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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03. 11. 12 (수) 14:00 ~ 17:00
- 장 소 :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 주 최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 사 회 : 박성조 (독일 자유베르린대학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 주제발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토론
김준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한응 (전 금융연수원 부원장)
성채기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현진권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대 상 : 일반인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반도안정과 평화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철수 및 재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주한 미군의 역할과 필요성 재조명, 그리고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 평가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주최로 2003년 11월 12일(수) 14:00 프란치스코 회관 4층에서 개최되었다.
박성조 독일 자유베르린대학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가 사회를, 김준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한응 전 금융연수원 부원장, 성채기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현진권 조세연구원 연구위원가 토론자로 참가한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 추정 : 국방비 증액의 경제성장에의 영향분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①국방비 지출과 1인당 GDP간의 관계, ②1993년 북핵위기가 증권시장에 미친 영향, ③주한미군철수와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증액이 한국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측정 등 3가지 방법에 의해 국내최초로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추정한 결과를 발표 하였는 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안보는 국가라는 공동체의 존립(存立) 기반이다. 특히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국방이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휴전 이후 숱한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과 90년대 이후 한반도에 핵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일차적으로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해 전쟁 억지력(deterrence)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한·미군사동맹과 주한미군이라는 ‘안보우산’ 아래에서 경제성장에 진력(盡力)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국방비 ‘지출규모’ 면에서 한국은 북한에 대해 ‘상대적 군사우위’를 점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미군사동맹 관계가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대외전략의 변화에 따라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한미군의 철수가 논의되거나 실제 철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미군사동맹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미군의 한국주둔이라는 미국의 대(對)한국 군사정책의 골격이 유지되었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미국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군의 한국주둔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했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존속되어 온 것이다. 주한미군을 통한 북한에 대한 전쟁억제가 ‘한국의 국익’이라면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유지가 ‘미국의 국익’인 것이다.
이와 같이 주한미군이 양국의 국가이익에 합치됨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시 주한미군 철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주한미군 문제가 쟁점화 된 데에는 주둔군 지위협정 협상문제, 의정부 여중생 압사사건 같은 변수도 작용하였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부 진보적 식자(識者)층으로부터 주한미군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간 관계개선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 ‘체제유지’는 북한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핵을 공개적으로 보유하게 되면,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 자체가 그 의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실질적 변화가 가시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한 관계가 제도적으로 평화정착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북핵에 대한 분명한 방비책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한국의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북한 간에 긴장이 완화되면 자주국방을 위해서라도 주한미군이 철수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주장이 대두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이른바 ‘주변 4강’에 둘러싸여 있으며, 중국과의 접경(接境)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핵을 포함해 중(重)무장을 해야만 한다. 이같은 중무장은 주변국의 견제와 군비확장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한반도에 긴장이 완화된 후에도, 동북아 국제질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균형자(balancer)’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된다. 외국과의 교류를 배제한 경제운영을 ‘자주경제’라 할 수 없듯이, 이제는 주한미군을 보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현재와 미래에서의 win-win을 위해서는, ‘억제자’와 ‘안정자’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경제적 분석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경제적 접근의 속성상 본 연구는 ‘현실론’과 ‘실용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기존 연구의 상당부분이 ‘당위’와 ‘명분’에 치우쳤을 뿐만 아니라 연구방법론상으로도 정치적, 군사적 접근이 주종을 이루어 왔음을 감안할 때, 본 연구는 주한미군 문제를 인식함에 있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데 일부나마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 평가에 대한 기존 연구는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이들 연구는 대체적으로 주한미군장비 대체비용으로 주한미군의 가치를 추정하거나 조건부가치평가모형(CVM)에 의거 주한미군의 가치를 설문(設問) 조사한 것 등이다. 본 연구에서는 다음의 3가지 경로를 통해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추정하였으며,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각국의 국방비 지출과 1인당 GDP 간의 관계를 횡단면 자료를 통해 분석하였다. 1997년 자료를 이용한 30개국의 횡단면 분석에 의하면, 경제규모에 비해 국방비지출이 과다할수록, 인구규모에 비해 병력규모가 과다할수록, 병력 1인당 국방비의 1인당 GDP 배율(倍率)이 클수록, 경제성장(1인당 GDP)에 부(負)의 영향을 미친다. 물론 군수산업의 발전정도와 모병제 채택 여부에 따라 분석결과는 일부 차이가 나지만, 경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다한 국방력을 유지하는 경우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구축가설’(crowding-out hypothesis)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주한미군으로 인한 국방비 부담완화가 그만큼 한국의 경제성장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
둘째 1993년 북핵 위기가 증권시장에 미친 충격을 분석함으로써 안보가치를 추정하였다. 당시의 증시충격은 증권투자자들이 북핵 위기라는 안보환경 변화에 ‘시장행위’를 통해 반응을 보인 결과이기 때문에 Hedonic 모형을 적용시킬 수 있다. Hedonic 모형에 의한 1993년 북핵위기 충격분석 결과에 따르면, 안보의 경제적 가치는 GDP의 2.1%에 상당(equivalent)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심각한’ 안보위협에 처할 경우 ‘정상’ 경제성장률보다 약 2% 낮은 성장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같은 안보가치의 추정은 간접적으로나마 주한미군의 전쟁 억제 기여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가능케 한다.
