켰더라면 괜찮은 법이다. 정치도 시장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고보조금 문제도 과거에 양성화,현실화시키겠다며 변경했지만 결국 단가만 올려 선거 있는 해에는 예전보다 두세 배 더 보조금이 나간다. 법인세 1%는 개인적으로 매우 비관적이다. 국고보조금을 대수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과 유권자들의 자발성이 전제되는 정치자금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 엄벌주의보다는 예방주의 차원으로 넘어가야 한다.
선거구제 변경 논란
△유세희=일본의 경우를 보면 소선거구제나 중대선거구제나 어느 방안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결론나지 않았다. 다만 지역주의를 깨는 데에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움이 된다고 본다.
△정진영=중대선거구제로 가도 자민련은 충청도,민주당은 호남,한나라당은 영남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역주의 정당을 계속 살려주는 것이다. 근원적인 해결방법은 정치제도가 일관성을 갖는 것이다.
△조영식=정치자금에 있어서는 일단 중대선거구제가 돈이 많이 든다.
△장영수=인구편차를 1대 2 수준으로 줄이면 좋겠으나 현재의 각 지역대표제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는 힘들다. 중대선거구제가 되더라도 한 정당에서 복수로 후보자를 추천하면 지역주의 극복은 안된다.
△조영식=내년부터는 후보자와 정당에 함께 투표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처럼 1대 3 비율을 지키는 소선거구제를 하되 지역선거구를 호남권,충청권 등 7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배정하면 지역편중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유세희=중대선거구제로 가면 신진들의 정치권 진출이 더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또 국민들이 정강과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들의 정강 등이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 잘못하면 지역주의가 더 강화될 수 있다.
△장영수=중대선거구제로 가면 선거비용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다른 토론회에서는 두세 배 더 든다는 지적도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때 유권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국회의원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현실과의 딜레마가 있다.
개헌의 조건과 논의 방향
△장영수=의원내각제는 장점이 많지만 성공할 수 있는 사전조건을 갖추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서는 대통령제가 내각제보다 낫다고 본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재 가능성이지만 내각제를 하려면 의원 개개인과 각 정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런 조건이 안 돼 있다.
△박효종=개헌이라는 것이 매우 중차대한 일이어서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현상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책임총리제가 있다. 프랑스의 사례를 봐도 책임총리제로 대통령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책임총리제는 개헌하지 않고도 대통령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장영수=책임총리제는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그 모양새는 갖출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 원점으로 돌릴 수 있어 안정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제도자체를 바꿔야 한다.
△정진영=(개헌의) 필요성은 있는데 현실성이 없다. 아직 국민들은 직접 뽑는 대통령을 선호한다.
△유세희=대체적인 의견은 별로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 같다.
정리발언
△박효종=정치개혁이란 방울을 고양이(정치인) 목에 다는 것처럼 무력감을 느낀다. 정치개혁은 1차적으로 현행 법만 잘 지켜도 되는데 정치인들에게 맡기다 보면 항상 본래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정치인들의 손을 떠나 다른 주체세력이 개혁안도 제시하고 강제해야 한다.
△정진영=지금의 대선자금 및 특검 수사 자체가 하나의 정치 게임이 됐다. 정치권이 과거에 파묻히고 남의 허물을 파헤치는데 치중해 있다보니 미래를 위한 정치제도 개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누가 더 더럽지 않으냐는 선거용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
△임성학=정치자금을 현실화,양성화해주고 후보자간 공정한 경쟁도 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규제 위주에서 자율로 바꿔야 한다. 다만 자율을 전제로 했음에도 행해진 위법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장영수=정치자금 문제는 정당입장에서는 돈에 대한 필요성을 줄이는 방향으로,선거운동에서는 인력동원을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선거운동원 공개모집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헌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생각해서 당장의 정치개혁 차원이 아니라 통일헌법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조영식=정치 개혁의 화두는 돈이다. 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국민들이 모두 함께 참가해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압력을 정치권에 가해야 한다.
△유세희=이번에는 철저하게 정치자금 문제가 파헤쳐져야 한다. 정치개혁에 100% 완전한 제도는 없다. 다만 국민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