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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회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서해교전에서 국토방위와 신성한 의무를 다하다가 장렬히 산화한 우리 해군 병사의 영전에 깊이 머리를 숙여 고인들의 충혼을 높이 기리는 바이며, 아울러 지휘관이 전사한 급박한 상황 하에서도 최후의 일각까지 군인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였던 우리 해군 장병들의 투혼에 깊이 감사 드린다.
이번 서해교전 사태를 두고 국내외적으로 많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분명한 것은 북한의 의도에 의한 계획적인 도발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월드컵 녹화중계와 우리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축하메시지 발표 등으로 햇볕정책에 의한 남북간의 긴장완화가 한참 고조되어 가는 듯한 시점에서 발생된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平常事를 대하는 것처럼 하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이 북한 군부 일각에서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고 북한 지도층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처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비정규전이나 국내에서 발생한 치안문제도 아닌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체제 대 체제의 정규군간에 명백한 군사 충돌이다. 특히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자행된 이 사건이 평상사처럼 취급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설령 북한 지도층의 의도와는 달리 군부에 의한 자의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 또한 중대한 문제이다. 북한의 지도층이 북한군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우리 안보에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태에 대한 안이한 정부의 인식과 태도는 교전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장병들이 흘린 피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더욱이 전사 장병의 영결식에 국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정부 인사가 참석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이렇게 무의미하게 만든다면 과연 누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고 할 것이며, 어느 국민이 국가를 사랑하고 희생하려 하겠는가?
시민회의는 정부가 국민에게 국가를 위한 애국과 희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애국하고 희생할 수 있도록 국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장병들이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적절한 교전수칙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북한이 진실로 대화에 임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북정책을 입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