셋째, 주한미군 철수를 가정하고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 증액이 얼마만큼 한국의 경제성장에 주름살을 미치는 지를 모의정책실험(simulation)을 통해 추정하였다. 기존 연구는 주한미군의 장비를 대체했을 때 소요되는 비용만 추정했지 실제 이러한 비용 지출이 어떠한 국민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 군사전문가들이 추산한 주한미군장비 대체 비용은 17조～3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때 중간 값으로 23조원을 잡는 경우, 주한미군 전력을 매년 3조～3.3조원씩 투자해 대체해 나간다면 7～8년이 소요된다. 본 연구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력을 대체하는 데 소요되는 국방비 증액을 모의정책실험의 준거(bench mark)로 삼고, 국방비 증액분을 포함한 총국방비 지출(최근 3년간 GDP대비 2.9% 국방비 비율을 3.5%로 증가시킴)이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충격을 추정(back-casting)하였다. 추정결과는 다음과 같다.
주한미군 장비대체를 위한 국방비 증액분을 정부세출 제약 하에서 여타 항목(교육비, 경제개발비, 사회개발비)의 지출을 줄여 조달하는 경우, GDP는 년률로 1.52～1.6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같은 높은 성장감소효과는, 경제성장에 부(負)의 영향을 미치는 국방비 지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경제성장에 정(正)의 영향을 미치는 교육비 및 경제개발비를 그만큼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세출 제약하에서 국방비 증액은 ‘2중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추게 된다. 한편 동(同) 국방비 증액분을 여타 세출항목의 감액 없이 국가채무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debt financing), GDP는 년률로 1.20 ~ 1.2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후자의 성장률 감소폭이 완화된 이유는 충격을 여러 해에 걸쳐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보수적인 수치를 선택하더라도 1.2%의 성장률 감소를 피할 수 없다. GDP 성장률 1.2% 감소는 GDP의 일정률로 환산된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라 할 수 있다.
이때 문제는 주한미군 장비의 대체를 위해서 최소한 7～8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매년 1.2%씩 성장률 희생을 수반하는 7～8년에 걸친 국방비 증액을 우리의 경제력이 과연 감내할 수 있겠는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리경제는 최소한 5～6년간 5%이상의 실질성장률을 이어나가야 2만불 소득고지를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실질성장률이 실현돼야 노동시장에 신규로 유입되는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 한편 IMF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157조원의 공적자금 중 59조원으로 추산되는 추정손실의 상당부분을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국방비 지출여력이 높지 않다. 이같은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 국내총생산 대비 3.5%의 국방비지출은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미군사동맹과 주한미군은 외국자본의 한국에 대한 안정적 투자를 유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외환위기의 일차적 충격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외국인 투자기업의 생산 및 고용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IMF위기 2년차인 1999년에 외국인 투자기업의 생산과 고용 비중은 각각 13.3%와 8.0%를 기록하였다. 한편 2002년 기준으로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금액은 97.1조원으로 시가총액의 32.79%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증시자금은 평화 시에는 증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지만, 안보불안이 가중되면 해외직접투자(FDI)와 달리 ‘일시에’ 한국을 이탈할 수 있는 자금이기도 하다. 외국인의 증시투자자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809억불(1$=1200원)이며, 이는 2002년 외환보유고 1,183억달러의 68.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일견 충분해 보이는 외환보유고도 사실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닐 수 있다.
2002년 현재 한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한국의 수출입 비중은 45%에 달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무역이 전체 상품수지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이다. 한국이 이처럼 교역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하는 데에는, 지역안정과 교역증대를 가능케 한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미국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으로서는 동북아의 정치적 안정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 추정은 미국으로부터의 시혜(施惠)를 전제로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무상원조가 아닌 한 일방적인 시혜는 없다. 미군의 한국주둔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두 나라 모두에 기여한 셈이다. 따라서 시혜는 없다.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 추정은 주한미군 문제에 관련된 정책판단을 위한 경제계산(economic calculation)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제적 계산에 따를 때 한미군사동맹과 주한미군은 현실적으로 상당기간 동안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분명 언젠가는 자주국방력을 바탕으로 미국에의 의존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은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이 대미협상과 대북협상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협상카드(leverage)는 경제력 밖에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경제력만이 한국의 국제적 정치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는 흔히 ‘혈맹(血盟)’에 비유된다. 한국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많은 피를 함께 흘렸기 때문이다. 어떤 동맹관계도 민족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한국의 정체성은 민족보다 앞서야 한다. 민족 화해와 조국통일이 우리 모두의 염원임에도 불구하고, 감상적·낭만적 민족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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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