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 단식 농성에 들어가기로 하는가 하면, 경제5단체장도 22일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기로 하였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 돌입을 앞두고 정부·여당·재계가 기존법안의 4월 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 추가, 파견대상 확대방지 등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 수정·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법안처리에 대해 정작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듣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재계와 노동계간의 힘겨루기로 변질되어버린 느낌이다. 사실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04년 임금노동자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55.9%(816만 명)에 달한다. 96년의 43.4%와 비교해보면 9년 사이 12.5%가 늘어난 것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임금, 복리후생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가 어떤 방법으로라도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속위 노족귀조라 불리는 정규직의 양보 없이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와 노동계는 서로 정반대의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다. 이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긋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총파업과 같은 강경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재계가 지나친 규제라고 문제 삼는 차별금지 조항의 경우 직무중심이 아닌 연공제 임금체계 아래에서는 고용형태를 전제로 하는 차별대우가 정당하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맞다. 그렇지만 이 논리가 차별대우를 허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비약될 수는 없다. 노동계가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파견대상업무 확대의 경우 현실적으로 대상 업무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한 위장 도급 등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히려 파견그로자라는 합법적 틀로 규제하는 것이 해당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양측이 서로 타협할 여지가 많다는 말일 수도 있다. 최근 국내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또다시 노사문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재계와 노동계간의 원만한 합의가 성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