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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앞으로 두 달 동안에 퇴임하는 대법관 4인의 후임 대법관 후보 추천과 인선 작업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9월 초 사법연수원 동기 법조인 10 여명과의 저녁 식사 모임에서 현직 법원장과 판사 출신 변호사 등 4명에 대해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대법관으로 임명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모임에 참석했던 현직 고위 법관은 "천 장관이 이들 법조인 4명의 성향과 경력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 개인적 생각이 아니라 여권 인사들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민회의는 천장관의 말이나 함께 동석했던 현직 고위법관들의 발언을 미루어 봤을 때 천장관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만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사료된다.
금번에 임기가 다하는 4명의 대법관 중 3명의 임기가 끝나는 시기가 다음 달 10일이고, 나머지 한 명은 11월 30에 그 임기가 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대법관 후보자 자리를 놓고 후보 추천이나 인선 작업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제청 권한도 없는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특정 인물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에 개입하려 드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듯 거론한 얘기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법무부 장관이라는 공인의 자리에 있으면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깊은 자성과 함께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정부 인사에는 법에 정해진 과정과 원칙이 있다. 아무리 사적인 자리라 하더라도 법을 수호하고 법치를 세워야 할 법무부 장관이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사법부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현 정권 들어서 대통령의 코드 인사에 대한 논란이 끊인 적이 없었다. 금번 발언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 논란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현행법에 신임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천장관의 금번 발언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정신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시민회의는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가 천장관의 월권적인 발언에 위축되지 말고 대한민국의 최고의 사법기관으로서 자격과 요건을 갖춘 훌륭한 대법관을 선출해 주기를 희망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