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 60주년 경축사에서 국가권력에 남용에 의한 범죄와 이에 의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 민·형사 시효의 적용 배제 또는 조정하는 법률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한국사회가 또 다시 과거사 정리 소용돌이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국가권력의 남용에 의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자는 데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시민회의는 어제의 대통령 경축사가 여러 면에서 좀더 신중히 검토되어 발표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광복절 같은 국경일에 대통령이 발표하는 경축사에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 주는 미래에 대한 대통령의 포부와 비전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어제의 경축사는 결국 과거 국가기관의 범죄나 과거사 재조명등 과거지사(過去之事)에만 국한됨으로서 반쪽짜리 경축사가 되어버렸다.
또한 과거사 정리방식과 관련하여 위헌 시비가 촉발될 수 있는 <시효 배제>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언급되었어야 했다. 대통령은 소급금지와 죄형법정주의 등에 관한 위헌 논란이 벌어지자 오늘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형사적 소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과거사에 대한 형사상 시효배제는 특수한 경우 논의될 수 있지만 있더라도 아주 예외일 것이다.”라는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론 분열과 법치질서 혼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아울러 대통령의 발언 이후 관련법의 입법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위헌적 소지를 피해 나가고, 국민의 합의를 전제로 공소시효배제를 검토하겠다는 여당의 의견이 보도되었으나, 이는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 내지 지지하기 위한 사후적인 입장정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전의 지배세력의 교체발언이나, 최근의 연정 제의와 불법도청 테이프 X-file 사건의 처리 입장 등을 연결지어 볼 때 이번 대통령의 발언이 앞으로의 정치구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사 정리가 상대편의 과거사 들추기나 이를 통한 정치적 보복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며, 이는 과거의 진실규명의 목적이 화해라는 당초 주장과도 상치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끝으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이제 집권기간의 절반을 넘기는 시점에서 한번쯤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국론 분열과 논란이 가열될 수 있는 이슈를 계속 제시함으로서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사회적 불안정을 가져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특히 이같은 상황이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행할 때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첨언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