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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KT에 대해 단일기업으로는 사상최대의 과징금(1159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3년 6월, KT는 하나로텔레콤이 전화요금을 올릴 경우 자사 고객을 매년 1.2%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시장의 가격경쟁을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카르텔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는 범법행위이다. 문제는 국내 통신시장의 특수성이 과연 충분히 반영되었느냐 하는 점이다.
정통부는 통신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선발 사업자를 규제하고 후발 사업자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유효경쟁체제”를 펴왔다. 이를 위해 통신사업자들에게 행정지도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정통부의 직접적인 행정지도는 없었으며, 설령 행정지도가 있었더라도 가격담합은 위법이므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공정위와 타 부처간의 마찰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8년 맥주업체들의 가격인상, 2000년 손보사들의 차보헙료 인상, 등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당시 재경부였던 재경원과 금감원의 행정지도가 있었다고 판단, 과징금 부과를 취소했다.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는 카르텔을 응징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경제검찰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업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처라면 좀더 폭넓은 시각에서 이번 사건을 다루어야 한다. 정통부의 행정지도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한다면 기업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의문이다.
KT가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과징금 부과는 결국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다.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결정되겠지만, 과징금 부과 여부를 떠나서 정부정책의 혼선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