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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국내 주요 대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재로 회의를 열고, 올해 임금협상에서 대기업노조가 임금동결을 수용하면 경총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금인상분(3.9%)만큼의 재원을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투입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재계가 제시한 인상안(정규직 동결, 비정규직 3.9%)은 민주노총(정규직9.3%±2%, 비정규직15.6%), 한국노총(정규직9.4%, 비정규직19.9%)등 노동계가 제시한 임금인상요구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민노총의 주장처럼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으로 올리려면 연간 2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만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노동계가 정규직의 임금동결 및 임금삭감에 동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사실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에 달한다. 더욱이 IMF이후 비정규직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해 왔다는 것은 그 만큼 고용시장이 급격히 변화하였음을 말해 주고 있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과 큰 차이가 날뿐만 아니라 제반 처우에서도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대해서 민주 노총은 문제의 심각성을 각성하고 함께 어려움을 나누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 동안의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은 노동시장의 경직을 야기 시켰고, 이것이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중 하나로 작용하였다. 정규직의 임금을 동결함으로써 발생되는 재원으로 비정규직근로자의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과 근로자 내부의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 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하에서 민주 노총의 임금인상요구안은 무리한 요구이다. 민주노총의 요구안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을 동시에 인상한다면 기업의 임금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 예상된다. 실질금리가 3%인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들이 9%대의 임금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 과연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기업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려 했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고 사회보험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노동계는 더 이상 제 밥그릇만 챙기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의 과도한 정규직 보호가 비정규직 문제를 발생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