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 논평·성명
> 활동 > 논평·성명
고려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28일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친일 교수’ 1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이 학교의 설립자인 김성수를 비롯한 이 학교의 총장이나 교수를 지낸 인사 7명과 이 학교 졸업생 3명이 포함됐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동상 철거, 백서 발간 등 본격적인 일제 청산 작업에 돌입한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친일 교수’라고 밝힌 인사들의 과거 행적과 공과(功過)는 아직 그 실증적인 연구와 학문적 평가가 채 끝나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데 막연한 반일 감정에 편승해 모교에 몸담았던 선배이자 스승이었던 사람들의 행적을 ‘친일’로 규정한 것은 학문을 수양하는 지성인으로서 대단히 성급하고 비교육적인 행동이라고 사료된다.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과제가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는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현재 독도 문제로 야기된 반일(反日) 감정에 대해서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리 반일과 친일 청산이 중요하다고 해도 자신들의 선배이자 스승의 일생을 평가하는 작업이라면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는 대단히 힘들고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라서 향후 정부 차원에서 진행될 친일 행적 조사 사업에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이를 엄정히 검증할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탐구를 통해 그 행적과 공과(功過), 그리고 당시의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으로 이루어 져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혈기의 욱한 감정에 짧은 시간의 조사와 평가를 토대로 스승을 고발하는 제자들의 행동은 올바르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 고려대를 필두로 대학가에 ‘일제 잔재 청산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될 조짐이다. 실제로 각 대학들에서 학내 구성원간에 ‘친일 청산’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회의는 건전한 학문연구와 지식 수양에 매진해야 할 대학생들에게 섣부른 평가와 매도(罵倒)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친일 청산 문제는 반드시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평가 작업을 통해 학문적이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이루어 져야함을 거듭 강조한다. 아울러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 또한 장기적이고 조직적으로 신중하게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