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정부는 10일자로 도로교통법 위반자의 벌점 등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30일을 기준으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점이나 운전면허 정지 등 제재를 받고 있는 481만 여명이 벌점 완전 삭제나 운전면허증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되었다.
1. 이에 따라 각종 교통법규 위반 행위로 벌점을 받은 운전자 396만 여명은 누적된 벌점이 모두 지워지게 되며, 운전면허 취소 및 정지 대상자(27만 여명)와 운전면허 정지기간 중인 사람(10만 여명) 등 37만 여명은 행정처분 면제로 즉시 운전면허증을 돌려받게 된다.
정부의 특별감면조치의 취지를 떠나 도로상에서의 살인행위로 간주되는 음주운전까지 감면조치를 취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는 경미한 도로교통법 위반자들에 대한 ‘특별감면’이 아니
라 차라리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특별 사면’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2. 송정호 법무부 장관은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4강 신화를 기념하고 운전면허 취소 등으로 생활에 애로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감면 조치를 단행키로 했다”고 말하지만
도대체 월드컵과 교통법 위반자들 간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 지 알 수 가 없다.
정부의 특별감면 조치는 내용과 형식(절차)면에서 하자가 있기에 마땅히 재고되어야만 한다. 국민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이러한 정책을 포스트월드컵 대책이라고 내놓는 행자부 및 법무부 지휘부에 한심함을 금치 못한다.
3. 긴급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긴급안건’으로 의결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번 조치가 ‘8.8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행정’이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직 정치적 목적, 즉 선거에서의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법치주의와 준법정신의 기초를 흔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가 않다. 질서를 지키는 선량한 다수를 고려할 때도 이번 조치는 형평성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4. 시민회의는 음주운전이나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처럼 중대한 교통법규를 위반했던 운전자들은 이번 감면 대상에서 제외시켜야만 한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감면조치를 좀 더 신중한 절차를 거치고, 내용면에서 좀 더 다듬어야만 “사면 남발”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다. 봉건시대 군주가 죄인들을 사면할 때에도 일반백성들의 정서를 고려하건만, 민주주의 공고화라는 시대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중요한 기초인 법치원리를 도외시한다면 현정부는 헌법의 초석을 흔드는 위험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