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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어 사랑으로 돌보는 선행과 자비의 장으로 비춰졌던 사찰 ‘수경사’의 이면이 아동학대와 매매의 온상이었음이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폭로되자 그간 이 사찰을 미담으로 소개했던 방송사들이 일제히 사과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SBS의 방송 이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절의 스님 2명은 2002년 7월부터 최근까지 사찰 앞에 버려진 신생아 10여명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보호하면서 사실상 이들을 방치하고 학대하는가 하면 구청으로부터 지급되는 월 3백여만 원의 아동보호 비용을 유용하고, 아동 입양을 원하는 가정과 시설 등에 돈과 땅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SBS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KBS까지 이전에 수경사를 다큐 형식으로 다루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 절을 사랑과 온정의 장소로 미화하여 방송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일반인의 친근한 일상을 화면으로 꾸미는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누리면서 각 분야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다는 이유로 실체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없이 미담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제작 행태가 만연한 것이 결국 이번과 같은 사태를 낳게 된 계기가 되었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그 장소를 몇 번이나 방문하고 같이 생활하며 카메라에 영상을 담으면서도 제작진이 감상에만 치우쳐 치밀하고 냉정한 취재를 하지 못한 점은 방송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결국 수경사의 아동학대 사실은 이 사찰 자원봉사자들이 아동학대예방센터 등에 실상을 폭로함으로써 드러났다.
방송사들은 본의 아니게 아동 학대의 장소를 미화해서 방송하게 된 점을 반성한다는 사과문을 잇달아 내걸었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사실 관계의 명확한 확인이라는 시청자에 대한 방송의 의무를 저버린 책임은 무겁게 느끼고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허술한 관리를 틈 타 보호시설이나 위탁 시설 운영을 빙자하여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 아동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인면수심의 파렴치범들에 대한 당국의 치밀한 조사와 강력한 단속이 시급하다.
관내 아동 보호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없이 언론 보도에 함몰되어 "문제가 있다는 자원봉사자와 이웃들의 제보가 있었지만 언론의 보호를 받는 곳이라 쉽게 조사할 수 없었다"는 구청 관계자의 말은 당국의 안일한 행정과 잘못된 보도로 사건의 진상이 호도되는 방송의 위력과 폐해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좋은 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사들은 향후 프로그램 제작시 객관적인 사실 확인 및 조사에 만전을 기할 것과 미담 보도에 일조하고도 아직 사과조차 하고 있지 않는 조선․동아 등 일부 메이저 신문도 진솔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에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