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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인사 3090명의 명단발표와 관련하여 -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29일 3090명의 1차 친일인사 명단을 발표하였다. 일부 시민단체나 언론에서는 광복60년만에 민간차원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인 조사에 의해 이루어진 친일청산 작업이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친일인사명단을 면밀히 살펴보면 과연 진지한 연구나 조사를 통해 이루어진 작업인지 마저 의문을 갖게 한다.
친일인사명단발표는 이미 지난 2004년 국회 민족정기모임 708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에서 발표된 친일인사명단 708명과 비교해 볼 때, 29일 발표된 3090명의 친일인사 명단은 양적으로 친일인사 선정 작업이 상당히 진척된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들 명단에 상당한 거품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어제의 발표에서 매국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은 국회발표 명단과 비교하면 80%이상이 일치하며, 중추원의 부류 명단의 경우 200여명이 새로이 선정되어 양적으로 크게 늘어난 듯 보이지만, 증가된 인사들의 인적구성이 상위직보다는 하위직에 집중되어있다는 점을 착안할 때 친일인사에 포함되는 직책범위만 하향조정한 후 이들을 일괄 포함시켰다는 의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관료나 경찰 등의 명단도 마찬가지로 새로이 추가된 친일인사들은 거의 하위직에 집중적으로 속해있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포함된 군장교 위관급(장교급) 부류(군장교 부류중 최하위 부류)는 99.9%가 새로이 선정된 인물들인데, 이는 직책의 하향조정을 통해서 하위직위의 인물들을 일괄적으로 친일인사에 포함시킴으로써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즉, 친일의 직책 범위를 하향 조정하고, 여기에 해당되는 인물들은 일괄적으로 친일인사로 끼워 맞추다 보니 이 같은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었다. 별다른 노력없이 친일 청산작업이 상당히 진척된 양, 그리고 그들의 발표가 마치 역사적 진실인 양, 결과를 부풀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일 청산이 될 수 없다. 친일인사 발표라면 적어도, 명백한 친일활동의 여부와, 그 활동의 자발성 여부 등이 기준으로 정해져야 마땅하다.
친일청산 작업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활동에 대한 검증과 시대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사실관계의 고려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같은 직위, 같은 활동이라도 처해진 상황에 따라 친일행위는 각각 그 편차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기계적인 잣대,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이념적으로도 중립적이지 못하고, 역사청산에 대한 어떠한 자격도 부여받지 못한 민간 연구소에서 제대로 된 친일청산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편향된 시각으로 역사를 왜곡시키고,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