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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월 5일 노사간의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 개정안은 우리의 현실과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불합리한 것으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연·월차 휴가 일수, 임금보전 부분 등 정부의 입법안이 확정될 경우 우리의 경쟁력은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 정권 하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실적 위주의 강박관념과 정치적 계산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1. 가장 큰 쟁점 사항인 연·월차 휴가의 경우 정부 입법안대로 확정할 경우 연간 총 휴일수는 136∼146일로 늘어나게 되며, 이는 선진국인 일본의 129∼146일보다도 웃도는 수준이다. 생산성은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으면서 임금 수준은 거의 2/3 수준까지 접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생산비의 상승과 경쟁력의 약화로 직결된다. 아울러 임금보전은 무노동무임금의 대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임금보전 부분까지 감안하면 근무일수는 줄어드는 반면 임금총액은 줄어들지 않아 기업의 비용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종전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임금이 보전되도록 행정 지도해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각종 각종 사회적 부작용도 우려된다.
2. 대기업, 공공기관 등 비교적 여유가 있는 곳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중소ㆍ영세기업, 농업, 자영업 종사자의 상대적 박탈감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현실적으로 휴일이 줄어들기 어려운 제조업 현장 근로자의 경우사기가 저하되어 제조업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실근로시간이 긴 제조현장의 근로시간 단축이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는 금융ㆍ공공기관이 먼저 토요휴무 실시를 주도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까 심히 우려된다.
3. 시민회의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성숙된 약 3년 정도 이후 재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시간관리의 효율화, 노동 생산성의 향상, 여가 인프라의 구축, 업무의 자동화 등 주 5일근무제의 전제조건들이 성숙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또한 업종별, 규모별, 부문별로 시행시기를 차등화하여 산업현장의 자율적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4. 한편 과거 근로자 보호차원에서 도입되었던 월차휴가, 유급 주휴, 생리휴가, 미사용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 등 불합리한 관행을 국제수준에 맞추는 것은 국내기업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외자유치에 필수적 조건이다. 차제에 공휴일의 축소 내지 조정을 통해 주5일제 도입시 선진국보다 많은 휴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5. 특히 중소, 영세기업의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을 조기에 정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근로시간단축 지원센터」를 설치함으로써 생산 자동화, 작업방식 개선 등을 지원하고 외부 컨설팅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6.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정부가 주5일제 실시를 일단 보류하거나 논의 자체를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현재와 같이 노사간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법 제정은 법률의 적용효과를 크게 제약할 공산이 크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