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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2월 1일 출범하여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올바른 과거를 규명해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갖자는데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회의는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출범을 바라보며,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그동안 과거사에 대한 각계의 논의는 화해보다는 오히려 대립과 갈등에 더 가까웠다. 여야 정치권은 과거사를 이해하는 관점과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도 과거사 정리의 원칙에는 공감을 표하지만, 과거사 규명이 정말 순수한 의도를 갖고 진행될 것인가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사위원회가 역사재조명을 통한 진정한 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여당은 부인하겠지만, 자칫 화해를 위해 조직된 과거사위의 본격적인 활동이 오히려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선 출발부터가 그런 구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 이념적으로 현 정권과 인식을 같이하는 송기인 신부를 과거사위의 위원장으로 추전한 것만 보더라도, 향후 과거사위의 활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품게한다.
송기인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현 정권의 과거인식에 정확히 일치하는 인물이다. 15명의 과거사위 위원중 청와대와 여당이 추천한 8명(위원장 포함)의 성향도 위원장과 동색(同色)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를 통해 볼때 향후 과거사 정리작업이 공정한 잣대에 의해 객관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역사를 재해석하는데는 정치적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청산작업에 정치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될 경우 또 다른 혼란만 일으킬 것이다. 과반수 이상의 위원이 과거사위에 포진해 있다면, 특히 위원장이 현 정부와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 공정한 기준으로 과거 진실을 규명해 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시민회의는 과거사 정리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이상 극단의 대립은 지양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화해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겉으로는 화해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과거에 대한 앙갚음 내지는 단죄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하면 과거사 정리 작업을 항상 예의 주시 해 나갈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