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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공사(KBS)가 지난해 638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로 인한 광고 수익의 감소를 그 원인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광고 수입 감소는 비단 KBS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언론사들이 다같이 겪고 있는 문제다. KBS가 지난해 5월 방만한 경영 실태에 대해 감사원의 지적도 받았고 사(社)내외 여기저기서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광고 시장의 위축으로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연주 사장 이하 KBS의 경영진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혁신과 개혁을 통하여 방만 경영과 비효율적인 조직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쳐왔다. 실제로 팀제 도입과 지방 총국 활성화 방안과 같은 조직 개편 안을 시행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인해 그 실효성과 추진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방송위가 KBS의 예·결산에 대한 정부의 감시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 노사가 한 목소리로 방송의 독립성 침해라고 성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지난해 적자의 책임을 노조에서는 방만 경영을 한 경영진에, 경영진에서는 구조조정을 발목 잡는 노조에 떠넘기려고만 하고 있다. KBS는 시청자에게서는 꼬박꼬박 수신료를 받아 가서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어떠한 외부의 감시와 통제도 받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구성원이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이제는 KBS가 수시로 수신료 인상안을 제기해 왔던 것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시청자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시민회의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발맞추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KBS에 더욱 과감한 구조조정을 동반한 경영혁신을 요구하는 바 이다. 최근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신뢰회복에 애쓰고 있는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등으로부터 KBS는 마땅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KBS의 예·결산을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KBS가 혁신을 통한 투명한 경영과 공정한 방송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고 진정한 공영 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