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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5일제 법안에 재계와 노동계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펼치고 있다. 재계는 노동부의 개정안이 노동계의 주장만을 수용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노동계는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법안이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을 절충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할 지 모르나, 주5일 근무제 정부 입법안은 법안으로서 전혀 일관성이 없이 급조된 엉성함이 곳곳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주5일 근무제 실행은 향후 한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를 논의함에 있어 대원칙은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서 접근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 정당 및 재계 및 노동계에서도 올해 말에 있을 대선을 고려하여 정치적 논리로 주5일 근무제를 아전인수격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동부의 입법안은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두 가지의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부칙에 명시된 "기존의 임금수준과 시간급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포괄적 임금보전 원칙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되는 조항이다. 둘째, 업종, 업체의 규모 등 사업장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사업장의 종업원 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단계적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일부 사업장에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주5일제가 무리 없이 시행되려면 노동의 시간관리 기법과 노동집중도 및 생산성의 개선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전제조건이 빠른 시일 내에 충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지 않은채 1년 간격으로 실시시기를 늦춘 현재의 법안은 현실경제와는 큰 거리가 있다.
시민회의는 업계의 사정을 무시한 정부의 입법안이 현실을 감안하여 보다 유연성 있는 법안의 형태를 갖추도록 재고되길 촉구한다. 근로시간을 국제수준/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려고 한다면 노동의 수준 즉, 노동의 생산성도 국제수준에 맞추어야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무시한 채, 국민들에게 봉사하여야 할 공공기관이 먼저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모습을 보면 정부가 '누굴 위하여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지' 의구심만이 들 뿐이다.
요컨대, 정부가 진실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키고자 하는 주5일 근무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각 계가 주장하는 파편들을 일률적으로 조합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경제원칙을 배제한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이 아닌 한국경제의 현실을 감안하여 보다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