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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해교전은 우리의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군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기회를 부여했다. 그 동안 추진되어 온 햇볕정책은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며, 따
라서 항상 시비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태도가 햇볕정책의 지속을 위해서 합리화 내지 정당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해도 지나친 과언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이번 서해교전 사태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결코 자유
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서해교전의 발생에서부터 조사보고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이 결여되었다. 교전발생 몇 시간 후에 국방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번 사태를 북한의 의도적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수세적인 5단계 교전규칙을 적
극적인 대처가 가능토록 3단계로 축소하였으며, 서해교전 최종조사에서도 북한의 도발이 의도적 기습공격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사태를 우발적인 사고이며, 김정일의 의사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애써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동시에 작전지휘계선상의 합참과 일선 해군지휘
관의 초기판단 및 대응의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인상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서해교전에서 아군의 피해가 크게 발생한 근본원인은 부적절하고 잘못된 현장 해군의 지휘권행사 보다는 이런 식으로 밖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현 정부가‘대북정책과 군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한 데에
연유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햇볕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對軍정치교육과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항허용으로 전쟁시스템의 정치예속화를 초래하였으며, 이번 사태의 전초전이라 할 지난 6월 13일 지방선거일에 자행된 서해에서의 북측 예
비도발을 단순침범으로 간주함으로써 선거를 의식한 고의적 축소라는 의혹마저 자아내고 있다.
항간에는 군이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으며, 우리 군에는 지휘관이 단 한 사람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돌 지경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번 서해교전사태를 계기로 군이 군다운 역할과 기능을 더욱 확고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은 그 사명에 명기되어 있는 바와 같이 ‘국토를 지키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외부로부
터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충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전지침은 개념적, 추상적이기 보다는 지휘관의 판단이 용이토록 명확해야 하며, 특히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 스스로가‘안보가 튼튼할 때만이 대북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천명한 사
실을 상기하면서 대북정책과 군의 역할은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렇게 될 때 군이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이 땅에 참되고 튼튼한 자유 민주주의가 활착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