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유럽연합 의회와 유럽의 인권단체들이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커다란 관심을 가져주신 데 대해 북한의 같은 형제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민주주의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이 시대 마지막 남은 反인권지대 중 가장 참혹한 현장인 북한의 인권을 주제로 한 모임을 가져서 그 의미가 큽니다.
유럽은 지난 1930대 스페인 내전에서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연대를 실현하였으며, 1975년의 ‘헬싱키 프로세스’에서 소련과 동유럽에 인권개념을 받아들이게 하는 등 인권존중과 연대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유엔총회와 세 번에 걸친 유엔인권위의 북한인권 결의에서 EU와 유럽의 NGO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북한인권법(2004년) 제정 등 미국정부의 북한인권 개선노력은 북한정권은 물론 심지어 한국내의 일각에서 북한체제 붕괴를 위한 수단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즉 한국내의 친북 반미단체들은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북핵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인권문제로 북한을 와해시키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군사적 대치나 핵 이슈와 무관한 유럽이 북한인권을 중시할 때 이런 억지는 더 이상 설득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의 인권유린의 현실은 그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최악입니다. 통상 민주주의적 핵심 권리로 간주되는 정권선택과 언론의 자유는 북한에서는 차라리 사치에 불과하며, 김정일 일족을 제외한 2000만이 노예적 삶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종종 나치의 아우슈비츠에 비교될 정도로 야만적이지만, 최고위층마저도 김정일의 한마디로 갑자기 체포될 정도로 공포가 일상화되어 있는 북한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민 전체가 초보적 인권마저 유린당하고 있다는 점은 북한인권문제의 특징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을 지지하거나 동정적 세력들은 북한의 인권을 문제 삼는 것은 내정간섭이며 마치 옆집의 가정일을 침해 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옆집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밥도 안주고 매질을 하고 학대할 때 과연 이것을 남의 집의 일이니 못 본 척만 할 것입니까? 이런 일이 옆집에서 일어난다면 아이들이 견디다 못해 가출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의 주민들은 그럴 수도 없습니다.
이처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인류 전체의 치욕이며, 이의 해결 또한 공동의 의무라고 믿습니다.
북한정권은 어떠한 견제도 없이 독점적 권력을 반세기 이상 누려왔기 때문에, 스스로 개선하리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며 오직 국제적 연대를 통한 압력과 저항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결의문 채택에 있어 불참과 기권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유엔 총회에서의 결의안에 대해서도 기권을 했습니다. 공연히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여 북한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인권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여 북한의 경제 사정이 개선되는 것만이 북한의 인권상황이 좋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이라는 특정인물의 영구적인 집권이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아무리 경제가 좋아져도 인권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최근에 식량사정이 다소 나아지자 시장을 통한 식량공급에서부터 배급제도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할 의사가 별로 없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조차 제대로 북한주민에게 가고 있는지도 불분명 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한국정부에 대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인권문제와 연계하여 실행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작년 12월 서울에서의 국제대회 이후 그동안 대북지원과 인권문제를 연계하는 것을 피해온 한국정부도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이는 작년 서울 대회의 성과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한국 내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북한정권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한국정부도 억류 된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송환문제를 대북 지원과 연계시키는 정책을 검토하는 등 긍정적 변화가 발견됩니다.
우리는 또한 서울 행사의 경험을 통해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한국도 지난 7-80년대 민주화과정에서 국제적 지원을 받았지만, 사소한 저항도 3대에 걸친 보복적 탄압이 가해지는 북한은 더욱 외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합니다. 철저한 정보 통제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인권개선 압력은 북한의 주민들에게 전달되어 희망의 등불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모든 독재정권과 같이 김정일 정권도 국제적 인권 압력에 대해 무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치범수용소가 이슈화되자 비록 기만적이지만 일부를 폐쇄하였고,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탈북자의 가족들은 보복을 유보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민간과 정부의 끈질긴 압력에 납치를 인정하고 일부 생존자를 귀환시킨 것은 작지만 중요한 성과입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연대가 더욱 확대되고 강화되기를 기대하며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앞장서서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유세희(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 위의 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 중인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대표단의 단장인 유세희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한양대 명예 교수)가 23일(목), EU 의회에서 EU 의회가 주최하는 북한인권청문회에서 한 연설의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